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NICU 홀로 지키던 김진규 교수, 사직 시사…“내가 버티면 더 큰 붕괴, 칼로 스스로 찌르는 심정"
호남권 고위험 산모·신생아 배후진료망 비상…지역 산과 의사들 “전북대마저 폐쇄하면 어떡하나"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진규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저도 정말 버티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시스템이 더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칼을 품고 스스로 찌르는 심정입니다.”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수년간 홀로 지켜 온 김진규 교수는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분만 인프라 포럼에서 오는 7월부로 병원을 떠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도중에 목이 메여 발언을 마무리하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전북대병원에 부임한 김 교수는 자발적으로 지역내 의료기관들과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며 지역 모자의료 개선에 기여해왔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지키는 NICU는 호남 지역 산과 의사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실제 이전까지 대전, 대구,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로 이송되던 지역 내 환자들이 다시 전북대병원으로 몰렸다. 이는 김 교수에게 큰 보람이었지만 동시에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환자가 무려 6배나 늘어났고, 신생아 의사 구인난 속에 최근까지도 주 90시간 근무, 50시간 연속 당직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호남 지역 신생아 진료를 개인의 헌신으로 떠받쳐 온 김 교수가 사직까지 고민하게 된 것은 단순한 피로감 때문이 아니었다. 한 명의 의사가 계속 버티는 동안 위기는 가려지고, 결국 더 큰 붕괴가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호남 지역 산과 의사들은 김 교수가 떠날 경우 전북은 물론 호남권 고위험 신생아 진료체계 전반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A 의사는 “전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담당 교수가 1명뿐이고, 기독병원은 분만을 받지 않은 지 수년이 지났다. 원광대도 상황이 좋지 않다”며 “그나마 활성화돼 있던 전북대 NICU마저 폐쇄하면 호남 지역 고위험 산모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했다.
전주에서 산부인과를 운영 중인 B 의사 역시 “분만을 하는 입장에서 전북대병원 NICU 운영난은 직격탄이다. 그간 김진규 교수가 있어서 아기를 보내는 데 있어서는 큰 어려움 없이 버텨왔던 것”이라며 “결국 인건비와 법적 문제에 따른 인력난이 문제일 텐데, 재정적인 문제라면 개인 사비를 들여서라도 도울 용의가 있다”고 읍소했다.
김 교수는 대책을 묻는 의료진에게 “내가 죽을 때까지 갈아 넣으면 되긴 한다. 개원한 친구에게 당직이라도 며칠 서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별짓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희망이 없는 신생아 의료에서 시간만 계속 낭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내가 버티면 결국은 나중에 한꺼번에 다 무너질 거란 생각이 들어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병원도 인력 채용을 위해 많이 도와줬다. 처음엔 연봉 4억원을 얘기하다가 6억~7억원까지 올라갔고, 최근에는 상한을 없애겠다고 했다”면서도 “그래도 사람 구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모자의료 붕괴는 현재 인구구조와 인력구조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봤다. 고령·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늘어나는 가운데, 정작 산과와 신생아과 인력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년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전국에서 13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실정이다.
그는 “병상이나 장비가 없는 게 아니다. 병상이 비어 있어도 전문 인력이 없다”며 “야간에 다 혼자 당직을 서고 있다. 당직을 서면서 26주 쌍둥이, 리스테리아 패혈증 같은 중증 신생아들을 혼자 보면서 너무나 외로웠다”고 했다.
이에 김 교수는 ▲거점화 ▲네트워크 ▲이송 현대화 ▲배후진료 통합을 핵심 키워드로 제안했다. 특히 국가가 책임지고 지역 중증모자센터에 ‘융단 폭격’ 수준의 지원을 쏟아부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중증·권역모자센터를 거점화하고, 거기 하나라도 집중 지원해서 제대로 살려놔야 거점 내에서 뺑뺑이 도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현재 시범사업 중인 네트워크 사업도 강화해야 한다. 권역별 코디네이터를 운영하면서 이송 수가 등을 통해 역이송과 이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모자의료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산모와 신생아를 이송 중에도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권역별 이송팀과 함께 매칭해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아외과, 소아심장, 소아신경 등 신생아·산과의 배후진료 분과에 대한 동반 지원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중증센터 숫자만 늘린다고 될 일은 아니다”라며 “거점화, 역할분담, 이송 시스템, 배후진료, 인력에 대한 보상과 법적 리스크 완화를 통해 남아있는 인력이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서울대병원 수준으로 육성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에 그걸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