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29 14:10최종 업데이트 24.02.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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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교수 "기피과, 의사들이 병원 근무 아닌 개원하기 때문...과도한 비급여, 기형적 실손보험 통제해야"

"OECD 평균 도달하려면 1년에 의사수 5500명씩 20년 늘려야...2000명 증원분은 각 의대 아닌 지역에 배정해야"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위기의 대한민국 의료체계: 진단과 극복 전략'을 발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1년에 2000명씩 5년간 추진하는 의대증원은 실제 필요한 의사 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증원한 의대 정원은 '대학'이 아닌 '지역'에 배정해야 한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 주최로 개최된 '국민의료비 절감 위해 혼합진료 금지 왜 필요한가' 토론회 '위기의 대한민국 의료체계: 진단과 극복 전략' 발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 원인을 분석하고 의료체계 안정화를 위해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료 안정화를 위해서는 의대증원분은 대학이 아닌 지역에 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의료비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동네의원 접근성 좋다'는 의료계 주장은 '대도시' 한정

김윤 교수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9.7%로 OECD 평균 9.3%보다 높았다. 반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0년 기준으로 65.3%를 기록했다. 이는 OECD 평균인 79.8%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를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의 질주'에 비유했다.

김 교수는 "건강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시스템의 궁극적인 목적은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입원 사망비, 응급 사망비, 뇌혈관질환 사망비의 격차는 10년간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필수의료 지역 간 사망률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불평등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 진료 대란, 원정 출산, 현대판 고려장 등 의료체계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며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무정부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시장 중심인데, 시장이 무질서하다. 구체적으로 병원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병상은 자유롭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병상에 입원한 환자를 진료해야 할 의사는 의사협회의 반대로 수십년째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병상 과잉은 OECD와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졌다. OECD 평균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3.7명, 병상 수 4.3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 수 2.6명에 병상 수 12.8개였다.

김 교수는 "병상 증가는 불필요한 입원을 늘릴 뿐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라며 "병상 공급 적정화만 이뤄져도 전체 입원의 약 3분의 1을 줄일 수 있고, 2021년 기준 건강보험입원진료비 35조4000억원 중 11조8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동네의원의 불균등한 의사 수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 증가가 '개원의'로 이탈 유도…동네의원 부족한 의사 2만명

이날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규제받지 않고 아무나 환자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특히 김 교수는 "흔히 '기피 과목'이라고 표현하는 진료과의 문제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고 개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기피 과목 전문의 중 개원의 비율은 ▲흉부외과 31% ▲외과 40% ▲산부인과 53% ▲소아청소년과 53%다.

김 교수는 "의사들이 개원하고 진료를 하면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보거나 피부 미용 등을 할 것이다"라며 "배출된 의사가 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있지 않고 동네의원 등에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의사들이 동네의원으로 빠져나가는 데는 ▲병원 채용 저조 ▲봉직의와 개원의 간 소득 격차 등이 원인으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개원의와의 소득 격차는 비급여 진료 증가로 발생했고, 원인은 기형적인 실손보험에 있다"라며 "병원의 전문의 채용을 강제하면서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3차 상급종합병원의 불균등 분포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동네의원의 불균등 분포를 살펴봤을 때 적정의사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10.7명, 가장 적은 지역은 1.5명으로 약 8배 차이가 난다"며 "의사들이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은 동네 의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라는 것은 대도시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 당뇨병 등을 잘 관리해서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을 안 생기도록 하려면 의사 수가 얼마나 필요한지 봤는데, 적정 의사 수는 10.7명이었다. 의사가 늘어야 사망률이 떨어질 수 있다. 전국에 동네 의원의 숫자를 10.7명 수준으로 올리려면 약 2만명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2000명씩 5년간 늘려서 1만명 늘리겠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에 부족한 의사 수는 1만5000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네의원에 부족한 의사 수만 해도 2만명이 넘는다. 동네의원에 의사가 없으면 환자들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뇌졸중,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한다"며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의사 증원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OECD 의사 수 도달하려면 20년간 5500명 의사 늘려야"

김 교수는 의료 대전환을 위해서는 ▲의사 배출 늘리기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 구축 ▲지방정부의 권한·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OECD 의사 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년에 5500명씩 20년 간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에서 도출된 부족한 의사 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2025년부터 2040년까지 4500명씩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이야기한 5년간 2000명씩 증원은 필요한 의사 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라며 "예를 들어 충북 충주에 있는 건국대와 같은 미니 의대 정원을 늘려줘도 결국 이들은 서울에 있는 건국대병원을 갈 것이다. 이 때문에 증원한 의대 정원은 '대학'이 아닌 '지역'에 배정해야 한다"고 내다다.

그러면서 "개별 병원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대학에 정원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역 의료 생태계를 지역 네트워크 기반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도의 권한과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낭비되는 돈을 아끼면 쓸 수 있는 돈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혼합진료 금지와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이 90%인 현재 의료 상황에서 더 시급하고 효과적인 방식은 시장을 더 공공적으로, 민주적으로, 질서 있게 만드는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주관한 '국민의료비 절감 위해 혼합진료금지 왜 필요한가?'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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