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주에서 할머니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2살 김 군이 13개 대학병원으로부터 전원거부를 당한 뒤 6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하자, 권역외상센터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 외상시스템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후진하는 견인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 김 군은 바로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은 이미 응급의료센터의 2개 수술방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전북대병원은 이미 심정지 상태를 보였던 할머니를 수술방이 비는 대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2살 김 군을 전원하기 위해 13개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김 군은 6시간 만에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세 차례 심정지 등을 겪으며 결국 12시간 만에 사망했다.
전원 요청을 거절한 병원들은 소아수술이 불가하다, 환자가 꽉 찼다, 인력이 없다는 이유을 댔다고 전북대병원 측은 설명했다.
결국 김 군은 부족한 수술방, (소아수술 전문의를 포함한) 인력 부족으로 사망했다는 것인데, 전원요청을 받은 권역외상센터 및 응급의료센터 13곳에서 모두 같은 이유를 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복지부는 지난 2010년 전국의 6개 의료기관에 6천억의 재정을 들여 권역외상센터를 건립하고, 센터마다 구급용 헬기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돌연 2천억의 재정으로 16곳의 권역외상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한 곳당 1천억의 예산이 필요했던 권역외상센터를 결국 2천억의 예산을 16개 병원이 나눠먹는 방식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여기에서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에도 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계획안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제대로 된 중증외상센터를 지을 수 없는 부실한 계획이다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강행했다.
작년까지 15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됐으며 복지부는 내년까지 2개의 권역외상센터를 더 지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센터장은 "현재 외상센터 시스템으로는 김 군과 같은 상황은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복지부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늘 이야기했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국종 교수는 "지금이라도 권역외상센터를 전면 재검토하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김 군 사건으로 외상센터의 외상전담전문의 문제점도 수면위로 부상했다.
현재 외상전담전문의로 지정되면 국가에서 연봉 1억 2천만원을 지급한다.
이들은 권역외상센터의 전담 인력으로 다른 진료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1일 JTBC보도에 따르면 한 센터의 외상전담전문의가 외상환자보다 일반 외래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고 있었다.
외래진료를 하면 진료수당이 나오는 만큼 이와 사정이 비슷한 센터들이 여럿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상전담전문의는 24시간 대기를 해야 하지만 당직기록에는 진료기록이 없는 게 허다해 당직전문의가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외상외과 전문의는 "복지부도 이미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의만 찾다가는 환자 사망
더불어 이번 사건을 보면 의료진의 대응 역시 아쉬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군은 사고로 골반 뼈를 심하게 다치고 발목 골절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출혈과 골반부상으로 인한 내부 장기 손상이었다.
이에 김 군의 전원을 거절한 의료기관은 소아 전문의, 미세수술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모 병원 외상외과 전문의 A씨는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일일이 소아전문의, 정형외과 전문의 등을 따지다 보면 나중에는 기회가 없다"면서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환자를 미루지 않고 적기에 빨리 처치하는 것이 바로 외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이런 식으로 전원이 늦어지다보니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면서 "이런 일은 매일매일 일어나지만 다 죽지 않아서 다행인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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