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11월의 마지막 날 오후 5시 25분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출발한 KTX 151호 기차 안에서 쓰러진 초등학생 여아의 응급 처치를 위해 나선 의사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가 호출을 받고 해당 객차에 도착했을 땐 바닥에 엄마와 함께 기차에 타고 있던 한 여자 아이가 쓰러져 있었고, 누군가 심장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김밥 먹고 체한 것으로 판단해 손을 따고 있기도 했다. 이번 일은 당시 일반인의 입장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의사의 개입으로 좀 더 적절한 조치와 구조가 이뤄질 수 있었기에 응급상황에 의료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진: 동아대 외과 노영훈 교수(출처: 동아대병원 제공)
같은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던 동아대 외과 노영훈 교수는 의사를 찾는 승무원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객차 2개를 건너 여자 어린이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진행 중이던 심장 마사지를 일단 멈추게 하고 상태를 파악했다. 그 어린이는 다행이 숨도 쉬고 심장도 뛰고 있었다. 그런데 눈이 한 쪽으로 돌아가고 늘어져 있어 경련을 일으킨 듯한 모습이었다. 노 교수는 어린이의 입을 벌려 혀가 말려 들어가지 않았는지 확인했고, 핸드폰 불빛을 이용해 동공반사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늘어진 상태로 좁은 기차 안에서 환자가 1시간 넘게 부산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승무원의 도움으로 당시 가장 가까운 김천구미역에 연락해 119 구조대를 요청했다. 응급 구조 요청을 하던 중 환자가 토했는데 그가 고개를 돌려놓은 덕분에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승무원의 임시정차 조치로 김천구미역에서 119 구조대의 도움으로 부근에 위치한 종합병원으로 무사히 이송됐다. 노 교수는 119 구조대에 환자를 인계한 후에는 기차에 다시 올라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승무원을 통해 응급구조사들에게 연락해 당시의 상황 설명과 취해진 조치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시 어린이 응급환자는 이후 이상 없이 귀가한 것으로 보여지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보다 정확한 사항은 확인할 수 없었다.
누구나 하는 일을 한 것 뿐이라고 겸손해 하는 노 교수는 "승무원들이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잘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승무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조치를 취해줬고, 응급환자 주변에 있던 일반인들의 도움, 그리고 간호사 승객의 도움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어린이 응급환자가 무사히 근처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아 응급환자의 경우는 일반인이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노 교수를 통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아봤다.
환자가 쓰러진 경우 가장 먼저 숨을 쉬는지, 심장이 뛰는지(맥박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입을 벌려 혀가 안으로 말려들어가 기도를 막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혀가 기도를 막은 경우 혀를 앞으로 당겨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 또 구토를 대비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둔다. 만약 토할 경우 구토물이 기도를 막게 되면 사망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주의해야 할 부분은 어른 체중으로 심장마사지를 할 경우 잘못하면 갈비뼈가 부러져 나중에 불필요한 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의료진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한편, 이번에 응급환자를 구조한 동아대 노영훈 교수(외과 전문의)는 8년 넘게 단일공 담낭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배꼽만 절개하는 단일공 담낭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는 학회 활동 기준으로 볼 때 전국에서 수십 명에 불과하고,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