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한 공중보건의사들이 현장에선 '찬밥신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적정한 직급 부여가 이뤄지지 않아 업무 수행과 관련된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정당한 보상도 지급받지 못하는 공보의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28일 오후4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공중보건의사 역할과 지원방안' 토론회에서 나왔다.
발제 발표를 맡은 의료정책연구소 김진숙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했던 공보의들에 대한 조사 자료를 토대로 현장의 문제점을 나열했다.
직급 없어 현장 의사결정서 배제…수당 지급도 안돼
김 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작업에 투입됐던 공보의들은 적정한 직급의 부여도 없이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 같은 신분상의 제약으로 방역의 가장 핵심적인 의료인력인 공보의들이 의료 전문가로서 적절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실제로 공보의는 일반임기제공무원으로 분류되며 직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장 공보의들은 방역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의사보다 낮은 행정관계자들의 현장과 괴리가 있는 지침을 요구하는 탓에 큰 정신적 스트레스와 비효율을 경험했다고 진술했다.
김 연구원은 "방역뿐 아니라 보건소에서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선 적정한 직급 부여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참여 권한이 필요하다"며 "공보의들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이 요구되는 임용 임기제 공무원이기 때문에 일반직 5급 상당의 전문임기제공무원의 직급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방역 현장에서 근무했던 공보의들에게 아직도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앙 혹은 지자체 등 파견 주체에 따라 보상 차이도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지자체 4만5000원 수당을 지급한다는 이유로 검체 채취 위험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김 연구원은 "효율적 방역업무를 위해 방역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그에 대한 통일된 지침 마련이 절실하다"며 "지자체는 재정자립도에 따라 미보상 사례가 있기 대문에 국가 모집 파견 형식으로 통일해 국비에서 수당을 지급하고 메르스 지급 수준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으로 인상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의협 송명제 대외협력이사도 "공보의들은 공무원이기도 하지만 국가보건의료체계에 필수적인 의료인력"이라며 "지금처럼 대놓고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적절한 대우와 보상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의료정책연구소 김진숙 책임연구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김형갑 회장
감염 시 보상 규정‧평시 교육 프로그램 개발 이뤄져야
방역에 투입된 공보의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를 대비한 보상 규정이나 정신적 건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방역에 투입된 공보의들이 실제로 감염됐을 때 그와 관련된 지침에는 예우 차원에서 파견 받은 기관의 관리하에 완치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지원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앞서 신종플루 사태에서도 업무를 수행하다 급성뇌수막염으로 인지장애판정을 받은 공보의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지만 기각된 사례가 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업무를 수행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공보의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공무상 재해와 민사소송 뿐"이라며 "현재 공무원 재해보상법에는 공무상 재해에 감염병이 해당되는지 판단 근거도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정신적 건강 지원 관련해서도 그는 "방역 과정에서 많은 공보의들이 두려움과 번아웃, 인권 침해 등을 경험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신적 건강에 대한 국가 차원 지원은 거의 없고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일부 프로그램도 공보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보의 차출 과정에서 제대로 된 방역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공보의협의회 김형갑 회장은 "현장에서 배급되는 방호구나 교육 자재가 부족하거나 실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신규 공보의들은 4시간의 교육만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등 제도적 미비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향후 국가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닥쳐서 교육을 진행하기 보다 평상시에 교육과 실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국가가 개발해 이수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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