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진주 정신질환자 사건 경찰 책임론 논란
지난 17일 발생한 진주 방화, 흉기난동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환자의 보호자를 통해 지난해 9월 이후 일곱 차례나 신고됐지만 경찰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 알려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이 엄청나다.
하지만 나는 이 비난에 동의하기 힘들다. 이런 사고를 자주 접하는 입장에서 경찰이 실제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럼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경찰이나 119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환자를 강제로라도 억제해 안전하게 병원에 데려다 주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하지만 국내법상 출동한 경찰이나 구급 대원은 아직 사고를 저지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이송을 거부하는 환자를 강제로 이송할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면 이것은 체포와 감금의 죄가 성립된다. 다시 말해 경찰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체 자유를 제한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에게 섣불리 접근하면 도리어 경찰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대구에서 경찰관이 조현병 환자의 집에 출동했다가 폭행을 당했고 2018년에는 경북 영양에서 조현병 환자의 난동을 진압하려던 경찰관이 살해를 당했다.
애당초 경찰들이 환자에게 접근해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없애놓고 사고가 터졌다고 모든 화살을 경찰들에게 돌리는 것은 또 다른 사후약방문이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울 애꿎은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사고 이후 제기되고 있는 지역사회의료니, 공동체치료니 하는 허울 좋은 구호들은 실제 현장에서 자타해 위험이 높은 환자와 대치하는 경찰, 구급대원, 의료진 등에게는 너무나도 뜬구름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경찰이 매년 정신질환자의 응급 상황에 대비해 교육을 받고 지역사회 정신응급출동팀을 꾸려 대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일선 경찰관들이 자신의 판단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신착란으로 자타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역정신건강센터와의 정보 협조를 통해 최소한의 신체 제한으로 병원에 인계해 전문가와 입원을 상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벌어진 일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필요하고 책임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도 완화시킬 수 있는 묘수를 다 함께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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