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는 의사들6] CEO 정희두에 이어...
#헬스웨이브
메디게이트뉴스: 헬스웨이브라는 회사를 의사 눈높이에 맞게 소개 좀 부탁합니다.
-의학적인 지식을 출판하겠다고 하면, 그걸 해주는 출판사는 많아요.
저자 입장에선 내 돈 들이지 않고도 출판해,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하고 본인도 쓰고 이익도 얻죠.
그런데 의학은 시각화가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이 의학에 좋다"라는 건 많이들 아시지만, 의학 애니메이션을 출판하려면 내 돈을 주고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애니메이션 출판사가 없으니 용역밖엔 방법이 없어, 돈이 되게 많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콘텐츠 한두 개를 만드는 것조차 힘든데, 이게 바로 Problem인 거고요.
저의 Solution은 의학 지식을 책으로 출판해주는 의학 출판사처럼, 애니메이션으로 출판해주는 '의학 애니메이션 출판사'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출판하고 싶은 좋은 콘텐츠(그는 이것을 Author 콘텐츠라고 불렀다)를 가진 학회나 의료인 그룹은 우리 회사를 찾으면 되는 거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께서 이 비즈니스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 찾아냈던 시장의 니즈는 무엇이었나요?
-첫 니즈는 시각화였어요.
많은 의사가 수술 동의서 받을 때마다 그림을 그리는데, 저는 유난히 많이 그렸어요.
반면에 그림을 안 그리고 말로만 설명하는 의사도 많죠.
그래서 의학 정보를 시각화하는 니즈를 먼저 발견했죠.
미국의사는 한국의사보다 이런 니즈를 정말 많이 알거든요.
그런데 시각화하려니 애니메이션 자체가 전문의학품 성격을 갖는 거에요.
애니메이션 제목이 '유방미세침 흡인세포검사 안내'라고 하니깐 일반인이 못 찾더라고요.
그래서 찾은 두 번째 니즈는 의료정보 콘텐츠는 결국 내용이 깊어지면 전문가가 찾아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선 이것을 인포메이션 프리스크립션(Information Prescription)이라고 하고요, 정보처방인 셈이죠.
세 번째는 시각화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거였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그런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헬스웨이브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콘텐츠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컨셉이랄까요? 원칙이 있어요.
바로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입니다.
저희는 애니메이션의 모든 소스에 있어, 일러스트 하나를 그릴 때도 애니메이션 툴로 그려요.
모든 걸 부속화시켜 레이어를 짜서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심장을 그릴 때도 몸 전체를 먼저 만들어 깔고, 거기에 사이즈를 맞춰 심장을 만듭니다.
그렇게 부속화하는 걸 10년 동안 했어요.
그런 다음 계약 처음부터 고객에게 "그림에 있는 소스를 우리 회사가 활용할 거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돈을 내고 용역을 맡지만, "똑같은 애니메이션을 다른 고객이 요구하면 콘텐츠가 거의 같을 거다. 왜냐하면 같은 포트폴리오를 쓰기 때문에"라고 알리는 거죠.
대신 소스 재활용에 동의하면 애니메이션값을 깎아줍니다.
다른 회사보다 비싼 값을 받는 것보다 소스를 확보하는 게 우리는 더 중요하거든요.
합법적으로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회사가 (Netter 그림으로 유명한) 미국의 ADAM이라는 출판사보다 소스는 더 많을 겁니다.
(기업이 아닌) 일반 고객이 돈을 안 내도 광고라는 방법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출판하려면 가격 파괴가 필요한데, 저희처럼 소스 확보가 돼야 그게 가능하고요, 그게 헬스웨이브의 경쟁력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헬스웨이브의 현재 재정 상황이 궁금합니다. 직원들 월급은 제대로 주고 있나요? 수익은 나고 있는지요?
-일단 처음에 회사를 만들 때 목표가, '글로벌에서 승부 건다'였어요.
처음 서비스를 한국에서 시작했던 이유는, 저희 같은 서비스는 '대중화된 모바일 디바이스'와 비디오 스트리밍이 가능할 정도의 '빠른 네트워크 환경', 고령이 대부분인 환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접근성'이 필요한데, 이런 환경은 2011년 당시 한국의 인프라 외에는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이런 인프라는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2015년쯤이면 미국도 한국의 2011년처럼 될 거로 생각했고요.
미국이 준비될 때 들어가면 힘들다고 봤기 때문에, 그 전에 한국에서 비즈니스 모델 다 세팅하고 애니메이션 소스 확보한 후에, 미국이 열리면 한국 모델 그대로 들어간다는 게 전략이었죠.
그리고 이런 계획에 동의하는 사람에게 투자받아, 우리가 일으키는 매출의 부족한 부분을 (투자금으로) 백업하는 계획이었어요.
스타트업 중엔 매출이 전혀 없는 회사도 있는데, 현재 자체 매출과 투자받은 돈으로 반반을 지출하니 나쁘진 않은 상황인 거죠.
메디게이트뉴스: 최근에 카카오 VC(Venture Capital, 창업투자회사)인 '케이큐브'에서 펀딩(Funding, 자금제공)을 받으셨더라고요. 당시 상황 소개 좀 해주세요.
-우선 카카오로부터 펀딩 받는 데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라는 과제가 있었어요.
메디게이트뉴스: TIPS라는 게?
-국가가 자국 기업에 합법적으로 지원해줄 방법은 R&D 밖에 없거든요?
예전엔 기업에 주는 R&D를 대학 교수가 평가하다 보니, 'R&D스럽게'만 끝나서 연구가 끝나도 사업화가 안 되는 게 많았고, 그래서 도입한 게 TIPS죠.
이스라엘은 정부가 일정 자격을 갖춘 VC를 선정한 후, 그 VC가 투자하면 정부의 매칭펀드가 따라서 투자되는데요, 그런 모델을 차용한 게 TIPS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케이큐브는 TIPS로 먼저 선정되면,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고요.
2년 반 전은 헬스케어가 현재만큼 뜨지 않았고, R&D를 평가하는 사람에겐 시장도 크고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영역이어서 그런 상황이 (TIPS 선정에) 어필했던 것 같아요.
일반적인 문화 콘텐츠는 번역하면 외국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지만, 헬스케어 영역은 나라별로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 가능했던 점도 있고요.
TIPS가 저희에겐 매우 큰 기회였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스타트업에서 펀딩이란 자금력 확보 외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실 VC들이 돈만 투자하진 않거든요?
저는 스타트업이 경마장의 경주마라고 생각하는데요, VC는 거기에 돈을 베팅하는 거죠.
돈을 투자하면, VC는 경주마가 이길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비롯한 모든 리소스를 투자해서 돕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반면에 펀딩을 받으면 어떤 제약들이 따라오게 되나요?
-가장 달라지는 건, 회사가 공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때부턴 내 회사가 아닌 게 되고, 불법을 안 저지르는 게 가장 중요하죠.
쉽게 가는 길을 못 간다는 게, 경영자 입장에서는 제약일 수 있어요.
메디게이트뉴스: 스타트업이라는 게 정말 수입만 놓고 따지면, 리스크를 떠안고 결국은 나중에 한 방을 노리는 거잖습니까? 물론 그런 한방 때문에 모든 분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회사의 가치와 선생님의 주식 보유율이 궁금합니다.
-글쎄요, 되게 조심스러운데요?
아직은 크진 않죠. 실현된 가치는 아니니깐요.
메디게이트뉴스: 월급은 있으신 거죠?
-월급은 있죠.
있지만, 임상 의사보다 아주 적어요.
다른 직원도 있는데, 내가 의사라고 많이 가져갈 수도 없고요.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직원 수와 직군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다른 의료인이 혹시 있나요?
-지금 직원 구성을 보면, 애니메이터가 8명이고요,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하는 간호사 출신이 1명, 개발자가 3명, 총무 및 영업팀 2명, 그리고 부사장님과 저하고, 미국 사무실 마케팅 매니저 해서 총 17명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미국 진출 상황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지금 존스홉킨스병원의 이비인후과 교수와 연구하는 게 있어서요, 미국 사무실은 볼티모어에 있고, 작년 여름부터 시작해 마케팅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어요.
미국 VC는 한국 기업에 투자를 잘 안 해요.
미국 경기가 좋아져 미국 회사에 투자하기도 바쁜데, 먼 한국까지 올 필요가 없죠.
그들은 미국에 실체가 있어야 투자를 하더라고요.
지난 여름부터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해 뉴욕에 있는 Mount Sainai Beth Israel Hospital이라는 병원 전체가 첫 저자(비즈니스 파트너)로 등록됐습니다.
미국 실적 증명이 된 상태고, 그걸 바탕으로 미주 법인이 투자를 받는 게 지금 목표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미국에서 경쟁사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시나요?
-미국엔 용역을 맡는 애니메이션 회사는 엄청나게 많아요.
퀄리티도 엄청나고요, 거의 픽사(PIXAR) 수준입니다.
하지만 출판이라는 개념까지 적용하려면 가격파괴가 필요한데, 그런 회사는 아직 없어요.
대부분 용역만 하지, 저희 같은 모델은 없죠.
미국엔 제약이나 의료기기 회사에서 돈을 들여 광고를 만드는 의료 애니메이션 시장은 있지만, 일반인이나 의료인 교육 목적으로 적정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출판하는, 일종의 대량생산 개념으로 접근하는 회사는 없고요.
출판을 고려하려면 가격파괴가 필요한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죠.
메디게이트뉴스: 미국 상황은 잘 알겠습니다. 헬스웨이브가 헬스케어 시장에 주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일반인들에게는 헬스 리터러시(Literacy, 문자해독)에 대한 솔루션, 이게 저희가 줄 수 있는 가치고요.
현재 굉장히 많은 회사가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데요.
신약, 의료기기, 웨어러블과 같은 걸 어떻게 쓰는지, 이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이게 해결하려는 병이 무엇인지 다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잖아요?
이 서비스를 풀어내기 위해선 서비스 자체를 고객에게 알기 쉽게 풀어야 하는 리터러시가 또 있거든요.
애니메이션을 저렴한 가격에 리스해주는 서비스처럼, 각자의 고객들에게 전달할 헬스 리터러시를 해결할 애니메이션 솔루션을 적정 가격에 공급하는 거죠.
#에필로그
메디게이트뉴스: 사업가로서 임상가를 다시 만나면 느낌이 어떠신가요? 이질감 같은 게 드시나요?
-사업상 만나는 분은 오히려 이질적이지 않고요, 저는 지금 하는 일이 임상가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외과 의사로 수술을 직접 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설명하는 게 훨씬 좋아서 이 일을 하고요, 그 대상자가 넓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사실 지금도 임상의사로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의사 출신 창업자 중에 가깝게 지내시는 분 소개 좀 부탁해요.
-제일 가깝게 지내는 분은 이상봉 선생님입니다.
이분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신데, '바른의학연구소'라는 출판사를 하세요.
임상진료지침 같은 책도 만드시고요, 저랑 비슷하네요, 출판업이니깐.
그다음에 요즈마그룹코리아의 전진희 선생님과 힐세리온의 류정원 선생님과도 잘 지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이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미국 투자 유치에요.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투자받은 자금이 미국 가서 투자유치를 받기 위한 돈이었거든요.
미국 법인이 투자받기 위한 기름을 받은 거니, 미국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요.
현재 그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헬스케어 분야에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의사의 역할이랄까요? 앞으로 더욱 커지게 될까요?
-미국 가보면 임상의가 아닌 의사들이 되게 많아요.
미국의 스타트업에 가보면 굉장히 많은 의사들이 '딴짓'을 하고 있죠.
제 생각엔 한국도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 같고요.
결국 '문제'와 '해결'인데, 의사가 아니면 문제도 알 수 없고, 해결책도 못 내놓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론 핵심적인 역할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을 희망하는 의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음…
스타트업 사장님을 만나보면, 대부분 상당수가 관련 전공업체 출신이 많으세요.
보기와 달리 완전 비전공자가 맨땅에 헤딩한 경우를 많이 못 보죠.
잘 살펴보면 다들 그 사람의 유니크한 뭔가가 있고, 다른 사람에겐 없는 전문성이 있어요.
아니면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디어가 있어서 나온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의사가 스타트업을 생각했을 땐, 정말 뭔가가 있지 않다면 본인이 하는 데서 뭔가를 찾아야 하고요.
그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찾고 실행에 누구보다 빠르게 옮기는 각오, 불굴의 의지가 된 다음에야 창업하는 거지,
그게 없는 상황에서 "나는 창업할 거야"라고 시작하면 완전히 앞뒤가 바뀌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의사는 안전장치가 하나 있죠.
의사 면허가 있잖아요?
다른 일반 직장인은 정말 창업하고 싶어서 했다가, 망하면 나락이 될 수 있어요.
전혀 안전장치가 없거든요.
하지만 의사들은 망해도, 당직 의사를 해서라도 처자식 안 굶길 방법은 있죠.
사실 저도 처음 스타트업 시작할 때 정말 안될때는 평생 할아버지 될 때까지 응급실 당직을 서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이거 그냥 해야겠다고 생각해 시작했고.
사실 응급실 당직 월급이 그래도 먹고사는 데는…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직장인 평균 월급보다는 높죠.
-높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물이 하나 쳐있는 상태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거예요.
안전망이 있는 상태에서 하는 거죠.
그런 안전장치가 없이도 창업하는데, 안전장치가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그런다고 저도 덜컥 한 것은 아니고요. 조금씩 무게 이동을 했거든요.
공보의를 하면서 연구과제를 했던 거, 그리고 말씀드렸던 마린블루스 경험 등 말이죠.
풀타임으로 뛰어들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한 상태에서 이행과정이 부드럽게 넘어온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창업하실 때 본인의 위치에서 최대한 부드럽게 갈 거냐를 고민하시되, 너무 쉽게 돌아가지 않도록 퇴로를 막는 장치를 둬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어차피 외과의사론 돌아가지 못할 거라 각오하고 나온 거니깐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맹장 수술 겨우 할 정도니깐요.
그리고 이렇게 회사 CEO로 인터뷰를 많이 했으니 제안도 많이 안 오겠죠.
이미 임상이 아닌 곳에서 10년 넘게 근무해서 그런지, 인터뷰 내내 과거에 수술방을 들락날락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 글이 창업을 고려하는 의사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란다.
다음 인터뷰는 제약의사를 한 번 더 다룰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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