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나라에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한 이상반응의 인과성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한 모델이 부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반응 인과성을 파악하기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피해자들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수동적 감시체계만이 운영되다 보니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가천의대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26일 코로나19백신안전성위원회 1차 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나 심장관련 질환 등은 발병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인과성 평가에 어려움이 많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규모가 3만~5만명 정도로 진행되다 보니 이를 뛰어넘는 10만~100만명 당 몇건 수준의 드문 부작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백신 이상반응의 인과성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 모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당사자의 신고에 기반한 수동감시체계와 전체 의료 데이터와 백신 자료를 연계해 상시 전수감시를 실시하는 능동감시체계가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수동감시체계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재훈 교수는 "신고된 사례만 가지고 인과성을 평가하는 수동감시체계론 완전한 감시가 어렵다. 신고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조군을 찾기도 쉽지 않고 인과성 평가로 넘어가는 절차도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며 "현재 과제는 전체 의료 데이터와 백신 안전성 분석 데이터를 연계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수동과 능동 감시체계를 같이 병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백신안전성위원회 박병주 위원장도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시작된지 1년도 되지 않아 이상반응 인과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제대로 된 인과성이 입증되기 위해선 건수도 많아야 되지만 추적관찰 기간도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이상반응 평가 중 4-1인 자료가 충분치 않아 유보하는 케이스가 국내에 쌓여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정재훈 교수는 지금이라도 능동감시체계를 구축하기에 우리나라 의료 상황이 최적화라고 봤다. 전국민이 가입돼 있는 국민건강보험체계를 기반으로 적절한 의료정보와 백신 데이터가 결합됐을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취지다.
정 교수는 "능동감시체계는 반드시 전국민의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큰 장점을 갖고 있다"며 "우선 예방접종력과 건보청구자료를 연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민적 우려가 있는 주요 접종 후 건강사건에 대해 정의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백신 미접종 시기와 접종 후 기저율을 측정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등 관심 이상반응의 발생률 측정을 한 뒤 대규모 역학 연구자들을 투입해 잘 설계된 사례대조군 연구, 코호트 연구, 자기대조군 연구 등을 진행해 인과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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