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도 당직도 소송도 교수 몫”…지역 신생아중환자실 살릴 해법은
지방은 배후진료 인력 없어 '곤혹'…신생아 전문이송팀∙원격협진 체계 구축 필요
소아청소년과 지원자 늘릴 획기적 지원과 사법 리스크 해소도 필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신생아과 의사들은 고질적인 인력난 속에서 주 100시간 근무, 365일 온콜이라는 살인적인 근무환경에 놓여 있다. 자신의 건강을 깎아가며 아기들의 생명을 이어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개인의 희생에 의존한 체계는 의사 개인은 물론이고, 그들이 지키고 있는 아기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 신생아중환자실(NICU) 교수들이 당장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배후진료 인력 부재다. 전국적으로도 희귀한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정형외과 등의 세부분과 전문의는 지방에선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전원을 위해 NICU를 비우고 구급차에 동승하기에도 현장 인력 사정은 여의치 않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생아과 유영명 교수는 “NICU는 소아심장, 소아감염 등 배후진료과들과 협업해야 하는데, 지방은 배후진료과 의사가 없다”며 “결국 타 지역으로 전원을 보내야 하는데 전원 시 동승할 인력도 없고, 전원시킬 병원도 지금은 개인적 인맥으로 알음알음 알아보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과 이병국 교수도 “구급차에 동승해 전원을 다녀오는 동안 우리 병원에 있는 아기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며 “더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데도 부모들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러면 어쩔 수 없이 6~7시간가량 자리를 비워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대한신생아학회는 단기적으로 소아 배후진료 인력을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SMICU(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와 같은 신생아 전문이송팀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MICU는 서울시가 서울대병원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중환자용 특수 구급차와 전문 의료팀으로 구성된 이동형 중환자실이다. 학회는 이 같은 전문이송체계와 함께 수도권 세부전문의와의 원격협진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촉구했다.
서울로 전원가면 6~7시간 NICU 떠나 있어야
대한신생아학회 최창원 부회장(분당서울대병원 신생아과 교수)은 “SMICU는 신생아를 위해 만든 게 아닌데도 이용 실태를 보면 50%가량이 신생아 이송”이라며 “신생아중환자 이송에 최적화한 전용 구급차와 전담팀을 꾸려달라”고 했다.
이어 “배후진료 의료진이 있는 다른 병원에 원격 자문을 하면 자문한 의사에게 수가를 지급해 이송까지 필요 없는 경우엔 원격 자문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NICU 내에 원격 자문을 위한 플랫폼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의 부담을 덜어줄 인력 충원에 대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역 NICU가 유지되려면 기존 교수들이 모든 당직과 응급상황을 떠안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교수들이 당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급여를 많이 주더라도 로컬에 있는 의사들을 당직 전담의로 채용하고, 교수들이 백업하는 형태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계명대동산병원 신생아과 신소영 교수는 “결국 당직 전문의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직 전문의를 백업하는 교수들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그나마 기존 인력들이 떠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병국 교수는 “신생아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PA(진료보조인력) 충원에 대해서라도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NICU에 간호사를 늘리면 그만큼 수가가 올라가지만, PA는 병상당 입원료나 수익 측면에서 이점이 없어 병원이 채용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생아과 의사 되려면 일단 소아과 의사 돼야…'12대 중과실' 규정 우려
대가 끊긴 후학이 다시 늘어날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와 신생아 세부전문의에 대한 재정적 지원, 사법 리스크 해소가 뒤따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한석 이사장(서울대병원 신생아과)은 “신생아 의사가 되려면 일단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돼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의대정원을 늘리더라도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필수의료 인력에 대해선 국가책임제 형태로 획기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신생아중환자는 기본적으로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소송을 당하기도 하고, 배상액도 큰 경우가 많다”며 “최선을 다해 진료해도 결과가 나쁠 수 있는데 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신 교수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에서 형사 면책이 제외되는 12대 중과실이 명시된 것과 관련해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계속 밤을 새워야 하고 위험한 일을 누가 하려 하겠나. 12대 중과실 규정은 오히려 소아청소년과를 하려던 사람도 포기하게 만들 것”이라며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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