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내 의생명과학연구에 있어 보건의료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법률간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 관계 설정이 애매하다 보니 법률 적용에 있어 현장의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는 취지다.
한양대 정규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대한의료법학회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법제도 연구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의생명과학연구에서의 ‘익명정보’와 ‘가명정보’의 관계에 주목했다. 연구 과정에서 두 개념의 혼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과학적 연구, 통계작성, 공익적 기록보전 등의 목적으로 ‘가명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사안은 가명정보라는 개념이다. 가명정보는 기존에 논의됐던 개인정보 개념과 달리 정보주체 등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처리·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의생명과학연구를 규율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률은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이다. 개인정보는 일차적으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에 의해 규정되고 특별한 규정이 없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을 받는다.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에선 ‘익명정보’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정보를 익명화하도록 하고 연구대상자가 개인식별정보를 포함하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익명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연구 효율성보단 개인정보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반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가명정보는 가명처리를 통해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추가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가명정보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통계작성이나 공익적 기록 보존 등 목적을 위해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개인정보처리자가 보유하고 있는 가명정보와 데이터를 결합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접근이 다른 두 법이지만 해당 법안들에서 정하고 있는 가명정보와 익명정보 적용이 애매하고 이에 따라 법률의 관계설정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명처리는 익명처리에 포함되는 대상이지만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목적을 고려해 볼 때 오히려 가명정보가 익명정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정규원 교수는 "개인정보의 규율과 관련해 우리나라 여러 법률이 있지만 법률들 간 관계 설정이 불명치 않다"며 "의생명과학연구에 있어선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가장 먼저 적용돼야 하지만 개인정보를 중심으로 파악할 땐 개인정보보호법이 일반법이 되고 나머지 법이 특별법이 돼 현장의 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가명정보라는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연구의 실질적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선 가명정보가 익명정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생명과학연구는 많은 환자 등으로부터 획득된 대량의 정보를 필요로 하며 대부분의 경우에 의료적 정보가 결합돼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이 아닌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이 일차법이 되는 상황에서 원래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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