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5 12:18최종 업데이트 25.04.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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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개혁 중환자실 '양적 팽창'에만 초점…"닭장 같은 병실 늘려도, 일할 의사 없다"

중환자실 질적 개선은 뒷전…중환자의학회 "중환자의료 전담 전문 인력의 양성·근무환경 개선 확대해야"

대한중환자의학회가 25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지난해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공백의 어려움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의료개혁은 중환자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병상 확충'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정부는 4대 의료개혁을 통해 '중증·응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의료개혁에 중환자실 관련 정책은 '병상 확충'밖에 없어 선진국형 중환자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질 향상은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서울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2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제25회 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 ‘KSCCM-ACCC 2025’의 기자간담회를 실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중환자의학회 조재화 회장(강남세브란스)은 "의료공백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중환자실의 피로가 많이 누적되고 번아웃도 있는 상황임에도 많은 회원들이 학술대회에 참석했다"며 "국내 참가자는 1226명으로 역대 최고이며, 해외 참가자를 합치면 1383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현재의 어려움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환자실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발생한 의료공백으로 일반 병실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황석경 교수(서울아산병원)는 "지난해 2월 이후 대학병원들은 전체적으로 수술이 많이 줄고, 진료 범위가 축소됐다. 하지만 중환자실은 계속해서 운영되고 있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은 전공의 인력에 대한 의존이 많고, 의사가 빠질 수 없는 공간이다 보니 여전히 고강도의 노동이 필요해 남아 있는 교수들이 당직을 다 서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열악한 지방부터 이탈하는 교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과의 경우 비전이 없어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지만, 중환자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에는 상황이 정말 심각해 3일에 1번 당직이었는데, 중환자실은 업무 부담 자체가 달라서 당직을 서면 잠을 한숨도 못 잤다.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대체인력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성훈 교수(한림의대) 역시 "모든 과가 다 힘들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특히나 중환자실은 정부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 같다. 중환자실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곳이다 보니 일반 병실 당직과는 차이가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에도 마음 편히 참여하는 의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계속 콜이 오고, 이틀 동안 병원을 왔다 갔다는 일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의학회는 의대정원 사태로 2024년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중환자실 개선 정책이 중단된 데 아쉬움을 표했다.

황 교수는 "사실 중환자의학회가 그간 노력을 많이 기울여서 2024년부터 중환자실 수가가 많이 인상이 됐다. 먼저 낙후된 수가를 현실화한 뒤에, 요양병원과 중환자실, 상급종합병원 별로 중환자실의 중증도를 등급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의정갈등으로 그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의료정책패키지를 발표하고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의 공정성 제고를 4대 축으로 하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 과정에서 정부는 단순히 최소 기준만을 충족시키는 중환자실 병상 확충 즉, '양적 팽창'에만 초점을 맞춰 중환자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한 논의는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정부 의료개혁에서 '중환자'는 배제됐다.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기준은 최소 기준인데, 기준 개선 없이 현재의 닭장 같은 중환자 병실을 늘리자는 것 뿐이다"라며 "일부 병원은 기존 병실을 중환자실로 바꾸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중환자의학회는 단순히 병상 수를 늘리는 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의료개혁인지, 그것이 선진국형 중환자의료체계로의 발전을 이끄는 올바른 방향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학회는 이러한 외형적 확장만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중환자의료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인 질적 개선을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의료체계는 ▲전담인력의 절대적 부족 ▲진료 표준화의 미비 ▲다학제 협력의 한계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젤르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민 교수(연세 세브란스병원)는 "3년 전 중환자실 ‘번아웃’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조사한 의사의 86%가 번아웃이었다. 그중 40%는 심각한 상태였다"며 "이러한 열악한 현실에서는 병상을 확충 하더라도 병상을 지킬 의사가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상민 교수(서울대병원)는 "중환자 진료는 병상과 장비의 숫자로만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며 "우리는 '양'에서 '질'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중환자의료 질 향상을 위해 ▲중환자의료 전담 전문 인력의 양성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 확대 ▲전국 단위의 중환자 진료 표준화 및 질 관리 체계 수립 ▲다학제 기반 협진 및 중환자 재활 연계를 포함한 통합 진료체계 구축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중환자의료 정책 수립 및 예산 지원 강화 등 국가 차원의 개혁 과제를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중환자실은 의료체계의 마지막 보루"라며 "감염병 유행 같은 사회적 의료재난이 반복될때마다 우리는 이 보루의 취약함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번 의료개혁의 방향 속에서 중환자의료체계 강화가 제외된다면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우리나라 중환자 진료 수준은 지금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가적 투자를 촉구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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