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29일 예정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한 설명회를 그대로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혀 집행부와 비대위 간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의협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격론 끝에 29일 오전 7시에 의협회관 7층에서 진행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과 관련한 설명회를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권고문은 지난해 1월부터 논의해온 것으로, 의료기관 종별 구분을 기능별로 명확히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실행계획을 세우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분류된다. 3800여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해서 의료비 부담을 낮추면 대형병원 쏠림이 심화되고 일차의료기관(동네의원)은 고사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의협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일차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중 내과계는 만성질환 관리를 중심으로 개편하고 외과계는 경증 수술과 입원을 담당하는 전문의원 형태로 진화하면서 이득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과계 의사회 회장단을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새어나왔다.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연말까지 권고문을 확정하겠다고 밝히자 반발이 커졌다.
외과계 의사회는 의협 집행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추무진 회장이 직접 나서서 회장단을 설득했지만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았다. 권고문 확정은 1월 중순으로 연기된데 이어 추 회장은 다시 한번 의사회원 설득을 위해 29일 설명회를 열기로 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협 비대위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집행부가 아닌 비대위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비대위는 23일 전체회의에서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문재인 케어의 기본 전제 내용"이라며 "문재인 케어는 비대위의 권한이라는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에 위배된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는 26일 의협에 공문을 보내 의료전달체계 설명회 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비대위는 “의료전달체계의 대응은 문재인 케어의 핵심내용인 만큼 비대위와 상의해서 대응해야 한다”라며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한 논의를 연기하고 의사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 이동욱 사무총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은 외과계와 내과를 제외한 내과계의 반대 여론이 많다”라며 “의협이 보건복지부와 일방적으로 결론을 낼 경우 비대위는 의협 추무진 회장 불신임 추진을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의협 상임이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의협 한 상임이사는 “의협이 작은 성과에 급급해 정부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라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내부 조율을 한 다음에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의협 다른 상임이사는 “설명회를 굳이 취소할 이유는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의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라며 “대신 더 많은 의사들이 참석해 관련 내용을 알 수 있도록 1월 중으로 한 차례 더 설명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추무진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추 회장은 “의협의 오랜 요구사항인 일차의료기관(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며 “동네의원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기반이자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의료기관간 종별 기능이 상호 중복돼 경쟁관계에 있다”라며 “(의료기관 선택의)쏠림 현상의 심화로 지역편차가 심화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만큼 의료전달체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협의체 구성원이자 제도를 설계하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료전달체계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내용이 맞다"라며 "하지만 이를 두고 의협 내부 다툼을 할 것이 아니라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과계 의사회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 권한이 의협 집행부에서 비대위로 넘어간다고 해서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다만 의협 집행부가 의사들과 함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확정하려는 데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