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윤희숙 전 의원 "가족 중 4기 암환자 있지만 현재 기준 수긍"…무분별한 급여 확대로 건보 재정 건정성 위협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사진=당시 이재명 대선후보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 환자단체, 의료계 등을 막론하고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젊은층에서) 생존의 문제로 본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면 지원 횟수나 총액을 제한하는 방법이라도 검토 해보면 좋겠다”며 탈모약 건보 급여를 화두로 꺼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022년 20대 대선에서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다만 21대 대선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정치권에선 즉각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즉흥 지시로 (건강보험에서) 탈모 우선순위를 암보다 높여야 하냐”고 지적했다.
윤 전 의원은 암 4기 환자인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숱한 암환자, 중증질환자, 희귀질환자 가족들의 마음이 다 같을 것”이라며 “마음 같아선 건보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돼 약값 걱정을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보험 재정이 제한돼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기준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내 주변에도 탈모 스트레스가 심한 젊은이들이 많다. 소득도 얼마 안 되는데 비싼 치료제에 돈을 써야 한다고 우울해하는 청춘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도 “생명과 신체기능과 직결된 치료를 우선시하는 게 현재까지의 사회적 합의다. 이걸 바꿔 탈모 치료제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것에는 나름의 과정과 설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요즘처럼 대통령이 업무보고 중 애드립으로 한 마디씩 툭툭 던지며 국가시스템을 함부로 망가뜨려선 안 된다”며 “인천공항 보안시스템도 그렇지만, 건강보험 적용 범위는 도덕적 가치와 사람 목숨에 대한 판단이 녹아 있어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어려운 결정이다. 고통받는 개인과 가족들이 다들 절제하고 견디며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이 대통령이 제발 깨닫길 바란다”고 했다.
식도암 환자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는 “암환자들은 고가의 신약에 보험이 적용 안 돼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들도 많다. 중증도를 따지면 탈모보다 보험 적용이 시급한 것들이 많다. 탈모가 생존이 걸린 거라는 표현 자체도 중증환자들이 듣기에는 당혹스런 얘기”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초고령화 속에서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고려치 않은 제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탈모는 먹고사는 문제일 수는 있지만 죽고 사는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며 “한정된 자원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자들, 약이 없는 무약촌, 필수의료수가 문제까지 산적한 보건의료 민생부터 돌봐야 한다”고 이 대통령을 저격했다.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 박지용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필수∙중증 분야 수가 인상을 강조한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탈모 치료제 등으로) 대책 없이 보험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면 건보 재정 건정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필수∙중증 분야 수가 인상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감기 등 경증에 대한 보험 지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지시한 것과 모순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재정 누수를 막으려는 기조와 탈모 치료제 급여 적용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가 경증에 대해선 보상이 너무 크다”며 복지부에 국민 설득 필요성을 주문했다. 또 건보공단에는 “필요한 만큼 특사경 인원을 지정해주겠다“며 “(부당청구 사례 등을) 확실하게 많이 잡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