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대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8일 진행한 회의에서 경향심사 제도 개편안을 반대하기에 앞서 상세한 정보를 들어보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향심사 관련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대한의사협회가 다시 경향심사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의료계에 유불리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이 지난 9월 19일 발표한 심사체계개편은 기존의 건별심사에서 주제별 경향심사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향 분석지표 개발 △중재 결과 및 환류 △경향평가심사와 적정성 평가항목 간 유기적 연계 강화 △임상 진료정보를 적기 활용△연계한 심사방식으로 전환 등이다. 특히 전문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의료기관에는 ‘동료의사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향심사 개편안은 의료계 등과의 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사안이 조정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경향심사를 통해 의학적 판단이 아닌 평균 진료를 유도한다며 반대했다. 급기야 의협은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회의를 박차고 나왔다.
당시 의협 관계자는 “의료계가 원하는 심사체계 개편안이 필요하다. 심평원이 경향심사로 개편안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것은 반대한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협이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자 이후 심평원 내부 회의만 진행하면서 꾸준히 세부안이 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시작한 상복부 초음파나 뇌·뇌혈관 MRI 급여화 등에서 경향심사를 시작할 조짐을 보이자 의료계에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일단 의협과 시도의사회가 정보를 최대한 취한 다음에 정확한 찬반 입장을 제시하도록 했다. 지역별 시범사업도 자유롭게 참여하기로 했다.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경향심사를 반대할 때 반대하더라도 왜 반대하는지를 알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단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직접 정부의 입장을 들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의협이 시도의사회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서 조만간 경향심사 관련 입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라며 "여기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의료계에 유리하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렇지 않다면 반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도의사회장단은 전문가 평가제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로부터 자율징계권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문가평가제도란 의사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시도의사회에 설치된 '전문가평가단'에서 조사를 해 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에 회부, 행정처분 여부를 심의한다. 그 다음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청문 절차를 거쳐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처분 수위를 결정하고 복지부에 처분을 요청하는 제도다.
자율평가 대상은 ▲의사로서의 결격사유(정신질환자, 금치산자 등) ▲의사의 품위 손상(비도덕적 진료행위,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 거짓 또는 과대 광고, 불필요한 의료행위 또는 부당 진료비 강요행위, 환자유인행위 등) ▲무면허 의료행위(사무장병원, 불법 의료생협) 등이다.
시도의사회장단은 정부의 통합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각 지역별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만성질환 관리제는 일차의료기관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흩어진 여러가지 만성질환 관리제를 통합하고 교육상담을 강화하면 환자 1인당 별도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정부는 교육상담을 할 수 있는 직역을 의사 외에 간호사로 구성된 케어 코디네이터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무조건적인 정부 정책 반대 보다 일단 정확한 정보를 알거나 이해하고 시범사업에 참여해 제도의 장단점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반대할 때 반대하더라도 분명한 논리를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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