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4.18 06:01최종 업데이트 16.04.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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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계학회 가면 꼭 있는 다섯 가지

반복되는 인상적인 장면들




춘계 학술대회 기간이다.
 
"열심히 공부 좀 해보자"라는 추계 대회와는 달리 춘계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경향이 있다.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지방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 봄놀이도 즐기고 분위기도 좀 들뜬다.
 
학술대회를 처음 경험한 전공의 1년차들은 이런 분위기에 덩달아 상기되기도 한다.
 
늘 반복되는 춘계 학술대회의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봤다.
 
 
1. SHOW ME THE GIFT : 제약회사 부스 순회하는 전공의
 
학술대회에 들어가는 경비는 회원들의 참가비와 제약회사 스폰서로 충당된다.
 
스폰서 비용을 내고 부스 공간을 마련한 제약회사는 의사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다양한 선물을 준비한다.
 
전공의 1년차들은 제약회사가 준비한 볼펜 하나라도 얻기 위해 부스를 열심히 돌아다닌다.
 
행여 미처 스캔하지 못한 부스라도 있는지 구석구석 꼼꼼하게.
 
선물 수집에도 노하우가 쌓이는 법.
 
전공의 3년차쯤 되면, 선물 획득에도 효율성을 추구한다.
 
선배 전공의들은 일차로 부스를 대충 쑥 둘러본 후, 머릿속에서 어레인지를 한다.
 
그들은 종이보다 튼튼한 면 재질의 대형 쇼핑백을 얹어주는 부스를 먼저 공략한다.
 
기념품 담을 큰 주머니를 먼저 확보한 후에야 담기 시작하는 것이다.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브로슈어나 쇼핑백은 사양.
 
간결하게 방명록 사인과 선물만을 교환한다.
 
쓰레기통이 있는 행사장 구석에서, 쇼핑백 정리하느라 어쩔 줄 모르는 1년차들이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  
 
 



2. 잊혀진 사람과의 조우
 
학술대회는 추적 관찰이 끊겼던 대학 동기나 선후배의 상황을 다시 알 수 있는 기회다.
 
지방대 출신인 남자 전공의 A.
 
이 녀석, 서울에서 수련 받더니 많이 세련돼졌다
 
역시 서울 물이 좋구나!
 
학창 시절 체격이 좀 있어, 남자 동기들에게 별다른 매력 발산을 못 했던 여자 전공의 B.
 
수련을 '빡세게' 받았는지 몰라보게 예뻐졌다.
 
살이 빠지더니, 과감한 옷도 입고 다닌다.
 
부럽다!
 
 
한참 선배인 C는 분명 어느 병원에서 신경외과 전공의를 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과 학회에서 만났다.
 
상황을 물어보니 신경외과 전공의를 때려치우고, 이제 겨우 1년차란다.
 
나는 C가 심란해 보이지만, 그의 얼굴은 오히려 전보다 좋아 보인다.
 
 



3. 게으른 연자들
 
강연의 핵심은 '메시지의 전달'이고, 그 성공은 청중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일부 연자가 학술대회에서 준비한 슬라이드를 보고 있노라면, 깊은 한숨만 나온다.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레이아웃.
 
빽빽한 표 하나를 그대로 때려 박은 슬라이드.
 
스티브 잡스 수준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듣는 사람 배려 좀 해달라는 거다.
 
안일한 강연 준비는 학회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학회에선 일부 주니어 스태프가 시니어가 발표할 슬라이드를 준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본인 강연 자료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그 용기가 어디서 나온 건지 참 놀라울 따름이다.
 



 
4. 질문 하랬더니, 마이크 잡고 설교하는 회원
 
강연이 끝나면, 청중은 질문할 시간을 얻는다. 
 
청중의 질문은 연자가 놓친 부분을 보완해 강연을 완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청중은 이 시간을 본인 설교 기회로 착각한다.
 
이들은 강연 내용이 불만인지, 아니면 평소 본인 생각을 전달할 채널이 부족했는지, 마이크를 한 번 잡으면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그중엔 강연에 담지 못한 내용을 제기하는, 꽤 설득력 있는 읍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자의 대부분은 공감 받지 못하는 주장에 본인의 개똥철학까지 곁들여, 다른 청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이 가장 화나게 하는 건, 카페인 충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커피 브레이크까지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5. 참가하지 않고 평점을 획득하는 사람들
 
학술대회에 참가하면 의사들이 1년 동안 의무적으로 획득해야 할 평점의 일부를 채워준다.
 
많은 참가자는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제대로 듣지만, 바쁘거나 게으른 회원은 대리인을 시켜 평점을 획득한다.
 
10년 전만 해도 대리 등록은 매우 쉬웠다.
 
당시 많은 학술대회는 등록자 본인의 신분 확인도 하지 않고, 등록만 하면 학술대회의 모든 평점을 부여했기 때문.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일부 학회들이 연수교육 관리규정을 강화했다.
 
게다가 올해 2월부터 대한의사협회는 교육 입실 시간과 퇴실 시간, 2회의 출결 확인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학회는 여전히 출결 확인을 꼼꼼하게 하지 않아, 대리 출석 방법은 아직도 많다.

 
일부 학회는 퇴실 시간 때 감시자를 두지 않고 셀프로 체크하게 해, 여전히 대리 출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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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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