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尹 지지층, 과거 자료 입맛대로 적용해 의료계 80% 화교설 주장…"尹, 화교 의사 카르텔 깨려한 것" 억측도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 일각에서 국내 의사의 80%는 화교 출신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나와 의료계를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국 의료계를 장악하려는 화교 출신 의사 카르텔을 저격하기 위해 의대증원 등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계엄포고령을 통해 처단까지 경고했다는 것인데 실제론 엉터리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서 윤 대통령 지지층 일부를 중심으로 국내 의사들의 80%가 화교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2004년 화교경제인협회 자료가 빌미…20년 동안 인구 변화∙회원 한정 조사 등은 '외면'
주장의 근거는 20여 년 전인 지난 2004년 한국화교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자료다. 당시 화교경제인협회가 협회 회원들의 직종을 분석한 결과 ‘의약업 종사자’가 27.7%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의약업 종사자 80% 화교설’을 주장하는 측은 27.7%라는 수치를 2023년 국내 화교 인구 65만명(법무부 자료)에 대입해 화교 출신 의약업 종사자가 18만여 명에 달한다고 봤다. 이어 2020년 기준 의사∙약사∙치과의사∙한의사 수를 합한 22만 3004명(복지부 자료) 중 18만명, 즉 80%가량이 화교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는 곧 ‘의약업 종사자’가 아닌 ‘의사 80%’가 화교라는 주장으로 퍼져 나갔고, 윤석열 대통령이 화교 출신 의사 카르텔을 혁파하기 위해 의대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에 나서며 의료계와 갈등을 빚었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언뜻 봐도 허술한 부분이 많다. 우선 근거로 삼고 있는 화교경제인협회의 자료는 20여 년 전 자료로 당시 국내 화교 인구와 현재 국내 화교 인구의 차이는 큰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엔 화교 인구가 65만명에 달했지만, ‘의사 80% 화교설’을 주장한 측이 근거로 삼은 2004년 화교경제인협회 발표를 보도한 기사만 봐도 당시 국내 화교 인구는 2만 2000여 명으로 2023년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듬해 국가인권위원회, 인천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기준 국내 화교 인구도 2만 1000여 명으로 현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화교경제인협회의 자료가 포함된 당시 기사에 따르면 화교경제인협회가 실시한 직종 분석도 협회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당시 화교경제인협회의의 정확한 회원 수는 확인이 어렵지만 5000명 미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사에서 화교경제인협회·중국교민협회·중화요식업연합회의 등이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 화교단체 중화총상회의 회원 수를 5000여 명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화교경제인협회 회원이 5000명이었다고 하더라도 27.7%는 1385명에 불과하다. 65만명의 27.7%인 18만여 명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화교 특별전형' 논란도 재소환…의료계 "요즘 군대엔 중국인도 입대 가능한가"
일각에선 지난 2021년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됐던 대학 입시 ‘화교특별전형’ 문제까지 끌고 와 화교 의사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오래 전부터 화교 출신들이 특혜를 받으며 의대에 입학해 의사가 돼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각 대학이 운영해 온 건 화교 특별전형이 아닌 ‘외국인 특별전형’이다. 화교 특별전형이라고 잘못 알려진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일부 대학의 외국인 특별전형 모집 요강에 ‘대만 국적자(화교)는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라도 지원 가능’ 등의 조건이 있었던 것이 빌미가 됐다.
당시 이 같은 조건이 붙었던 것은 ‘상호주의’ 원칙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대만 대학들은 외국인 전형의 지원 자격을 ‘지원자와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외국인인 경우’로 했기 때문에 국내 일부 대학들도 대만 국적 지원자들에 대해선 부모 중 한 명만 외국인이어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대만 국적 지원자에 대해 이같은 별도 조건을 적용하는 학교는 소수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의대, 한의대에 해당 지원 자격을 적용하는 경우는 3곳 정도로 극히 드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후 국정감사에서 관련 지적이 나오며 현재는 이 같은 지원 자격 조건이 아예 사라진 상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나를 포함한 주변 의사 동료들은 전부 군대에 다녀오고 예비군 훈련까지 받았다”며 “요즘은 한국 군대에 중국인들도 가느냐”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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