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인턴이 비위관 삽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했다면 의료과실에 해당할까?
지난달 30일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 개시법, 일명 신해철법이 시행되면서 전공의들을 상대로 이와 유사한 의료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진료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모(72) 씨는 2012년 6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다른 차량과 충돌해 경추 6~7번 불안정 손상을 당해 후방접근법으로 유합술을 받은 후 A병원으로 전원했다.
환자는 전원 당시 의식이 명료했고, 양쪽 다리에 마비가 있었으며, 목의 통증과 양쪽 팔의 무딘감을 호소했고, 미골 부위와 양쪽 발뒤꿈치에 욕창이 발생한 상태였다.
또 기관절개관, 유치카테터를 적용중이었으며, 경구 섭취가 어려워 비위관을 삽입해 위관 영양을 하고 있었다.
A병원 인턴은 이 씨의 비위관을 교체했는데, 한시간 후 교체한 비위관이 입으로 빠져나와 다시 삽입했다.
그 후 이 씨의 간병인은 비위관을 통해 물 30cc를 투입했고, 이 때 특별한 이상증상 등 특이소견이 없었으며, 보호자는 10분 후 비위관으로 유동식을 주었다.
그런데 한 시간 후 환자는 자가 호흡이 없고, 의식상태가 혼미하며, 산소포화도가 63%인 상태로 발견됐다.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심폐소생술로 응급조치를 받은 뒤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다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지만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이 씨의 유족은 2년여 후인 2015년 A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유족은 "A병원 인턴은 3번 연속 비위관 삽입을 실패했고, 비위관 삽입후 환자가 불편감을 호소했음에도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기도로 잘못 삽입한 비위관으로 음식물이 들어가 질식과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유족은 "환자와 가족들은 평일 비위관 교체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지만 인턴이 반강제적으로 비위관 교체를 했는데, 이는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판결을 통해 유족의 주장을 기각했다.
비위관이 위에 삽입되었더라도 유동식이 역류할 수 있고, 비위관 교체술은 위 내시경 삽입술과 같이 환자에게 상당한 불편함을 주는 시술이어서 구역질을 할 경우 삽입된 비위관이 다시 빠져나오거나 환자가 무심결에 관을 잡아 빼는 사례도 종종 있다.
또 의식이 명료한 환자에게 비위관을 교체할 당시 식도가 아닌 기도로 삽입되었다면 그 순간 기침이 난다.
물 30cc가 비위관을 통해 기도로 주입되면 마찬가지로 기침이 나게 된다.
이런 점을 종합해 법원은 "비위관을 기도로 삽입했을 때 발생하는 기침 등의 특이증상이 없었다"면서 "교체한 비위관이 빠져나온 것은 코로 삽입한 비위관이 식도나 입안에 뭉쳐있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사정만으로 인턴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은 인턴이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에 반해 비위관 삽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비위관 교체술은 반드시 전문의가 해야 하는 시술이 아니라 의사라면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시술"이라면서 "환자나 보호자가 희망하는 날에 교체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와 같은 비위관 교체로 인해 환자에게 흡인성 폐렴을 유발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명 신해철법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등급 제1급 중 일부에 해당하면 피신청인(의사)이 의료분쟁조정에 응하지 않더라도 조정 절차가 자동 개시되는 제도이다.
의료계는 이 법으로 인해 중환자, 응급환자 등의 의료분쟁이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고, 전공의들도 이런 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환자 안전과 불필요한 의료분쟁을 사전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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