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클리주맙·라불리주맙 투여 환자에서 발생하는 '혈관 외 용혈' 은 줄이고, 투여 시간·병원 방문 횟수 개선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은 조절되지 않는 보체 활성화로 인해 용혈성 빈혈, 혈전증, 골수 기능 장애 등을 유발하는 희귀 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에쿨리주맙과 라불리주맙 등 C5 억제제가 치료에 진전을 가져왔으나, 혈관 외 용혈 등 해결되지 않은 의료 수요가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치료제인 엠파벨리(페그세타코플란)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욱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PNH 치료의 현재와 엠파벨리가 가져올 변화를 조명했다.
PNH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당 약 15.9건이며, 발생률은 연간 0.1~0.2/10만명으로 추정된다. PNH는 혈관 내 용혈(IVH)뿐만 아니라 혈관 외 용혈(EVH)을 동반하며, 대표적인 합병증은 혈전색전증, 폐고혈압, 신부전·심부전, 감염, 골수이형성 증후군 및 재생불량성 빈혈 등이 있다. 혈전증은 PNH 환자의 높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혈전성 사건은 PNH 환자에서 발생하는 사망의 최대 67%를 차지하며, PNH 환자의 29~44%는 일생 한 번은 혈전증을 경험한다.
이후 에클리주맙과 라불리주맙이 승인됐으며, PNH 환자의 생존율을 약 20% 높였다. 두 치료제는 보체 단백질 C5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C5a와 C5b로의 절단을 억제하고, 말단 보체 복합체 C5b-9의 생성을 방지한다. 하지만 적혈구 세포의 C3 단편 침착으로 인한 EVH, 지속적인 수혈 필요와 피로 등이 미충족 의료 수요로 남았다.
엠파벨리, C5억제제 등 PNH치료제 미충족 수요 충족할 대안으로 떠오를까?
한독이 스웨덴 제약사 소비로부터 도입한 엠파벨리는 2023년 2월 7일 식약처로부터 신속심사 대상(GIFT)으로 지정받았으며, 올해 4월 29일 PNH치료제로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
엠파벨리는 NEJM에 게재된 직접 비교 임상 3상 시험 PEGASUS를 통해 16주 동안 헤모글로빈 농도 변화 면에서 에쿨리주맙 대비 우수성을 확인했다. 엠파벨리 치료군은 혈관 내 용혈 지표인 LDH 수치가 48주 동안 정상상한치의 1.5배 미만으로 유지됐다. 16주 동안 수혈을 받지 않은 환자 비율 또한 엠파벨리 치료군이 85%로 에쿨리주맙 치료군인 15%보다 높게 나타났다.
삶의 질 평가 지표인 FACIT-fatigue 수치에서도 엠파벨리 치료군은 치료 전보다 수치가 9.2포인트 개선됐다. FACIT-fatigue는 2점 이상 개선 시 임상적으로 유의하다고 판단되는 지표이다. 반면 에쿨리주맙 치료군은 치료 전보다 2.7포인트 감소해 엠파벨리 치료군과 11.9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보체 치료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PN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 PRINCE에서는 대조군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다. 엠파벨리로 치료받은 환자 중 85.7%가 헤모글로빈 수치 안정화를 보였으며, LDH 수치가 정상상한치 이하로 조절됐다.
엠파벨리는 페그세타코플란 1080mg(20ml, 1 vial)을 주2회 피하로 자가투여할 수 있는 치료제다. 디바이스를 통해 자가투여하고 있으며, 투여 시간은 약 30분(1줄 기준)이다. 2줄 사용 시 투약 시간을 약 15분으로 줄어든다.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고 정맥주사제의 긴 투약 시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자가투여 방식에 대해 "처음에는 환자가 활용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2~3번 알려주니 환자 스스로 잘했다"라며 "일부 고령 환자 등에는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교육만 하면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실제 환자 투여를 통해 환자에게 나타나는 여러 합병증이 개선돼 삶의 질이 올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엠파벨리의 도입이 환자의 치료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치료 옵션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환자와 상의해 맞는 약재를 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특히 환자 치료의 질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발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 선호도에 대한 질의에 "주사제+경구제, 정맥주사제, 피하주사제 등 치료옵션이 있는데, 경구용의 경우 배탈이 나는 등 문제가 생기면 흡수가 어렵다. 실제로 북경대학 교수에 따르면 배탈로 약을 3번, 하루 반 못 먹은 환자가 있었는데, C3 단편 침착 등으로 EVH가 생겼고, 신부전까지 왔다. 어떤 약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선호도와 환경 등을 확인해 진료 현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엠파벨리는 1차 치료에 대한 효과도 입증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2차 치료로 제한돼 있다. 이에 이 교수는 환자의 안전성을 위해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에쿨리주맙은 약 20년, 라불리주맙은 6년 정도 됐다. 엠파벨리를 1차 치료제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롱텀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1차 치료로 C5 억제제를 활용한 환자 중에서 엠파벨리를 필요로 하는 환자는 1~2년이면 윤곽이 나온다. EVH가 약 28% 정도라면 cs-EVH가 필요한 정도는 약 10%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PNH 사전심사 폐지에 대해서는 "신환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PNH 환자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세컨 라인이라고 부르는 환자는 EVH 수치만 보면 되지만 신환의 경우 PNH와 관련된 증상을 정부에 증명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다. 임상에는 항상 그레이존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신환이 보험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엠파벨리를 만난 이후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으로 엠파벨리를 투여하고 있는 김대중 씨로부터 경험담을 들어봤다.
2년 반 전 PNH를 진단받은 김 씨는 극심한 피로감과 몸살 기운과 혈뇨를 경험해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처음에는 감기몸살인줄 알았다"며 "인근 병원을 방문했고, 당시 혈색소 수치가 낮아 위대장 내시경을 했지만 정상이었다. 이후 대학병원 방문해 PNH를 진단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엠파벨리를 사용한지는 2달 반 정도 됐다"며 "약을 투여한 뒤 몸이 확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첫 투여받은 날 LDH는 1400~1500대였고, 1주 뒤에는 400대로 떨어졌다. 2주 뒤에는 정상 수치에 도달했다. 수치 말고도 삶의 질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무리하면 혈뇨가 바로 나왔지만, 최근에는 무리해도 혈뇨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가투여 방식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처음에는 주사를 자가투여하는 게 무서웠지만, 바늘 길이가 짧고 굉장히 얇아서 투여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또 시범 동영상과 안내 책자 등 충분한 교육이 있어서 자가 투여 방식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현재는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순천에 거주하고 있는 김 씨는 "엠파벨리 투여 전에는 검사 등을 위해 4~6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했다. 오늘은 병원에 9주로 늘려주셨다, 앞으로는 병원 방문 주기가 더 길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PNH의 높은 급여 조건에 대해 "완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저는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험급여 적용 기준이 완화된다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 씨는 현재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으로 엠파벨리를 사용하고 있다.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은 환자의 치료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가진 환자나 대체 치료 수단이 없는 응급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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