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21 01:22최종 업데이트 24.02.2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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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연평균 인구 증가율 0.55% vs 활동의사 증가율 3.07% 의대증원 안해도 의사 초과잉

의사들이 의대증원 반대하는 이유...필수의료·지역의료 공백·격차 심화, 의대교육·의료환경 조성 우선, 병상 재분배 선행, 국민 부담 가중 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가 올해 작정하고 의대증원 2000명의 칼을 빼들었다. 의료계는 이러한 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대증원으로 인한 갈등은 지난 2020년에도 거셌다. 의료계가 의대증원, 의대 신설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22년 10월 '의대 신설과 의대증원의 폐해와 부작용' 릴레이 칼럼을 통해 의사들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를 종합해 봤다. ▲의사인력 초과잉 공급 ▲필수의료·지역의료 공백·격차 심화…의료 질 하락 ▲의대교육·의료환경 조성 우선 ▲병상 재분배, 처우 개선부터 선행 ▲비용효과 대비 국민 부담 가중 등이 있다.

①의사인력 초과잉 공급 우려

정부는 의사 수 부족을 이유로 의대증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료현장의 진짜 문제를 해결할 올바른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저출산 등으로 인구가 줄고 있어 오히려 의사인력 공급 초과잉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인 인구 증가 등으로 전체 인구의 입원일은 늘어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의사인력 공급 추세를 보면 공급 과잉이 발생한다"며 "연간 약 3000여명에게 의사면허가 교부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0.55%에 불과한 데 반해 활동의사의 증가율은 3.07%로 높다. 임상의사 1인당 국민 수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2037년부터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을 넘어서 의사인력 공급 초과잉 상태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공공의대 신설 등을 주장하는 정치권은 지역 간 의료격차 및 의료취약지 등의 인력 부족 문제를 의과대학 신설로 해결하자고 한다. 하지만 지역 간 의료격차 및 의료취약지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닌 정부의 의사인력 수급 정책과 지역 및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진료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근본적 해결 없이 의사인력 증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문석균 부원장은 "OECD 국가의 의사 수는 연평균 1.4% 증가하는데 우리나라는 연평균 2.4% 증가해 OECD 국가의 평균보다 충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결국 OECD 평균 의사 수를 따라잡는다. 그런데 정부는 의대를 신설하고 의사를 더 증원하려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는데, 10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 이태연 부회장은 "일본은 사회문화, 인구구조, 의료제도 등에 있어 우리나라와 유사점이 많아 일본의 의사인력 정책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일본은 2008년 이후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진료과목 의료기관의 폐쇄 증가로 인해 의대정원을 증원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 의사 과잉 양상, 의료비 폭증으로 인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2년부터 의대 입학정원 감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은 "한국의 보건의료 환경에 있어 미래의 패러다임은 순진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무조건적인 양적 증가, 성급한 산업화해서는 안 된다. 첨단화된 의료기술과 의료진의 수준을 반영한 고도화된 예측과 대안 제시가 모든 보건의료정책의 기본이 돼야 한다. 기존의 의료 자원과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창의적인 입안이 먼저 시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공백·격차 심화…의료의 질 하락 

정부는 의대정원을 확대하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만들면 지역에 의사가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대증원과 의대신설로 낙수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대책 없이 의사인력을 확대할 경우 필수·지역의료의 격차는 심화하고 의료의 질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석균 부원장은 "의사 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계 지표가 OECD 국가 대비 좋다"며 "특히 의료접근성, 도시-농촌 간 의사 분포 차이, 기대수명, 영유아 사망률, 암 관리 의료 질 평가, 급성기 의료 평가, 회피 가능 사망률 등은 월등히 좋다. 공공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문제는 공공의대를 늘린다고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부원장은 "공공의대, 공공병원을 신설하면 기존 지역사회에서 공공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던 민간의료기관은 폐업하고 지역 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오히려 지역 의료 공백은 더 생기게 된다.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를 의무화한다면 우수한 학생은 의무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의대부터 지원할 것"이라며 "그만큼 의사의 수준은 떨어지고, 지역의 의대는 경쟁력을 잃고 '서남의대'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국민과 지역구민이 원하는 게 질 좋은 병원과 의사인지, 수준 떨어지는 병원과 의사인지가 핵심이다. 의료 서비스는 다른 용역과 달리 사람 목숨과 관련 있기 때문에 질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다. 의료의 질은 의대증원, 특히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자신의 지역구에 공공의대와 공공병원을 설립하자고 하는 일부 국회의원의 주장은 지역구민에게 수준 떨어지는 공공의대 출신 의사에게 수준 떨어지는 공공병원 의료 서비스만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대교육·의료환경 조성 우선

의료계는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의대정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교육과 의료환경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서남의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의료계는 경고했다.

정부는 서남의대 신설 당시 부실 교육 문제를 지적한 의료계의 주장을 묵살하고 1995년 서남의대는 개교를 강행했다. 하지만 결국 2018년 폐교했고,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한 학생들이 그 피해를 떠안았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2005년 의학교육 단체의 반대에도 전 교육인적지원부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과학자 양성, 대학입시 경쟁의 완화, 기초학문 보호 등으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제도 시행을 포장했다"며 "하지만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이 의전원으로 이탈했고, 졸업생은 의과학자가 아닌 임상 의사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결국 시행 5년 만인 2010년 의전원 제도는 폐지됐다.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며 밀어붙인 정책의 혈세 낭비와 국민 피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며 "서남의대가 신설될 때도 의료계는 부실 교육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교육권 보장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희생양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훗날 의대 신설로 인한 국민의 혈세 낭비와 의대생 교육권 보장이 되지 않았을 때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안덕선 전 부회장은 "미국은 인구 약 3억3000만명에 220개의 기본 의학교육기관을, 우리나라는 인구 5200만명에 40개 의과대학을 가지고 있다. 이를 비교하면 미국 의과대학 수는 우리나라보다 적다. 인구 3800만명의 캐나다는 17개의 의과대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의과대학 수의 국제적 단순 비교를 하면 우리나라는 의대 수가 오히려 너무 많아 보인다. 이런 사실은 OECD 평균이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30개 의과대학이면 충분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소 규모의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서는 평가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110명 정도의 교수와 500병상 운영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의과대학 유지를 위해서 부속병원 연 매출이 최소 3000억원대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의대 1곳을 신설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집계한 결과 연평균 최소 96억원에서 최대 458억원이 투입된다. 부속병원 설립 비용은 약 2371억원, 등록금, 기숙사비 지원 등에는 약 130억원이 투입된다. 신설의대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교수인력 확보도 문제다. 기초의학 전공자가 드물어 서울·경기 지역에도 정년퇴직하고 충원할 교수진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의대 증원이 아니라, 기존 의과대학 교육의 내실화와 전공의 양성 비용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입과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적인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병상 재분배, 처우 개선부터 선행

의료계는 현 의료시스템 문제를 개선하려면 병상 재분배와 필수의료 처우 개선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석균 부원장은 "환자의 대도시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다면 지역별 병상 총량 관리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규모 중심의 의료전달체계(1차, 2차, 3차)에서 기능 중심의 의료전달체계(중증의료병상, 급성기·회복기·만성기 병상, 정신·재활·요양·감염 병상 등)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전영 전 정책이사는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격차 역시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연계돼 있다. 의사의 평균임금은 오히려 비수도권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의 의사 구하기가 더욱 힘들다. 교육, 문화 등 인프라 격차가 클수록 이러한 현상은 심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수도권 의료인력 수급에 있어 병상 재분배 및 비수도권 의사 처우 개선이 더 필요하다. 지방 주요 거점 도시에 국가의 재원을 투입해 병원 환경을 개선하고, 여기서 일할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전문의 배출까지 10년이 걸리는 의대 증원 보다 빠르고 비용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의대 증원의 의도를 보면 의사를 제일 싼 비용으로 유지하겠다는 발상을 가진다"며 제대로 된 처우 개선부터 나설 것을 주장했다. 

비용효과 대비 국민 부담 가중

의료계는 의대 증원과 신설에는 큰 규모의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석균 부원장은 "정부가 정녕 국민을 위한다면 단순히 의대나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대 증원을 하고 의대를 신설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그것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든다. 이는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전라남도의사회 최운창 회장은 "인구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의대 증원과 새로운 의료기관 설립은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라며 "의대에는 연간 들어가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의대 교육과 의대 신설, 병원 설립, 전공의 수련 등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불 보듯 훤하다"고 경고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재현 전 부회장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이 의료를 이용하는 데 현재보다 더 어렵고 불편해지며, 비싸질 것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말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특히 저수가 개선 등을 통한 의사 업무량의 감소 없이 이뤄지는 의사 수 증가는 오히려 의료의 질 저하를 유발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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