에버트라이 신재용 대표 “기업들 철저한 전략 마련 필요...기존 헬스케어 시장 특성 수용해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2023년이 디지털치료기기 업계엔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디지털치료기기가 여태껏 국내 시장에 출시된 전례가 없는 만큼 초반엔 혼란스런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헬스케어 CRO기업 에버트라이의 신재용 대표(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토크에서 ‘2023년 SaMD의 큰 흐름 짚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이 같이 말했다.
尹정부, 헬스케어 민간 시장 유도...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 주목
신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의 엔데믹 전환에 따른 미국 임시허가 제도의 정상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 등에 따른 규제와 제도 변화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지난해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헬스케어의 민간 시장을 유도하고 있다며 정부의 인증을 받은 민간기업들에게 문을 열어준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해 언급했다.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는 1군(만성질환관리형), 2군(생활습관개선형), 3군(건강정보제공형)으로 나뉘는데, 이중 1군은 디지털치료기기 업계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신 대표의 의견이다.
신 대표는 “1군의 경우 만성질환관리제에 넣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시민단체에서 의료민영화라고 비판하면서 얘기가 쏙 들어갔다”며 “만관제에 들어가면 의사와 기업이 수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가는 식으로 기존 제도에 녹아들어갈 수 있었을텐데, 현재는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국정과제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은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 여부, 급여평가 대상 여부도 미지수
신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비급여에 대한 거부감은 적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디지털치료기기가 어떤 방식으로 고시가 될 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신 대표는 “전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비급여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며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를 적극 장려한다든지 혁신의료기술 통해 선별급여나 비급여도 많이 하려는 모습이라 지금은 이런 트랙을 이용하는 게 좋을 수 있다. 올해도 쉽게 인허가를 내주거나 하는 데 대해 의사보다 정부가 오히려 개방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는 비급여로 가는 상황에서 디지털치료기기가 문제인데 전문의약품처럼 가게 될지, 일반의약품처럼 가게 될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전문의약품이라 생각하고 지난 3년간 달려왔는데 2월에 고시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신 대표는 또 “급여평가 대상 여부도 잘 모르겠다. 일반의약품이면 타이레놀 같은 것인데, 타이레놀을 급여평가해야 하는 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문제를 떠나서 디지털치료기기는 의료기기인데 왜 이걸 고민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고 했다.
이어 “이해당사자도 너무 많다.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이 그렇게 큰 시장이 아닌데 이해당사자만 보면 시장 규모가 몇 조원 규모는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대혼돈 불가피...기업들 전략 준비 만전기해야
신 대표는 어떤 트랙으로 갈 지에 대해 기업들이 전략을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 대표는 “비보험, 비급여로 갈지와 관련해 대혼돈이 올 수밖에 없다. 자사의 제품이 급여인지 비급여인지, 웰니스는 아닌 것 같은데 의료인지 등 올해는 분명 혼돈이 많이 올 거고 공무원들도 헷갈려 할 것”이라며 “그래서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품의 특성을 고민하지 말고 시장 특성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기존 헬스케어의 시장의 속성을 받아들이는 방향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신 대표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타이레놀을 구매하는 경우와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매하는 경우, 디지털치료기기를 의사 처방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개인적으로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를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타이레놀은 코로나로 의사가 처방하면 일주일분이 2940원인데,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매하면 2만원 정도”라며 “당장 열이 나는 상황에서는 병원을 가는 대신 약국에서 1만7000원 정도 더 내고 열을 내릴 용의는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당뇨 진료를 볼 때 의사가 디지털치료기기를 처방하는 경우와 개인적으로 앱 스토어에서 당뇨 조절 앱을 구매하는 경우는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뇨의 경우 의사가 처방하면 연간 10만8000원 수준이고, 코드가 잡혀 실손청구가 가능해 절반정도가 커버되면 5만 4000원 정도가 된다. 이 정도만 되도 의사가 권유하면 써볼만 한데, 비의료로 가면 1년에 6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과연 그만큼 의지를 갖고 쓸 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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