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저출산 문제 해결·3위 감염병 등 공중보건 위기 대응 강화…'보건부 독립' 의제는 긴급도 떨어져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전문가들이 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고 개선이 시급한 의료정책 아젠다는 무엇일까.
연세의대 박은철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오는 10월 10일 발표 예정인 '한국의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위한 의료정책 의제 연구'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NHI)의 재정건전성 확보'가 여러 의료정책 의제 중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국내 의과대학과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 활동 중인 59명의 의료전문가를 선발해 설문을 의뢰했고 그 중 21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객관적인 연구결과 도출을 위해 연구팀은 델파이 기법을 사용했다. 델파이 접근법은 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집하고 요약하는 구조화 과정을 말한다. 특정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고 전문가 의견을 기반으로 예측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의료정책 의제는 중요도과 긴급도의 척도에서 우선순위가 평가됐다.
연구 결과, 중요도 부문에선 '저출산 문제 해결'이 1위를 차지했고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건정성 확보', '감염병 등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대응 강화' 의제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긴급성 부문에선 '감염병 등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대응 강화'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기록했다.
연구팀이 중요도와 긴급도를 종합해 최종적으로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위한 우선 정책 과제를 선정한 결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는 '건보재정 건정성 확보'였다.
특히 우선순위에서 7위를 차지한 '국민건강보험서비스 운영구조 개혁'과 '8위인 '의료전달체계 및 지급제도 개혁' 등 의제도 건보 재정 재무상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주제였다.
이어 2위는 저출산 문제 해결, 3위 감염병 등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대응 강화가 차지했고 이후 4위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바이오헬스 기술 혁신, 5위 치매 환자의 집중적 관리, 6위 정신 건강 관리 및 자살 예방 순이었다.
'보건부 설립과 이에 따른 기관 조직 개편', '의료기관의 역할 재정의' 등은 중요도 측면에서 필요한 의제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긴급성 범주 기준에 충족되지 않았다.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 확보와 관련해 연구팀은 "의료비 지출 증가는 한국 이외에도 많은 국가에서 당면한 어려운 과제다. 의료비 지출은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8.4%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의료비 지출 증가의 원인은 인구 고령화, 만성 및 복합 질환의 유병률 증가, 보장성 강화 정책 등이 있다"며 "한국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의료 접근성이 높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률과 외래 환자 방문 수 측면에서 OECD 1위를 차지하고 치료 차원에서도 암 5년 생존율이 높은 편이지만 반대로 1차의료와 정신 건강 진료의 질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향후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가 더욱 중요한 아젠다가 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견해다.
박은철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은 대부분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대다수 국민이 저렴한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지출 증가로 인해 지속가능성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향후 필수적으로 건보제도의 구조개혁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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