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북한 출신 탈북의사들의 국내 의사면허 인증 제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의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인정심사 신청에 횟수 제한이 없고 면허 취득에 따른 재교육 등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아직 북한 출신 의사의 수가 많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 않지만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의 면허 인정체계가 지속된다면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통일보건의료학회가 지난 2일 주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남북 보건의료인력 교류협력을 위해선 탈북의사들의 국내 의사면허 인증제도가 보다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북한에서 의사면허를 갖고 있는 탈북자들은 통일부와 국정원에서 학력 인정 심사를 거쳐 의과대학 졸업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때 국시 응시자격 인정심사는 국내 의대 교수 5인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진행된다. 심사는 면담 형식으로 진행되며 구체적으로 ▲의료활동내용 사실확인 ▲기초전문지식 ▲임상지식 등이 평가된다.
인정심사 합격 추이를 보면 2014년 8명이 신청해 1명만이 응시자격을 인정받았고 2015년엔 14명 중 5명, 2016년엔 9명 중 7명, 2017년엔 4명 중 3명이 인정심사에 통과했다. 올해는 6명 중 3명이 응시자격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시 응시자격 인정심사의 횟수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의과대학 졸업자들과의 질적 수준 차이가 심하다는 비판과 함께 해외 의과대학 졸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외국 의과대학을 졸업한 경우, 탈북의사처럼 면담 형식이 아닌 1차 필기와 2차 실기 등 예비시험이 진행되고 이를 통과해야 의사 국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 외국 의대 졸업자의 의사국시 응시자격 예비시험 합격률은 17%에 그친다.
원광대 의과대학 김영전 교수는 "응시자격 인정심사의 횟수 제한이 없다 보니 심사 자체가 또 다른 시험으로 변하고 있다"며 "인정심사에 떨어진 북한이탈 의사가 수년에 걸쳐 계속 심사를 신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런 기회가 계속 주어지는 것이 괜찮은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의사들의 경우도 외국 의대처럼 면담이 아니라 예비시험 형태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북한은 헌법상 우리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법률에 따라 시험을 따로 진행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 파악과 추가 교육 과정 등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지금의 방식으로 가다간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한 북한의사들의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면허를 취득한 북한의사 대부분이 현장에서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대 의과대학 이혜원 교수(대한의사협회 남북의료협력위원회 위원)는 "북한 의료인 면허 자격 인정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많다. 특히 북한은 의과대학 6년 과정 이외 의학전문학교, 통신학부 등을 통해 의사가 될 수 있다. 이 중 통신학부의 경우 특별한 자격없이 의료기관에서 일정기간 근무만 하면 지원 자격이 생긴다. 이 같은 교육 과정을 어떻게 볼 것인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날이 갈수록 남북 의료인력 교류와 협력 방안이 중요해지고 있다. 소수 의과대학에서 추가 교육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교육 과정이 정식으로 프로그래밍되고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치과와 간호계 역시 탈북의사에 대한 국내 의료인 면허 인증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봤다.
단국대 신동훈 치의학과 교수는 "의료인 면허는 독점적 권리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호혜 수준에서 관리돼선 안 된다"며 "우리 의료체계가 더 우월하니 인정체계를 어렵게 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북한에서 인정받은 의사 면허가 과연 국내 의료체계 내에서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다. 필기와 실기 시험을 모두 통과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세대 간호대 추상희 교수도 "북한의 보건의료인력 교육을 남한의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국제적인 시각으로 국제 표준에 맞춰 논의해야 한다"며 "북한도 보건의료교류 차원에서 오너십을 갖고 책임감 있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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