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결과에 따르면 종근당은 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로 첨가제를 사용한 것은 물론, 제조기록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원료 사용량을 임의로 증감하는 등 돈벌이에 급급해 '건강 회복·질병 치유'라는 의약품 특성을 배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식약처는 종근당이 제조하는 데파스정0.25밀리그램, 베자립정, 프리그렐정, 리피로우정10mg, 칸데모어플러스정16/12.5밀리그램, 타무날캡슐과 수탁 제조하는 유리토스정, 네오칸데플러스정, 타임알캡슐 등 9개 품목에 대한 제조·판매를 잠정 중단시키고, 구체적인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제조상 문제가 있다고 적발된 제품들은 지난해에만 92만명의 환자에게 773억원어치가 처방된 의약품이다.
식약처 담당 사무관은 "이번 불시 점검 대상은 식약처 내부의 기준에 의거해 선정됐다. 더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종근당은 이번 사태로 몇개월 정도의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바이넥스, 비보존제약 등 중소제약사 뿐 아니라 종근당이라는 대형제약사까지 약사법 위반 문제가 발생해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식약처 사무관은 "업체별로 사유는 다양하나, 변경 허가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려는 경제적 이유, 위반을 해도 약사 감시만 피하면 되고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크지 않아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종근당의 비윤리적인 행태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약사법을 위반해도 걸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미미한 현행 법·제도도 한 몫 했다는 의미다.
그는 "적발된 업체에 대해 GMP 승인 취소, 해당 제약사 전체 의약품 판매 중단,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 모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 추후 법·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처음 실시한 불시 점검을 제도화해 수시로 약사법 위반에 대한 감시를 이어나가야 한다. 아직까지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추후 제도 개선과 인력 보강을 통해 불시 점검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도 "GMP 의무화, 제조관리자 배치 등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잇따라 부실 의약품 제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불법 제조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다음주 소위원회를 열고 '공동·위탁생동 1+3 제한 법안(서영석 의원안, 서정숙 의원안)'을 상정, 논의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를 무제한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의약품의 과도한 난립 문제가 이어지는 만큼 동일 자료를 이용한 허가 품목 수를 제한하려는 취지다.
그동안 일부 중소제약사의 반대로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제약업계도 잇따라 불법 의약품 제조 문제가 발생하면서 해당 법안 통과 필요성을 피력하고 자정활동에 나서기로 뜻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상임위 통과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제약협회 이사장단은 "직접 만들지 않고 품질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 제네릭 허가·제조 환경을 악용해 품질관리가 부실해지고 있다"면서 1+3 생동, 자료제출의약품 임상허여 관련 법안에 대해 찬성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약사법 개정 등 국회 입법을 적극 지원하고, 법이 통과·시행되기 이전에라도 적극 솔선·시행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또한 제약협회는 품질관리TF를 구성·운영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제반 문제점들의 현상과 원인들을 분석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과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 등 종합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 종근당은 별도의 사과문이나 입장문조차 내지 않고 있다. 공시를 통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추후 확인되는 내용을 공시하겠다"는 짧은 해명만 올린 상황이다. 어떤 경위에서 임의변경과 서류조작이 발생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자체 검토·조사 계획도 언급하지 않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종근당은 이와 관련해 묵묵부답인 상황이며, 제약협회의 품질관리TF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는 27일 열리는 제약협회 윤리위원회, 청문회 등을 통해 종근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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