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 보장계획에 따라 정부가 로봇수술의 보험급여 적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3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로봇수술 급여화 방향 설정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는 로봇수술 급여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로봇수술은 3차원 영상을 바탕으로 환자의 몸안에 로봇팔을 삽입해 집도의의 원격조정에 의해 수술하는 것으로, 지난 2005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최초 시행했다.
700만~15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수술비가 전액 비급여임에도 수술 건수는 연평균 89% 증가해 지난해 8840건이 로봇수술로 이뤄졌다.
특히 전립선암은 전체 수술 중 로봇수술의 비중이 59.5%(3093건)에 이를 정도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용효과성이 불충분해도 급여의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경우, 본인부담률을 높여 적용하는 '선별급여'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물음표가 따른다.
실제로 지난 9월 열린 심평원의 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급여화되면 로봇수술 환자의 의료비가 경감되겠지만, 부작용도 클 것이므로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하고, 급여 이득이 업체에 집중될 것이므로 국산 개발이 가사화되는 시점에 급여화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날 복지부 보험급여과 김한숙 사무관 역시 "복지부가 딜레마에 빠졌다"면서 "전립선암 등 일부 암종은 로봇수술 건수가 많아 급여 적용으로 환자부담을 덜겠지만, 비용효과성 입증, 장비 과잉공급과 환자쏠림 가능성, 실시건수 급증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이 사무관의 말대로 로봇수술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입증 단계조차도 넘지 못한 상태다.
일례로, 전립선암의 임상적 유용성 분석 결과 로봇수술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개복수술 및 복강경수술보다 우월하지 않았다.
경제성 분석에서도 로봇수술의 진료비는 1800만원으로, 복강경 수술(840만원) 및 개복수술(620만원) 보다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갑상선암, 직장암, 신장암 등 다른 암종에서도 분석 결과는 유사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로봇수술의 편익이 크지 않다"면서 "이 수술이 필수적이고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수술이라면 선별급여가 필요하지만, 고소득 환자가 많이 이용하는 수술이라면 본인부담금이 크더라도 우선적으로 급여 적용할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고가 장비의 의료혜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급여화되면 고가장비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환자들은 빅5병원으로 더 몰릴 것"이라며 "로봇수술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 국내에서의 효과성에 대한 근거를 쌓은 후 급여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비업체의 독점 문제도 급여를 늦춰야하는 이유로 지목됐다.
한림대 비뇨기과 이영구 교수는 "다빈치사가 로봇수술 장비를 독점하고 있는데 1개당 800만원에 달하는 로봇팔을 10번도 못쓰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때문에 로봇을 보유한 병원은 적자에 허덕인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1~2년 안에 로봇을 생산하는 국내 회사가 런칭할 것"이라며 "몇 년 후면 공급업체가 다양해질 것이고, 그 때 가서 급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전립선암이 급여화의 1순위로 화자되는데,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비뇨기과 전공의를 뽑지 못해 폐과 논의가 나올 정도로 어렵다"면서 "급여화하면 현재 관행수가의 반토막으로 책정할 것이기 때문에 특정과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나온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 역시 "건강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면서 "로봇장비가 가장 많이 보급된 미국의 경우 과잉수술, 안전성의 문제로 로봇수술에 대해 재논의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급여화 논의는 뒷북치는 일"이라고 직언했다.
다만, 고려대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만이 급여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외과 입장에선 어느 정도 로봇수술 효과가 입증된 암치료부터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예를 들어, 직장암의 경우 로봇수술의 수술 후 배뇨기능 및 성기능이 다른 수술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향후 소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며, 급여화의 필요성에서부터 집도의의 숙련도에 따른 수가 적용, 실시건수에 따른 수가 차등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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