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의사 적정인력에 관한 국가적 재난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말은 현재와 반대로 의사 과잉배출을 염려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당시 1997년 2월 보건복지부 주무과장의 정책기고문인 “의사인력 공급 적정화를 위한 인력관리 정책 방향”이 보건복지포럼에 게재됐다.
오래된 자료이나 정원 정책에 관해 현재의 복지부나 대통령실이나 의사들이면 한번쯤 필독할 만한 내용이고 Health Workforce Regulation(의사인력관리)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래의 글은 지면 제한으로 보건복지포럼 41~49쪽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소제목을 필자 임의로 부여했고 원문의 인용 페이지를 표시했다.
의사인력 적정공급의 논란 (정책기고문 41-42쪽)
(중략) 그러나, 장래 의사인력에 대한 수급계획은 미래가 과거의 연장이 아닌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기타 교육체계라든가 보건체계 등과도 밀접히 관련되는 등 그 자체로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즉, 보건의료분야에 있어서의 수요는 그 특성상 공급자의 의도적인 유인이 작용될 수 있고 사회전반의 수준변화와 함께 의료소비자(국민)의 요구 수준이 변화되는 등 국가의 경제수준과 보건복지정책의 방향, 보건의료제도, 보건의료자원의 수준, 국민의 의식수준, 그리고 우리나라 특유의 상황인 남북한 관계변화와 같은 다각적인 요인들이 자연적, 의도적으로 관련돼 정확한 예측을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중략) 서구 구라파와 일본 공히 1960년대 초 전후에 부족했던 의사를 충원하기 위해 의사 양성계획을 검토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정했으나, 예외없이 모든 나라가 의사과잉으로 실업의사 문제가 발생하는 등 큰 사회적인 문제가 생겼다. 1970년대 중반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감축하거나, 개업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개업전 수련기간을 점진적으로 높이거나, 독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업 및 근무의사의 정년을 정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인력 확대와 국민 의료비 앙등 (정책기고문 43쪽)
(중략) 보건의료 인력수급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보면 의료인력의 공급확대는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창출한다는 Roemer’s Law이다. 즉,의료의 극도의 전문성으로 인한 의사의 의료정보 독점 및 환자의 의료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환자의 선택이 제한돼 공급자인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의료서비스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의사인력의 공급 확대가 의사 개인소득의 하향 조절,농어촌 지역의 의사 수 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오기보다는 국민 의료비 앙등이라는 역효과를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의사공급 증가정책을 시행했으나,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의사가 많아지면서 공급의 수요창출로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이론이 대두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감축시키고 외국인의 유입을 억제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국민 의료비 변화 추이에서 볼 수 있는데 1960년 GDP의 5.2%, 1970년 7.4%, 1980년 9.2%, 1990년 12 .1% 등으로 나타났다.
2010 의사과잉 배출 우려 (정책기고문 44쪽)
(중략) 의사인력 공급의 원천이 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1990년대부터 급증해 1995년 현재 3120명(한의대 포함 3870명)으로 의사 공급능력은 선진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 의과대학 재학생들이 의사인력으로서 활동하게 되는 2000년대에는 선진국과의 의사공급 수준차이가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의과대학 입학생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2010년 이후에는 의사인력의 공급량이 적정선에 도달한 후 과잉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1996년도부터는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이 실시돼 10% 정도의 의대입학생 증가요인이 있을 예정임을 감안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의사인력 정보화: 선진국 면허관리 기구 임무(정책기고문 48쪽)
(중략) 이를 위해서는 의사의 연령·주소·출신학교 등 개인정보 관리, 전문의 자격소지자 관련정보, 의사 및 전문의별 취업상태, 의과대학 입학생, 편입생·졸업생수 등 의사면허등록자, 신규등록자, 소멸자에 대한 모니터링 대상 정보를 확보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정책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원확대 정책검토(정책기고문 49쪽)
(중략) 유명 종합병원에서 3시간을 기다려 3분 진료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의사가 부족해 바라는 시간에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 의사로부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 의과대학을 보다 많이 설립해 현재보다 많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과 유수한 종합병원은 각각의 목표를 위해 의과대학 또는 입학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바람이나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당국이나 유명 종합병원, 정치인, 그리고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주민의 생각은 각각 자기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합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기 합리적인 주장이 정책에 그대로 반영돼선 안 되며 정책은 전 국민적 차원에서 과학적인 검토를 한 후 수립돼야 할 것이다.
특히, 의사인력 공급정책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순히 그 수를 늘리는 차원에서 벗어나 의사 수의 공급관리와 아울러 필요한 여러 가지 의사인력 관리정책을 개발해 국민의료의 질을 더욱더 향상시키는 중요한 정책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정책 기고문에 대한 소감과 현재의 의사인력 2000명 증원에 대한 함의
정책 기고문에서 지난 2003년 이후 시행된 의대 입학 정원 10% 감축에 대한 근거논리가 형성되기 시작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문과 내용이 중복되기는 하나 전 보건복지부 과장의 “의사인력의 공급 확대가 의사 개인소득의 하향 조절, 농어촌 지역의 의사 수 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 오기보다는 국민 의료비 앙등이라는 역효과를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하는 문장은 이미 의사 공급을 늘린 나라들이 지역별 의료 불균형을 극복하지 못한 사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관료로서 의료 인적자원의 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주고 있다. 의대 정원 2000면 증원 정책으로 필수의료 붕괴의 해결이나 의료비 증가는 없을 것이라는 현재의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반하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과거의 복지부 관료가 명료하게 잘 제시하고 있다.
정책 기고문은 의사인력 추계의 불확실성과 의사인력관리(Heath Workforce Regulation)의 중요성도 잘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필수의료정책패키지’가 담고 있는 거대한 내용도 사실은 1990년대 말부터 정권교체마다 만드는 특별위원회에서 이미 모두 거듭 언급된 내용들이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을 못하는 실정이 의사집단의 반대가 원인인지 정부도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정부의 반복적인 의료 정책 시도의 실패 원인은 보건의료정책의 실현을 위한 하부구조가 없는데서 기인하는 데도 이번 정부 역시 30년동안 쌓인 여러 가지 미해결 의료현안의 해결책으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라는 진부하고도 성공 가능성이 없는 방법을 택하는 함정에 빠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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