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5.28 07:03최종 업데이트 21.05.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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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복약지도·검진 결과 통보부터 원격진료 시행해야" vs "섣부른 시행은 의료시스템 망가뜨려"

원격의료 둘러싼 찬반논의 팽팽…법이 최신 기술 따라가지 못하고 진료관계 녹화 영상 법적 사용도 우려점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실시간 생중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약국 복약지도 등부터 원격의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기적으로 언젠간 도입될 의료 기술이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위험요인이 적은 분야부터 조금씩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아직 원격의료에 대한 교육 시스템이 부재하고 경제성 부분이 부각되다 보니 나타날 수 있는 의료민영화나 건강보험체계 붕괴 등의 위험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7일 오후 3시 '원격의료: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단일 건강보험체계가 원격의료 막아…약국 복약지도부터 화상진료 시작해야

이날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선 어느정도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시각에 따라 이미 세계적 트렌드에 비해 원격의료 도입이 늦었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구체적 방안에 있어서 성급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현재 규제샌드박스 시행을 통해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인하대병원 박현선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상 필요에 따라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복수 보험사가 존재한다면 가입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필요에 따라 혁신기술의 도입이 빨라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 건강보험체계이다 보니 현장 수요에 비해 도입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단일건강보험 시스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될 일을 찾아야 한다"며 "결국 원격의료나 AI 엄청난 수요 폭발력으로 인해 어떤 형태든 도입될 것으로 본다. 지금부터라도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은 약국 복약지도나 진단검사 결과를 통보받을 시, 화상진료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복약지도는 단순히 처방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대면 상황에서 환자 정보가 제한되더라도 특별한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원격의료에 따른 부작용이 적은 분야부터 우선 도입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며 "대학병원 진료 프로세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이 약국이다. 이런 부분부터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병원에서 환자는 진찰과 검사를 하고 따로 결과를 듣기 위해 1회 더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결과 통보 시엔 화상으로 의사와 환자가 교류하는 것도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섣불리 도입하다 초가산간 태운다…"진료 표준화·교육 인프라 등 논의 선행돼야"
 
인제대 서울백병원 염호기 교수.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실시간 생중계

반면 아직 제도적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섣불리 시작했다가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의료시스템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염호기 교수는 "의사들이 반대해서 원격의료가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맞지 않다"며 "현재 원격의료는 법률상 위법으로 유권해석 정도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이 때문에 어떤 법과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따른 청구 제도나 인센티브 등도 제대로 구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염 교수는 "원격의료가 심화되면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들은 지리적 제약없이 더 좋은 환경의 의료를 찾게 될 것이고 이는 의료 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원과 중소병원은 상대적으로 인력과 시설, 장비 측면에서 대형병원에 비해 불균형이 있어 도입에 뒤처지고 의학교육에서도 원격의료 과정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차근차근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합당하는 게 염 교수의 견해다. 

그는 "최초 진료 시 원격진료로는 어려움이 많다. 향후 대면진료와 원격진료 사이의 정의와 범위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세부항목이 많다"며 "현재는 전화진료를 통한 진료 범위, 화상진료에선 어떻게 진찰할 것인지에 대한 표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학적 교육과 함께 단계적으로 차근히 도입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선 원격의료, 특히 화상진료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이원복 교수에 따르면 늘어난 화상진료 비율에도 사이버범죄나 각종 부작용이 증가했다는 사례 보고는 없는 상태다. 사진=이원복 교수 발표자료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원격의료와 관련된 법률적 문제도 지적됐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원복 교수는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에 대한 시설과 장비 기준이 담겨져 있다 보니 최신 기술을 법에서 담지 못하는 경직성으로 인해 불편이 초래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향후 굳이 시설기준을 법제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화상진료 시 진료장면을 녹화하는 등 문제도 있는데 이는 의사와 환자가 신뢰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법적으로 진료장면 녹화본은 형사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며 "개인정보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미국에서 화상진료가 늘었지만 그만큼 사이버 범죄가 늘었다는 연구가 없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등 유관단체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형태가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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