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개발해도 막상 예상밖의 부작용이 발현돼 역사속으로 사라졌던 블록버스터 약물은 수없이 많다.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승범 교수가 13일 'GE헬스케어의 헬씨매지네이션' 행사에서 발표한 신약개발 기법은 약효는 더 좋으면서 부작용이 적은 미래형 신약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는 '표적 단백질 확인 방법'이다.
기존에는 질병과 관련된 현상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생리활성 저분자 물질을 치료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물질이 생체 내 어떤 단백질에 작용하는지 밝히기 어려워 신약개발이 좌절되곤 했다.
특히 생리활성 저분자 물질의 화학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돌출하는 사례가 많았다.
박 교수는 "표적 단백질의 저해제를 만드는 기존 신약개발법은 전체 단백질 네트워크의 작동을 중지시킨다"면서 "작동이 중지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부작용은 임상시험 당시에도 나타나지 않다가 이미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야 발현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승범 교수
박 교수의 새로운 신약개발법은 화학 반응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비롯한다.
물질의 화학적 구조와 반응의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다양한 구조적 변형을 시도해 개선된 효과의 신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표적단백질 추적 시스템(FITGE).
기존 표적 단백질 규명법과 달리 세포 안으로 직접 들어가 작살과 같은 갈고리로 낚아 채듯 표적단백질을 낚아내는 새로운 방식이다.
신약 후보물질에 광 반응성 물질을 결합시킨 후 세포 안에서 빛을 쪼여 표적단백질과 직접 결합하도록 만들고, 결합한 생리활성 물질은 형광 물질로 표지한다.
박 교수는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표적 단백질을 확인하고, 작용기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짐에 따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박 교수가 개발한 유기 형광물질 '서울플로어(Seoul-Fluor)'는 하나의 중심 고력으로 가시 광선 전 영역의 빛을 낼 수 있는 독창적인 형광물질이다.
주변의 환경에 따라 형광의 밝기가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센서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데 최적의 물질이라는 설명이다.
서울플로어를 이용해 세포 안의 지방방울을 선택적으로 염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찾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이 방법으로 당뇨병, 퇴행성 뇌질환, 폐혈증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물질을 찾아냈고 이를 활용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에 약물을 바로 투입해 시험하면 효소 샘플을 따로 채취해 검사하는 불편과 부정확함을 해소하면서 독성 검증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GE헬스케어, 신약개발 원천 단계에 관여
이러한 세포 기반 연구에서 세포 및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영상으로 분석‧처리하는 이미징 작업은 신약개발의 중요한 열쇠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GE헬스케어의 영상 분석 시스템은 후보 물질을 다량의 세포에 투입하고 세포의 반응을 측정해 약효의 검증 및 독성 여부를 판단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또 단백질을 물리적‧화학적인 특성에 따라 분리해 신약개발 단계에서 특정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특성을 규명하기도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이 분석 장비가 쓰이고 있다.
박 교수는 "세포 기반 연구에 이미징을 사용하면 여러 가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볼 수 있고, 전혀 새로운 길로 갈 수도 있게 된다"면서 "궁극적으로 1조원이 들던 신약개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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