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끝에 병협 공동협상 통과…대정부 협상력 기대
복지부에 개별 학회 접촉 금지 요청…5년내 수가 30% 인상 요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한병원협회와 공동으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등과 관련한 정부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비대위와 병협은 같은 인원수의 공동대표 체제로 협상단을 꾸린다. 비대위는 병협 참여에 따라 의료수가 정상화 등 대정부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비대위는 의협 추무진 회장 등 집행부와의 갈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비대위는 추 회장이 각 개원의 단체와 학회 회장단을 설득해 확정하려던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은 문재인 케어와 관련있다고 보고 비대위가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다. 추 회장이 의결하지 않은 투쟁 예산 16억원은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거나 서면결의를 통해서라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등을 논의하는 의한정(醫韓政)협의체는 추 회장이 제안했다는 이유로 집행부에 맡기기로 했다.
의협 비대위는 23일 서울 용산역 KTX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이날 참석한 위원은 비대위 전체 위원 40명 중 23명이다. 이날 회의는 여러 가지 사안에서 격론이 벌어지면서 오후 3시부터 8시 넘어서까지 무려 5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다음은 전체회의가 끝나고 비대위 이동욱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병협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협상 실무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인가.
“병협은 18일 공문을 통해 비대위에 정부를 상대로 독자 협상을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병협에 의료계가 하나되는 모습을 위해서라도 공동 협상을 하자고 요청했다. 병협은 22일 다시 의협 비대위와 병협이 동수로 협상단을 구성하고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병협 참여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병협이 함께 협상에 나서야 정부를 상대로 힘이 실린다는 의견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 비대위는 병협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협상단에 참여하는 비대위 위원은 송병두 대전광역시의사회장, 박진규 홍보위원장, 연준흠 문재인케어소위원장,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전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1명 등 6명이다. 참여 인원은 병협에 맞게 조정할 것이다.”
-복지부 협상에서 중요하게 제시할 부분은 무엇인가.
“비대위는 복지부에 수가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5년내에 단계적으로 수가를 30%까지 올려달라는 결단을 해달라고 했다. 복지부는 원가 분석부터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수가 인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가의 70%에 불가한 의료수가를 100%로 맞춰야 한다.
비대위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서 본인부담률 90%에 이르는 '예비급여' 조항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예비급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관계가 없다. 오로지 비급여 통제를 위한 것이다. 복지부는 예비급여 항목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만큼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가 정상화 없이 비급여 통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비대위, 추무진 회장 등 집행부와의 갈등 노출
-의협 집행부가 추진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는 문재인 케어와 관련 있다고 결론이 난 것인가.
“오늘(23일) 전체회의 앞부분에 추 회장과 임수흠 의장이 참여했다. 비대위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의 권고문을 충분한 상의없이 강행하려는 추 회장을 비판했다.
추 회장이 마련한 외과계와 내과계 간담회에 모두 참석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문재인 케어 설계자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에게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문재인 케어와 관련이 있는가’라고 질문했고 김 교수로부터 ‘관련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의료기관 종별이나 진료과별로 문재인 케어의 세부계획과 수가 보상안을 마련할 때 매우 중요하다.
외과계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을 반대했다. 내과계는 만성질환관리, 심층진찰에 대해 찬성하지만 내과가 아닌 일반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은 반대했다. 비대위는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문재인 케어의 일부이며 비대위의 권한이라는 데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의사들의 존속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집행부나 회장단 몇 사람의 의견으로 독단적으로 처리할 문제는 아니다. 의료계 내에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 회장의 불신임 사유가 될 수 있다.”
-비대위 운영기금에 대한 논란이 상당히 많았다. 앞으로 투쟁 기금은 어떻게 운영되나.
“비대위는 의협 대의원총회 결의를 통해 16억원 상당의 투쟁 기금을 마련했다. 비대위는 대의원총회에서 의결을 했기 때문에 해당 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법무법인으로부터 의견서까지 받았다. 하지만 추 회장은 법무법인 의견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금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별 편성한 예비비 6억원만 쓸 수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1차 궐기대회에서 예비비 4억 8600만원을 쓰고 1억 1000만원이 남았다. 남은 돈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때 각 시도의사회에서 지출한 교통비 등의 비용을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비대위가 2차 투쟁활동을 하기 위한 예산이 하나도 없다.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추 회장이 16억원의 예산안을 승인하면 된다고 했다. 추 회장은 대의원총회 결의 없이 집행할 수 없다고 했다. 비대위는 임시대의원총회나 서면결의로라도 처리해달라고 했다. 회원들에게 투쟁 성금을 걷는 등의 방안도 마련한다.”
-의한정협의체는 어떻게 운영하나.
“의한정협의체는 추 회장이 제안했다고 알려진 만큼 의협 집행부가 참여하는 것으로 정했다. 의한정 협의체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의료일원화(의사와 한의사 면허 통합) 문제까지 논의한다. 집행부가 참여하고 대응을 하라고 했다. 비대위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비대위 기동훈 홍보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논란이 많았다.
“기동훈 홍보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추 회장이 비대위 홍보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비대위에 사과를 요구했다. 기 위원장의 행동은 비대위의 의결을 거친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당사자와 공방할 문제라고 말했다.”
복지부, 개별 학회 접촉 금지...제2의 투쟁 로드맵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안건이 상정된다고 한다.
“복지부가 마음이 급하다. 비대위와 협상을 한다고 해놓고 20일 문재인 케어의 연장선상으로 36개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 건정심에도 3800여개 비급여의 급여화를 상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대위가 원안대로 건정심에 상정하면 정부와의 협상이 무효라고 해서 빠졌다.
그 이후 의협 집행부는 이번 건정심이 문재인 케어와 관계가 없다며 건정심 참여명단에서 비대위 위원을 뺐다. 이번 건정심 안건은 만성질환 관리, 상담료 신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장애인 보장성 강화 확대 등 문재인 케어와 관련이 많다. 비대위는 의협에 공문을 보내 건정심 안건이 문재인 케어와 관련이 있다고 분명히 했다. 결정이 번복되면서 본인(이동욱 총장)이 건정심에 들어간다.”
-복지부가 개별 학회에 공문을 보내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급여화 항목 검토에 협조해달라고 했다.
“복지부는 개별 학회로 문재인 케어 검토를 위한 공문을 보냈다. 복지부는 가령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급여화라면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갈등 요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의협 비대위와 개별 학회에 다르게 접근하면 협상력에 문제가 생긴다. 비대위는 각 학회에 공문을 보내 비대위로 정부와의 대화창구를 일원화해달라고 요청했다.
27일 비대위와 정부의 실무 협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가 원하는 것을 상세히 말할 것이다. 이날 처음으로 병협하게 동행할 수도 있다.”
-제2의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나.
“비대위는 내년 1월 28일 오후 2시에 1000~2000명이 참석하는 전국의사 대표자회의를 연다. 이때 전국 집회나 투쟁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는 2월말 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간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려 이슈가 묻힐 수 있다. 2차 투쟁 시기는 그보다 당기거나 미룰 수 있다.
대신 복지부 서울사무소와 다름없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 다음주 화요일부터 한달동안 집회 신청을 할 예정이다. 복지부가 협상을 전제로 뒤통수를 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협상은 협상대로 하되 투쟁의 끈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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