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어떤 의미에서 주식 투자와 비슷하다.
실패한 사례는 빠르게 사람들의 기억 뒤에 묻히고, 성공 사례는 드물지만 과장돼 확산한다.
해당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조차 성공보다 실패가 더 잦고, 그런 전문가보다 관련 지식이 부족함에도, '필이 꽂힌' 사람은 본인의 실패 가능성엔 관대하다는 점까지도 유사하다.
최근 본인의 임상 경험을 살려, 의료 산업의 니즈를 파악해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고려하는 의료인이 늘고 있다.
이런 의료인에게 11년 차 스타트업의 경영자 말은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오늘 인터뷰 주인공인 정희두 외과 의사는 헬스웨이브('헬스브리즈'라는 서비스명으로 사명 변경을 고려 중이란다)란 회사의 CEO다.
이 회사는 의료 애니메이션을 생산하는 콘텐츠 출판사로, 그는 2006년부터 경영을 시작했다.
그에게 헬스웨이브가 11년 동안 '망하지 않고' 버틴 비결을 물어봤다.
[딴짓하는 의사들6] CEO 정희두1
#창업 전
#스타트업의 시작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
[딴짓하는 의사들6] CEO 정희두2
#헬스웨이브
#에필로그
메디게이트뉴스: 안녕하세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상을 떠난 지 얼마나 되셨죠?
-마지막 맹장 수술한 게 아마…
(잠시 생각 중) 2003년 2월이네요.(웃음)
메디게이트뉴스: 저 같은 어시스턴트를 데리고 지금 Appendectomy(소위 '맹장수술')를 하라면 하실 수 있겠어요?
-가끔 잠 안 올 때 수술 장면이 생각나긴 하더라고요.
Appendectomy…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더 복잡한 거 하라면 힘들 거 같고요.(웃음)
메디게이트뉴스: 임상에 미련은 없으신가요?
-현재는 없어요
(그의 대답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창업 전 그의 성장 과정이 궁금했다.)
#창업 전
메디게이트뉴스: 의대 입학 후 현재까지 과정을 개략적으로 설명 부탁합니다.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학생회 임원을 꼭 권하셨는데, 지방에선 임원을 하면 오만 뒤치다꺼리를 다 하거든요.
학교 신문도 내고, 문집도 편찬하고요.
이런 일을 하면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디자인이나 기획, 이런 거에 대한 트레이닝이 됐던 것 같아요.
그게 이어지면서 의대 와서도 학생회를 했고요, 그림에 관심 있다 보니 홍보 쪽 일을 하게 된 거죠.
대학에 와서 중·고등학교 때보다 디자인이나 기획이 더 많아졌어요.
의대엔 사실 정치적인 대자보를 하진 않지만, 실생활 정보를 알릴 때 그림을 삽입하면 훨씬 효과가 좋거든요.
만화 그리는 일을 계속하면서 학교 축제 때 만화를 제작했는데, 그땐 비디오카메라가 없어서 의대생들이 익숙한 슬라이드로 영화를 만들었죠.
일 년에 몇 편은 만들었던 것 같고요.
스토리보드 기획하고, 시각화된 영상물, 사실 완전한 영상물은 아니지만 기획 차원에선 차이가 없는, 그걸 UCC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한 거죠.
전공의 시절 신문에 연재했던 만화
그러다 외과 레지던트가 돼서 바쁘게 일만 했는데, 2000년 의약분업 파업이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게 사실 의사 협회 차원에서는 억울한 일이었지만,
매일 '대체조제', '임의조제'라고 주장하면서, 사실은 그게 무언지조차 제대로 전달도 안 하면서 안 된다고만 떠드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전공의협의회 홍보 이사를 맡으면서 간만에 다시 만화를 그려 대자보에 붙였는데 이게 히트를 했던 거죠.
그러면서 당시 '청년의사'에 계시던 이평복 선생님께서 만화 연재를 권유하셔서, 졸지에 전공의 하면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땐 의약분업을 보면서 "의사를 해야 해? 말아야 해?" 많이 고민했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임상의사가 오만 모순의 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연재했던 만화 제목도 '닥터딜레마'였고요.
조선일보의 김철중 선생님이 그걸 보고 연락하셨고, 그래서 4개월 정도 조선일보에 연재하고 군대에 갔죠.
(수련 때 의약분업을 직접 겪었던 의사 세대들은 '확실히' 감회가 다르다.)
메디게이트뉴스: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와이프와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본과 3학년 때 연애를 시작했는데, 와이프는 그때 연애가 처음이었던 여자였어요.
그런데 와이프가 어느 날 "봄에는 같이 손잡고 다니면 좋은데, 겨울에는 손 시려서 어떡하지?"라는 뜬금없는 고민이 들었나 봐요.
제가 그 말을 딱 듣고 "그래? 커플 장갑을 만들어 봐야겠다"라고 생각해, 인형을 사다가 속을 파내서 손 두 개가 들어갈 수 있는 걸 생각했죠.
와이프에게 이걸 말했더니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던) 와이프가 "만들어보자" 해서 같이 인형을 만들어 특허까지 냈어요.
메디게이트뉴스: 하하하
-어쨌든 당시 샘플 3개를 들고 특허 신청을 했는데 등록이 되더라고요.
근데 당시엔 그걸 어떻게 하진 못하고 그냥 가지고만 있다가, 의약분업이 터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봉제인형 회사 다섯 군데에 이메일을 보내 한 곳에서 연락을 받았죠.
그 봉제회사가 '마린블루스'와 '마조앤사디'로 유명한 회사고요, 원래는 자체 캐릭터가 없어서 '마시마로' 등을 라이센싱하는 회사였어요.
그 회사에서 저를 만나자고 해서 몇 년 묵혔던 봉제인형을 들고 간 거죠.
사장님이 저를 보더니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라고 묻더군요.
"이런 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다"라고 했더니, 황당해서 제 뒷조사까지 했더라고요.(웃음)
그 사장님께선 주로 해외 캐릭터를 라이센싱해서 사업하셨는데, 자체 캐릭터의 필요성을 느끼셨나 봐요.
그래서 고려했던 것 중 하나가 인체 장기를 캐릭터화하는 거였는데, 고민만 하고 계시다가 만화를 연재하는 의사를 마주친 거죠.
그러면서 봉제인형은 뒤로 밀리고, 인체 장기 캐릭터에 완전 꽂혀서 레지던트 때 그쪽 팀하고 캐릭터 개발을 같이하기 시작했죠.
메디게이트뉴스: 서로 운이 좋았네요?
-네, 맞아요.
1년을 그렇게 같이하다가, 당시 회사에서 '마린블루스' 연재를 시작하던 정철연 작가를 스카우트하면서, 정철연 부부에게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트를 배웠어요.
회사에 가서 캐릭터 개발하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도 쓰고, 기획도 하고, 플래시 애니메이터도 만나면서 콘텐츠 비즈니스 트레이닝을 2~3년 정도 했던 거죠.
웹툰 '마조앤새디'의 한 컷 <출처 :http://seomindang.com>
그곳에서 트레이닝하면서 "의료도 콘텐츠가 저렇게 가야 하는구나!"라는 마인드를 가졌고, "이렇게 비즈니스를 만들 수만 있다면 병원에 복귀하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어릴 때부터 그림에 대한 관심이 많았나 봐요?
-어머니가 선생님이셨는데, 제가 6세 때 완전 시골로 발령 나셨고, 저는 어머니가 담임인 초등학교에 다녔어요.
제가 2학년 때 어머니가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를 하셨는데, 일만 하시려니 몸이 근질근질하셨나 봐요.
그래서 미술학원을 하셨던 거죠, 그냥 가정집에서 하는.
동네 애들이 갈 데도 없는 시골인지라, 학생이 되게 많았어요.
60명 정도 됐던 것 같은데, 제가 중학생이 되니깐 엄마가 방학 때 보조 교사를 시키더라고요.
그때부터 애들 가르친 것을 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거죠.
제가 더 나이가 드니, 학생들 도안할 게 있으면 저한테 시키셨고, 어머니 도우면서 그림에 관한 일을 배웠죠.
#스타트업의 시작
'스타트업(Start-up)'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기업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로 창업붐이 일었을 때 생겨난 말로, 보통 고위험·고성장·고수익 가능성을 지닌 기술·인터넷 기반의 회사를 지칭한다.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스타트업을 시작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공보의 때 대학원 규제가 풀리면서 '충북대 의학정보센터'란 곳에서 복지부 연구과제를 했는데, 거기서 대국민 보험교육홍보방안과 관련한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어요.
저는 처음엔 이원복 교수님처럼 단순히 만화책을 만들려고 했는데, 단순한 메디컬 일러스트는 돈이 안 되는 거에요.
그리고 막상 그린다 해도 관련 내용이 너무 복잡해, 카툰으로는 풀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결국, 의료 영역에선 '애니메이션'이라는 시간의 축을 넣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카툰보다 애니메이션은 인력이 많이 필요한 데, 이게 '산업화'를 해야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스타트업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고, 의료 정보를 전달하려면 애니메이션 아니면 답이 안 나오는데, 하려니 회사가 필요했던 거죠.
메디게이트뉴스: 그러면 언제부터 창업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던 거에요?
-당시 공보의 때 하던 연구과제라는 것 자체가 과제 금액 안에서 인건비 주고 이것저것 비용 다 털고 흑자를 남겨야 하는 건데요.
돌이켜보면 연구과제를 하면서 이미 비즈니스를 한 거나 마찬가지죠.
"돈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돈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간접경험 말입니다.
사실 연구과제 하면서 창업을 염두에 뒀었어요.
가운 소매의 현실감 넘치는 누런 때에 주목하자
메디게이트뉴스: 창업이란 과정을 보통 의사들에게 개략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보통 피치덱(Pitch Deck, 회사의 비즈니스 계획을 잠재적 투자가들에게 빠르게 알리는 것)할 때도 Problem and Solution(문제와 해결책)으로 시작하잖아요?
창업의 첫 번째 역시 Problem and Solution이죠.
그래서 풀고자 하는 확실한 문제가 있고, 풀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 있어야지, 단순히 창업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이 해결책은 확실하고, 내가 구현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경쟁자보다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실행력까지 담보하지 못하면 창업을 하면 안 되거나 못하겠죠.
메디게이트뉴스: 의료기관이 아닌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음… 저 같은 경우 임상의사를 계속 못 하겠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환자도 많이 죽고, 소송하고 멱살 잡히는 게 비일비재 하잖아요?
그리고 문제가 터지려면 일이 꼬여서, 아무리 선량하고 능력 있는 의사도 그런 경우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죠.
저는 저렇게 고생하면서 두 다리 뻗고 살지 못하는 인생을 평생 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와이프도 저랑 1년 살더니, "당신은 가족들 밥만 굶기지 않으면 딴 거 하는 게 더 낫겠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메디게이트뉴스: 회사보다는 의료기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셨던 거군요?
-네.
메디게이트뉴스: 딴 일을 한다는 게, 임상가로서 벌 수 있는 기회비용을 잃고, 수익이 나기 전까지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잖아요?
상황이 그러면 주위 시선도 "너 딴짓 할 때부터 알아봤다"라든지 하는 그런 비아냥도 있을 거고요.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많이 힘들었죠.
그래서 동문회를 안 갔으니깐요.
의대 사람들을 안 만났습니다, 만나면 힘 빠지니깐...
오랫동안 친했던 친구를 제외하곤, 안 갈 수 있는 자리는 다 안 갔어요.
가서 신날 일이 없죠.
(비아냥의 근원이 안정감에 대한 자부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안정감이란 게 정형성에 기반을 둔다는 생각이 든다.)
메디게이트뉴스: 스타트업을 하시면서 "내 인생이 바닥까지 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여러 번 있죠.(웃음)
여러 번 있습니다.
2006년 회사 처음 차렸을 땐 1주일에 6일 퇴근하면, 5일을 절망 속에 했어요.
겨우 하루 정도나 그렇지 않았을까요?
2009년 되니깐 1주일에 3일 정도 괜찮고 3일을 절망 속에 가게 됐고,
지금은 5일을 희망으로 퇴근하고요.
나머지 하루를 절망 속에 가는 것 같아요.(웃음)
메디게이트뉴스: 가정불화라든지 이런 문제는 없으셨는지?
-와이프가 결혼 때 형편이 좋지 못했어요.
그래서 신혼집이 월세방이었는데도, 와이프는 압류 딱지 붙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와이프가 굉장히 어려운 상태에서 결혼해서, 결핍에 관한 내성은 높았죠.
메디게이트뉴스: 너무 부정적인 것만 여쭤봤는데요, 진료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나요?
-"제일 좋다!" 이럴 때는 낮에 밖에 돌아다닐 때죠. 미팅한다고…
메디게이트뉴스: 특히 날씨 좋을 때?
-그렇죠.
외과 의사를 했으면 제 나이 때 절대 누리지 못하는 거니깐요.
그리고 "너 때문에 누가 죽었다"는 불평을 안 듣는 거고요.
(반복되는 고백에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
"2006년에 회사 처음 만들 땐 목표가 대한민국 근로 소득자 평균까지 월급을 올린다는 거였는데, 거기까지 10년 걸렸네요.
하지만 직원들은 그 이상 받길 원할 거고요, 그러면서 다들 고민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죠.
월급을 충분히 못 주는 게 항상 짐이긴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이런 소규모 스타트업 회사에서 CEO의 주된 역할은 뭐죠? 올라운드 플레이어?
-맞습니다. 정말 모든 걸 다해야 한다는 거죠.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면, 혹시 세금계산서 끊을 줄 아세요?
메디게이트뉴스: 저는 아직 모릅니다.
-세금계산서는 기본이고요, 복사부터 시작해야죠.
회사 애니메이터들에게 애니메이션 주력 전문성을 살려줘야 하니깐, 작은 회사일수록 업무의 갭이 생겼을 땐, 유일하게 메꾸는 사람이 CEO밖에 없어요.
헬스웨이브가 서비스하는 애니메이션의 한 컷
여담인데요, 우리 회사가 2011년 처음으로 서울대병원 전자차트에 들어갈 콘텐츠를 납품했어요.
그런데 납품하고 보니 서울대병원 간호사실 컴퓨터엔 스피커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서비스 시작 날 밤에 당시 54세였던 부사장님과 함께 용산 가서 스피커 네 박스를 산 후, 간호사 책상 밑으로 기어 다니면서 전 병동에 설치를 다 했습니다.(웃음)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선생님 일과 소개 부탁합니다.
-제 명함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저는 애니메이션 디렉터고, 가장 유니크하게 하는 일이 그겁니다.
개발자 출신 CEO들이 개발자와 CEO 일을 같이 하는 것처럼, 저는 CEO 일과 함께 애니메이션 디렉터 하는 게 주 업무라 취재를 하고 대본을 씁니다.
콘텐츠가 전체 업무의 60% 정도, 프로그램 개발 돕는 일이 10%, 나머지가 CEO로서 사업계획서 쓰고 하는 일을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실무적인 게 많으시군요. 5년 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으실 것 같아요.
-네, 큰 차이가 없어요.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 직원 중에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신 분들도 계실 거고요, 병원도 물론 운영은 마찬가지지만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회사는 그것과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정을 꾸린 직원들을 데리고 스타트업을 운영한다는 것, 선생님에겐 어떤 무게감(Pressure)으로 다가오나요?
-무겁죠, 많이 무겁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 월급이 작년부터 업계 평균 정도 된 것 같은데요, 전체 봉급 생활자의 중간 정도까진 왔더라고요.
처음엔 그보다도 훨씬 낮았는데 말입니다.
정희두 CEO와 헬스웨이브 직원들
2006년에 회사 처음 만들 땐 목표가 대한민국 근로 소득자 평균까지 월급을 올린다는 거였는데, 거기까지 10년 걸렸네요.
스타트업 월급을 그 정도까지 올리기가 쉽진 않고요, 그게 스타트업의 1차 목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 이상 받길 원할 거고요, 그러면서 다들 고민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죠.
월급을 충분히 못 주는 게 항상 짐이긴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다른 기사 보니 직원들에게 주식 공유도 하셨더라고요? 어떤 계기로 하셨나요?
-좀 더 확실하게 직원들에게 같은 방향을 보게 할 필요가 있었어요.
스톡옵션 같은 건 회사가 잘 되고 체계를 갖춰야 가능한데, 우리 회사가 그럴 형편은 아니었고, 그런다고 월급을 막 올려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전에 회사를 같이 시작하는 사람들과 주식에 관해 약속했던 게 있었어요.
하지만 약속만 하고 그냥 왔었고, 더 늦으면 못 지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케이큐브'로부터 투자받기 전에 이것에 관해 설명했더니 알아서 하라고 해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약 10%정도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 줬죠.
<사진 출처 : tradepractices.wordpress.com>
메디게이트뉴스: 저는 회사를 운영해 본 적은 없지만, 이런 작은 회사일수록 직원들에게 오너쉽(Ownership)이랄까요? 그런 걸 갖게 해주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드는데요. 선생님이 하신 것처럼 주식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수단적인 의미지만요.
선생님께선 혹시 이런 점과 관련해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요?
-일단 (직원들에게) 주식이 있어야 하고요, 이게 되게 중요한 게, 월급 올려달란 걸 스타트업에서 다 받아주긴 힘들거든요?
직원들 친구 중에는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친구도 있고, 그래서 늘 불만일 수밖에 없죠.
당연히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가지는 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가끔 저희가 신년 때 직원에게 직접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에게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합니다.
직원들은 사실 배수 개념 같은 게 없으니, 현재 이런 투자 유치를 하는데, 이게 성공하면 주당 얼마나 뛰고 이거를 계산하면 얼마라는 걸 스스로 인식시켜 주는 거죠.
(막연한 오너쉽의 주입보다는 직원과 회사는 기본적으로 contract 관계라는 전제를 깔아야 건전한 관계로 확장할 수 있는 것 같다.)
메디게이트뉴스: 병원이 아닌, 선생님의 회사 같은 곳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할 겁니다.
헬스웨이브처럼 소규모의 스타트업 회사 내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선생님의 철학이 있으신가요??
-음…
좌충우돌하다가 반의 성공과 반의 실패를 경험 중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
이건 확실한 것 같아요.
병원과는 확실히 다른데, 의사들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트레이닝이 정말 안 돼 있죠.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누가 그렇게 썼더라고요.
"가족 같은 회사는 없다. 공동의 목표를 위한 계약 관계일 뿐이다"라고요.
전공의는 사실 그런 (계약의) 관계는 아니었던 거죠.
스타트업을 생각하시는 분은 젊은 사람이니깐, 기본적으로 레지던트까지만 경험하신 분이 많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전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트레이닝이 안 된 사람인 거죠.
그리고 의대에 입학한 사람이 소셜한 사람도 아니고요
메디게이트뉴스: 네트워크도 고만고만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
그래서 의사들은 사실 스타트업을 하기에 핸디캡이 많은 사람입니다.
카드 게임에 비유하면 '내 패만을 보고 플레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내가 가진 솔루션에 대한 확실함을 가지는 게 중요하고요, (커뮤니케이션보단) 경쟁력이 첫 번째 키인 것 같습니다.
거기에 커뮤니케이션 스킬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만…
스타트업 회사치고 10년 이상이면 짧지 않은데요, (제 경험상) 착한 사장이 절대 좋은 사장은 아닙니다.
가장 좋은 사장은 월급 제때 주고 제때 올려줄 수 있는 사장이거든요?
그것은 사실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닌 거죠.
거기에 덧붙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라고 한다면, "나와 남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정도랄까요?
그 정도만 되면 더 나갈 필요는 없는 것 같고요, 그 기본과 사람에 대한 예의만 지킬 줄 알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나와 남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역시 '생각보단' 쉽지 않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제 10년 정도 되신 거 같은데요. 스타트업에 맞는 CEO 캐릭터가 따로 있는 것 같으세요?
-스타트업 사장들끼리 만나서 하는 얘기가, 능력보다는 절박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거든요?
절박하면 태도도 좋은데요, 더는 물러날 곳이 없어서, 어떻게든 답을 찾겠다고 굉장히 적극적이죠.
저나 부사장님이 굉장히 겸손해서 간호사 밑에서 기어 다니면서 스피커를 설치했겠습니까?
굉장히 절박해서 그랬던 거죠.
스타트업 CEO로서 가장 중요한 건 엄청나게 좋은 아이디어나 솔루션, 실행력이 있든지,
아니면 없는 길과 없는 시장을 만들어서 그것을 먹겠다는 거니깐,
굉장히 절박하게 저것을 뚫어야 하고, 그 절박함을 실행할 수 있는,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사업이 진행된다는 게, 뭐랄까요? 단순히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 말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 인정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창업주들에겐 그런 게 어떤 의미인가요?
-스타트업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건데, 이것은 사실 비즈니스에 대한 해결이거든요.
그 말은 이게 지속 가능해야 하고, 돈이 도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스타트업은 대놓고 돈을 밝혀서 돈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돈이 돈다는 얘기는 자생력을 갖는 거잖아요? 마치 생명처럼 새끼를 낳고 커진 거죠.
그래서 자식 크는 걸 보는 것 같은 보람이 있습니다.
2편에서는 '헬스웨이브' 관련 질문과 창업주들을 위한 그의 충고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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