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최근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사례를 보면 병원 전납도매상의 매출할인을 제약사가 전적으로 제공한 리베이트로 판단하고 있다. 모든 책임이 제약사에 주어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제약사자율준수연구회(약준회)는 지난 12일 정기 세미나를 열고 매출할인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D사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 판결을 토대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원 A사 관계자는 "전납도매상을 좋게 얘기해서 의약품영업대행업체(CSO)라고 하는데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된 D사의 경우 도매랑 CSO 행태가 유사했다"며 "현재 많은 제약사들이 거래하고 있는 도매와 CSO를 보면 그 경계를 모호하다.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납도매상은 특정 중소 또는 대형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도매업체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CSO는 제약사의 의약품 영업활동을 대신하는 일종의 프리랜서 개념이지만, 도매상은 영업활동 없이 납품만 하는 물류배송업체라고 볼 수 있다. CSO와 도매상의 공통점이라면 그동안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서 함께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D사의 불법 리베이트 판결을 맡았던 법원(항소심)은 지난 6월 전납도매상에 제공한 매출할인을 리베이트라고 결론지었다. 제약사 임직원이 병원과 직접 납품여부, 가격협상, 리베이트 제공 금액에 대한 협의를 마쳤고 도매상은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한 후 대금 수령 역할을 한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의약품 대금의 소유권은 제약사에 있고, 도매상은 제약사로부터 제공받은 매출할인(리베이트)을 보관하는 지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A사 관계자는 "재판에서 전납도매상은 제약사에 의약품을 납품만 한 대행업체라고 결론이 났다"며 "매출할인 약정에 대한 부분을 제약사가 다 뒤집어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약준회 회원사 중 한 곳은 전납도매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꾸렸다고 밝혔다.
B사 관계자는 "보통 지방 전납도매상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발생하거나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납도매상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당연히 병원들도 같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사원들이 일하기 귀찮으니 전납도매로 전향한다. 이런 곳은 최근 분위기를 보면 몇년 안에 문을 닫게 돼 있다"며 "최근 내부 정책을 바꿔 전납도매상과의 거래를 거의 중단했다"고 했다.
A사 관계자는 "도매상과 거래를 하는 제약사들은 매출할인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D사 처럼 40프로든 50프로든 법원이나 검찰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댈 수 있는지에 대해 어느 곳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약준회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법적으로 CSO가 '경제적 이익 등 제공에 관한 지출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근거가 없어 제약사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제적 이익 등 제공에 관한 지출보고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 투명화를 위해 제약사나 의료기기 제조사 등이 의료인 등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지출보고서로 작성하도록 한 규정이다. 보건복지부는 필요에 따라 지출보고서 관련 장부 및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해당 내용이 담긴 약사법은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약사법 제47조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자에 한해 약사나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의약품 공급자는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 수입자 또는 의약품 도매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자는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2에 따라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와 수입자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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