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참여 기회 적어지고 5년 뒤 정상적 실습교육 불가능…의대·병원 모두 기능 마비로 목숨만 유지 중
충북의대 채희복 소화기내과 교수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정사태 당시 충북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채희복 교수가 "의대증원으로 인해 의대, 대학병원, 종합병원들의 기능은 마비됐고 목숨만 유지한 채 활동이 멈춘 상태"라고 토로했다.
특히 올해 충북의대 정원이 50명 순증됐지만 교수 충원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으며, 건물 신축 계획 역시 정원 교체 이후 모두 중단됐다는 폭로도 나왔다.
채희복 교수는 지난 16일 발행된 '계간의료정책포럼'에서 의대 정원 증원 이후의 의과대학 교육의 현실을 여실히 공개했다.
채 교수에 따르면, 의대증원 이후 교육인프라의 과부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2000명 정원 증원에 대비해 국립의대 교수를 3년간 1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예산은 2025년 첫 해 총 260억 원 편성했다. 그러나 의대정원이 원상복귀된 마당에 교수 충원을 계획대로 시행할지는 알 수 없다.
충북의대의 경우 교육부가 의대증원에 따라 교수 140명 충원을 약속했지만 2024년 2학기 6명, 2025년 1학기 26명이 신규임용됐고 2025년 2학기 17명, 2026년 1학기에 12명만이 임용될 예정이다.
채희복 교수는 "충북의대는 이번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50명이 순증됐지만 정부가 충북대에 애초에 약속했던 140명 교수 충원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향후 정년퇴임 등으로 발생하는 결원을 이번 순증 정원 이외에 별도로 충원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건물, 시설 기자재 확충도 어려운 상태다.
정부는 의대 교육 인프라 신축 및 확충 계획을 발표하며 2024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 한 해동안 국립의대 시설 확충으로 1432억 원, 사립의대 교육환경 개선 융자는 1728억 원이 책정됐다.
채 교수는 "정원이 교체되면서 건물 신축은 학교 재단의 재량에 맡겨져서 향후 증원된 학생을 위한 강의실, 편의 시설 설치 등은 학교마다 편차가 심할 것"이라며 "충북대의 경우 신축건물 3개동을 짓겠다고 의대학장단과 협의했지만 정권교체 이후 모든 계획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향후 교육의 질 저하도 심각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채 교수는 "학생 수가 많으면 각 조에 평소보다 더 많은 수의 조원이 배정되고 이는 학생의 참여기회가 적어지는 결과가 된다"며 "5년 뒤 본과 3학년 150명, 본과 4학년 50명 총 200명이 동시에 병원에 실습을 나오게 되면 정상적인 실습교육을 받기에는 배정할 환자 수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부가 추진 중인 임상교육훈련센터, 미래교육혁신센터가 건립예정에 있지만, 이는 전공의들이 실제 환자에게 시술 및 수술을 하기 전 모의환자 혹은 가상 공간에서 고난도 술기를 미리 연습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지, 학생들이 실제 환자를 만나서 교감하고, 질병을 공부하는 임상실습교육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학번의 경우 평소 정원의 3.5배가 선발됐는데 이들이 전공의 수련을 받게 되는 2030년도의 경우, 전공의 정원은 늘지 않아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예기불안은 학생들이 학부성적에 신경증 증세를 갖도록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전 정부가 행한 실정은 의료계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으며, 그로 인해 우리 의과대학, 대학병원, 종합병원들의 기능은 마비되었으며, 목숨만 유지한 채 활동이 멈춘 상태"라며 " 제2, 제3의 의정사태를 피하려면 의료계가 똘똘 뭉쳐서 국민과 사회에 맞서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