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7.25 08:42최종 업데이트 22.07.2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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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100병상·MRI 150병상 보유 의무화…사실상 중소병의원 신규 개원 금지

정형외과 비뇨의학과 신경외과 등 각 진료과의사회 일제히 특수의료장비 설치 기준 개정안 반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특수의료장비 설치 기준을 놓고 각 진료과 의사회들이 일제히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CT는 100병상, MRI는 150병상의 자체 병상이 있어야 특수의료장비 설치가 가능하고 자체 보유 병상이 부족한 의료기관의 공동 병상활용 규정을 폐지하면서 영상진단장비를 갖춘 의원급 신규 개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MRI, CT를 설치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력기준으로 전속 또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 이상, 시설기준으로 자체보유 병상 200개 이상 또는 같은 수의 공동활용병상이 있어야 한다. 이 규칙은 특수의료장비의 무분별한 설치 운영에 의한 불필요한 영상검사 수요 통제와 영상검사 품질관리를 통해 질높은 영상의학 검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3년에 제정, 시행됐다. 그러나 공동활용병상의 음성적인 금전적 거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보건의료발전협의체(보발협)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은 시범사업을 거쳐 시설기준에서 공동활용병상을 폐지하고 자체 보유하는 병상만 인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보발협의 개정안을 통해 국민 지출 의료비를 줄이려는 선한 의도는 이해하고, 의료비 증가에 대하여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라며 "하지만 이 개정안으로 국민 지출 의료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환자에게 필요한 특수검사(CT, MRI) 가 있다면 그 의료기관이 소규모이건, 대규모이건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그 접근성만 낮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라며 “소규모 요양기관이 특수검사장비를 설치하면 불필요한 특수검사를 남발할 것으로, 소규모 요양기관의 의사는 부도덕하고 양심이 없는 의사로 바라보고 있다면 그 추악한 시선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시대적 담론인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준으로 이번 개정안을 바라봐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만약 본 개정안대로 설치 기준이 바뀐다면 상급병원 쏠림 현상이 가중되는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진다"라며 "기존에 특수의료장비를 가지고 있는 요양기관들만 막대한 경제적이득을 취하고, 환자들의 선택권은 사라지고, 신규진입하는 의료기관과 의사들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높은 행정적 벽에 좌절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시대적 흐름은 점점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어찌 이를 거스르려 하는가"라며 "국민 지출 의료비 절감이라는 대의는 이 개정안으로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국민의 불편만 가중시키는 이 가혹한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강력하게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는 “결과적으로 중소 병의원에서 적절히 처리 가능한 환자군의 상급병원 몰림현상을 유발할 것이다. 정작 상급병원에서 CT, MRI를 진행해야 할 중증환자의 검사 지연 등으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1차 의료기관 및 중소 병의원의 전문 진료 영역을 축소시키고 상급의료기관의 불필요한 과부하로 인한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며 “특수의료장비의 안전한 설치와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의미없는 병상수 제한이나 전문의 규정을 없애고, 현실적인 관리제도와 효율적인 의료자원 배분 방안을 모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영상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법안이 최초입법된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의료서비스는 나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CT와 MRI는 특수한 경우에만 시행하는 특수검사가 아닌 이미 많은 질환의 진단이나 경과를 보기 위한 보편적인 필수검사가 됐다"고 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1차 의료가 가장 소외될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 대표적으로 비뇨의학과에서 진료하는 요로결석의 경우 대부분 1차병의원에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질환이며, 질환의 특성상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급성질환으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는 조영제를 이용한 특수촬영 등을 받게 되며 불필요한 조영제 사용 뿐 아니라 때로는 너무나 긴 검사시간으로 고통받는 등의 손해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제기하는 특수의료장비의 남용과 오용, 관리부실에 대한 우려를 위해서라면 1차 의료기관 및 소규모 의료기관의 특수의료장비의 설치를 무조건적으로 막는 행정 독재를 중지하고 합리적인 제재완화와 그에 따른 적절한 견제 방법과 수가 정책, 공급통제 등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개정안은 개선보다는 개악에 가까우며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문제와 20~30년후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커다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150여개의 자체 병상을 소유한다는 것은 병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병원의 신규 개원을 사실상 금지하고 우려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수도권과 도시 지역의 특수의료 장비는 이미 포화에 도달하였으므로 향후 150병상이하의 병원에서 특수의료 장비는 설치할 수 없다. 이는 1차 의료를 담당해야하는 신규 개원의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불평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현재 개원중인 의료기관의 특수 의료 장비는 인정되지만, 명의가 바뀌는 양수, 양도에서 특수의료장비 이전 역시 금지되므로 유한한 수명을 가진 현 개원의들이 은퇴하면 이들 특수 의료 장비들도 사라진다"라며 "이러한 결과로 대학병원을 포함한 일부 종합병원들만이 특수 의료 장비를 보유 할 수 있으며, 수도권과 도시지역에서 조차 CT, MRI 촬영을 위해서 대학병원에 가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T와 MRI를 촬영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찾아야하고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최악의 상상이 현실화되어 의료는 한순간에 붕괴될 것이다. 그러므로 개정안이 1차 의료를 붕괴시켜 무너뜨리는 근원적 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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