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한의학에 의구심을 품는 한의대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거중심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단체인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강석하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의과대학 대나무숲'을 통해 한의학에 의구심을 품는 사례들이 최근 많아졌다"고 밝히며, 이와 관련한 해설 동영상을 23일
유투브에 게재했다.
강 원장은 해당 동영상의 상당수를 한의과대학 대나무숲 페이스북 내용을 이용해 구성했다. '대나무숲'이란 보통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 익명으로 소통하는 게시판을 뜻한다.
한의과대학 대나무숲은 한의대를 다니는 학생들이 해당 계정을 운영하는 운영자에게 글을 제보하면, 운영자가 이를 익명으로 게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내용은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한의대생들과 한의사들은 댓글 등을 통해 한의학에 대해 가감 없는 대화를 나누며, 일상생활을 공유하기도 한다.
강 원장은 "며칠 전부터 한의과대학 대나무숲에 한의학을 믿지 못하겠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으며, 이를 가지고 서로 논쟁도 하는 중"이라며 "한의학에 의심을 품은 학생들이 글을 올리면, 선배 한의대생들이나 한의사들이 이에 반박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거나 새로운 글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 원장은 "한의대생들도 한의학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알리고, 한의대생들 고민의 근본 원인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했다"며 "좀 더 다양한 독자층에게 정보를 주고 싶다 앞으로도 관련 컨텐츠를 계속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동영상을 통해 한의과대학 대나무숲에 올라온 게시글 일부를 소개했다.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을 보면, 한의대에 다니는 모 학생은 한의대에서 배우는 커리큘럼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이 학생은 한의학원론이나 동양철학, 원전 등 기타과목들은 솔직히 한의사가 되는데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배우는 내용이 너무나도 허무맹랑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학생은 본인이 재학중인 한의대 모 교수는 이 과정들을 한의사가 되기 전 교양과목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라고 하거나, 이상한 것은 흘려들으면 된다고 수업시간에 얘기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강 원장은 "한의대생들에게 이상한 것은 흘려들으라고 교육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환자를 치료할 때 옛날 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취향대로 치료해서 되겠느냐”며 "한의대생들은 현재 다른 과목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고민하지 않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꼬집었다.
그는 "다른 한의대생은 '책이나 의사마다 침법이나 방제법이 다른 것이 왜 좋은 설명이냐, 내가 보기엔 표준화가 안됐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막말로 아무데나 꼽고 내가 개발한 침법이라고 해도 되겠다'고 글을 올렸다"며 "실제로 유명한 한의사들은 자신이 침법을 개발했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의학과 대나무숲에는 '한자가 싫어서 자퇴하는건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한의학 개론이나 원전수업을 듣고 자퇴하는 것은 이해된다', '우리가 배우는게 틀렸으면 어떻게 하나?', '음양오행학설, 사상체질 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등 한의학에 대한 한의대생들의 의구심이나 회의감을 볼 수 있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부 한의대생이나 댓글을 다는 현역 한의사들은 한의학에 의구심을 갖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한의대 재학 중인 고학년 학생은 "한의학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그 이론이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역 한의사들이 댓글로 조언한 내용도 비슷했다. '일단 의심하고, 좋은 책과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으니 보다 보면 도움이 된다. 모르겠다는 개념은 내려놓고 공부해라',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은 받아들이지 않아도 한의사 되는데 무리가 없다. 한의학 이론은 99.99% 가설이다', '배웠던 것과 맞지 않다고 과학이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들어선 길을 믿고 따라가봐라' 등의 내용들이 게재돼있다.
강 원장은 "현재 한의대생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똑똑한 학생들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한의대에 진학했는데 잘못된 제도가 방치되면서 암담한 현실이 되고 있다"며 "이들도 피해자다. 앞으로도 한의학을 이렇게 방치하면 계속해서 고민하는 한의대생들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한의학에 대한 학생들의 의구심은 점점 더 수면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전국한의대학생연합회(전한련) 의장 출신인 박 모씨가 4년간 다니던 D한의대에 자퇴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박 씨는 "한의학 정규 수업은 비상식적이고, 사이비적인 내용을 가르친다”며 “한의대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주고 사이비 의학을 심어준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내용을 자세히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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