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라테론 제네릭, 효과있으나 급여 안되는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접근성 높여 '긍정적'"
국립암센터 정재영 교수 "전립선암, 곧 남성암 발생 1위 예상…최대한 삶의 질 유지하며 생존기간 늘려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전립선암은 한국 남성에서 네 번째로 흔한 암으로, 발병률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른 암종은 대부분 발생률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전립선암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곧 남성암 발병률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립선암의 상대 생존율은 전이가 되면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이 때의 치료 목표는 삶의 질을 유지하며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
아비라테론(abiraterone)은 최초의 경구용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고환과 부신, 전립선암세포 등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생성되는 모든 경로를 차단해 암 진행을 지연시킨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자이티가'는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처음 승인받았다. 2018년 호르몬 반응성 고위험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로 허가받으며 보다 조기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23년에는 한미약품의 '아비테론'이 퍼스트 제네릭으로 국내에 단독 출시되면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국립암센터 비뇨기암센터 정재영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전립선암 현황과 국내에서 10년 이상 사용돼온 아비라테론의 효능 근거, 퍼스트 제네릭 출시의 의미를 알아봤다.
전립선암, 남성암 발생 4위에서 1위로 점프 예상…호르몬 치료 반응기간 중요
Q. 국내 전립선암 발생률은 어느 정도인지, 변화나 특징이 있다면?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폐암과 위암, 대장암에 이어 남성에서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2021년 1만8600명이 새로 진단을 받았다.
최근 암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조기 검진을 받는 환자가 늘면서 대부분의 암 발생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그 중 일부 암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암은 고령층과 서양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다. 미국과 유럽, 뉴질랜드를 보면 남성에서 발생률 1위가 전립선암이다. 그러나 노인 인구 증가와 생활습관의 서양화 등으로 아시아에서도 서양의 암 역학을 따라가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이미 전립선암이 2위를 차지하고 있고, 곧 1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암등록본부 추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전립선암이 2022년도 통계부터 남성에서 가장 호발하는 암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Q. 전립선암 환자가 내원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안으로 무엇이 있는가?
전립선암 역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어느 병기에 진단됐느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1~2기에 조기 진단된 경우에는 완치를 목적으로 치료한다. 수술적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대표적이다. 3기는 진행된 상태로, 한 가지 방법으로는 완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합 치료를 한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 또는 방사선과 약물 치료 또는 수술, 방사선, 약물 치료를 병합해 완치율을 높이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가 되는 4기는 전이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뼈에 전이가 잘 되고, 원격 장기로는 간이나 폐로 전이가 된다. 전이성 전립선암에서는 약물 치료가 사용된다.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으로 새롭게 진단된 초기에는 환자 대부분이 1차 안드로겐 차단 요법(ADT)에 반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 효과가 감소하면서 호르몬 치료에 불응하는 거세 저항성 단계로 발전한다. 거세 저항성 단계가 되면 생존 기간이 줄어드는데,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가 많이 개발됐다. 차세대 호르몬 차단제가 대표적이고, 그 중 하나가 아비라테론이다.
이후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에서 표준 요법에 아비라테론과 같은 새로운 경구 약제를 추가하면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는 기간이 훨씬 더 연장되고, 최종적으로 환자의 생존 기간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들이 앞 단계인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에서 병용 치료제로 사용하게 됐고, 현재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다.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는 기간이 중요한 이유는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4기지만 호르몬 치료에 잘 반응하면 본인 취미생활을 지속할 수 있고,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며 심지어 직업 생활도 유지할 수 있다.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병이 진행되면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고, 치료 기간도 짧아지며.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해야 하기에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
고위험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 환자는 물론 4기 환자 전체서 생존 이점 확인
Q. 아비라테론 성분은 국내에서 10년 이상 사용돼왔다. 아비라테론 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데이터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아비라테론을 개발한 다국적 제약사에서는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이득을 확인한 뒤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임상시험이 LATTITUDE다.
LATTITUDE는 3가지 고위험 예후 인자 중 최소 2가지를 충족하는 고위험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4기 전립선암이라도 악성도가 높고 전이 병수가 많으며 폐나 간과 같은 장기에 전이가 있는 환자를 말한다.
환자 1199명을 ADT와 아비라테론, 프레드니손 투여군 또는 ADT와 이중 위약 투여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최종 분석에서 중앙값 51.8개월 관찰한 결과 전체 생존율(OS) 중앙값은 아비라테론군 53.3개월, 위약군 36.5개월로 사망 위험이 34% 줄었다. 통증 진행은 30.8개월, 전립선특이항원(PSA) 진행은 25.9개월 늦어져, ADT만 사용할 때보다 더 지연됐다.
또한 STAMPEDE 임상시험에서 ADT와 아비라테론, 프레드니솔론 병용요법은 장기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남성에서 ADT 단독요법보다 전체 생존율과 무진행 생존율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STAMPEDE 장기 추적 관찰에서 중앙값 6.1년 추적 관찰한 결과 아비라테론군은 위약군보다 사망 위험이 40% 줄었다. 5년 생존율은 위약군 41%에서 아비라테론군 60%까지 개선됐다. 이는 저위험과 고위험 환자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ADT+아비라테론+프레드니솔론은 전이성 질환 위험 그룹에 관계없이 모든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전체 생존율을 지속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실제로 아비라테론은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는 기간을 월등하게 증가시키고 전체 생존 기간도 늘린다. LATTITUDE에 참여했던 환자 중 임상시험이 끝났음에도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하지 않고 여전히 외래에서 아비라테론을 처방받는 환자들도 있다. 과거 3~4년 밖에 생존하지 못했던 4기 전립선암이 지금은 길게는 평균 7년 이상 생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러한 신약을 어떻게든 앞 단계에 조기 적용하는 것이 이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급여 범위 확대됐지만 미충족 수요는 여전히 존재…제네릭 통해 접근성 개선하게 돼
Q. 아비라테론 성분의 급여 범위가 최근 확대됐다. 어떤 환자에서 급여 적용이 되는지, 아직 남은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세포독성항암제인 도세탁셀을 쓰고 난 다음에는 완전 급여가 적용되지만 쓰기 전에는 선별 급여가 적용된다. 완전 급여가 적용되면 환자 부담금이 5%지만 선별 급여에서는 30%다. 반면 앞 단계인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에서는 고위험군에 한해 완전 급여가 적용된다. 앞 단계에서는 완전 급여가 되는데 더 좋지 않은 단계에서는 선별 급여로 제한된다는 점은 넌센스다. 거세 저항성 단계에서 도세탁셀을 쓰기 전에도 완전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
더불어 STAMPEDE 임상시험에서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4기 전립선암 환자 전체에게 아비라테론 병용요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은 고위험군에 한해 완전 급여가 적용되는데, 향후에는 4기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 환자 전체가 급여권에 들어갈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한다.
Q, 지난해부터 아비라테론의 제네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퍼스트제네릭 출시의 의미는 무엇이고, 제네릭 처방을 통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지가?
급여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아비라테론 처방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 전립선암 특성상 70~80대 어르신이 많은데, 대개 체력의 한계로 세포독성항암제를 투여받지 못한다. 그런데 도세탁셀을 써야만 완전 급여가 되고, 이전에 다른 약을 사용하면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등 순서를 맞게 써야 급여를 받는 조건이 있다. 그럼에도 아비라테론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네릭 출시는 급여 대상이 아니더라도 부담을 낮춰 해당 약물을 투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완전 급여가 적용되는 환자에서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본인 부담금 차이가 크지 않지만 선별 급여 환자와 비급여 환자에서는 매우 크다.
실제로 외래 환자 중 기준에 맞지 않아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지만 효과를 충분히 보는 환자들이 있다. 또 그 약이 필요하지만 가격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래서 제네릭이 출시되자마자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바로 병원에 처방코드를 생성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늦었지만 아비라테론의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는 이미 만료돼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도 제네릭이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Q. 마지막으로 전립선암을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전립선암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조기 진단을 하면 무조건 완치가 되는 암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10~15% 환자는 4기 전립선암, 즉 진단 당시에 이미 뼈나 폐, 간 등에 전이된 상태로 발견된다. 이 경우 대개 말기암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립선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경구 항암제가 많이 개발되면서 병용요법을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따라서 4기 전립선암이라 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더욱더 전문적인 치료가 있는지 전립선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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