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 한방 의료비가 주범
지난달 23일, 보험업계는 자동차 보험료를 올해 1월 3% 이상 인상한데 이어 또 다시 1.5~2%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험사들이 매년 자동차 보험료를 꾸준하게 인상해왔음에도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해 상반기에만 두 차례 인상하는 초강수를 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증가의 원인으로 중고차 시세 감가 보장 확대, 취업 나이 증가와 더불어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방진료비 등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두 가지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기존에 국민들이 모아 놓은 돈에서 일부를 지원 받고, 나머지 차액을 지불하는 것을 ‘급여’라고 하고, 치료비용 전액을 본인 돈으로 부담하는 것을 ‘비급여’라고 한다.
급여 치료는 국민들이 모아 놓은 돈에서 지원이 되기 때문에 투명성과 적정성을 원칙으로 한다. 비급여 치료는 필요성이 불확실해 환자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택적 행위로 제한이 된다. 그런데 비급여 치료를 전액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자동차 사고다.
자동차 사고에서 상대방 과실로 내가 피해를 입게 되면, 내 모든 치료비를 진료항목별로 설정된 최대 보장금액까지 전액 보험사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동차 보험은 자동차 소유주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한다는 점에서 전국민 건강보험과 비슷하지만, 과실 비율에 따라 급여와 비급여를 나눌 것 없이 지불 주체가 바뀐다는 점에서 건강보험과 다르다.
한방 의료는 전체 행위의 50%가까이를 비급여 치료로 분류한다. 그런 한방 의료행위가 자동차 보험에 적용됐다. 한방 의료행위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필요성에 대한 검증을 하지 못하고 표준진료지침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자동차 보험적용을 해준 것이다.
그리고 나서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 보험에서 한방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보험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자동차보험에서 차지하는 한방 진료비는 무려 71.8% 증가해 자동차보험 전체 진료비 1조 6586억의 27.9%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더욱 증가해 전체 진료비의 32%, 2018년에는 무려 35%를 차지하게 됐다.
일반 의료기관의 진료비가 같은 기간 연평균 3.6% 증가했고, 같은 기간 국민건강보험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7.1%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폭발적인 증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자동차보험금이 한방 치료로 '콸콸'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의계의 잘못도, 국민들의 잘못도 아니다. 한의사들도 당연하고,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치료 받는 국민들도 당연한 선택을 하고 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데, 효과 여부를 떠나 공짜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정부가 쉽게 수도꼭지를 열 수 있게 해줬으니 이제 비어 가는 물탱크를 채우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것은 국민들 몫이다. 그 결과가 1월 자동차 보험료 3% 인상, 그리고 불과 4개월 만에 2% 추가 인상이다. 올해 5월 자동차 보험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나는 아무 사고나 할증 이유 없이 5% 인상된 자동차 보험료 계산서를 받게 된다.
아무리 큰 사고가 나도, 아무리 공짜라도 한방 치료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꽤나 억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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