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차원 교육인증사업 동시에 의료진 교육 플랫폼까지 무상제공 중, 그러나 제대로된 보상 없어 진료현장 지속 어려움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당뇨병은 합병증, 사망 등으로 이어지지 않게 적극적인 예방·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지만, 국내 당뇨병 환자의 관리 성적은 낙제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차원에서 이를 개선하고자 '당뇨병 교육자' 양성과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수가가 없어 개별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이행할 동력은 없는 실정이다.
대한당뇨병학회 김난희 교육이사(고려의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조재형 정보이사(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제약바이오기자단 인터뷰를 통해 사업을 보다 체계적·지속적으로 시행하고 관리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급여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현재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뇨병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고 혈당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다양한 만큼 평생에 걸쳐 환자 스스로 관리가 필요하다. 혈당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합병증 발생률은 물론 사망률까지 크게 높이기 때문이다.
당뇨병 관리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교육'
문제는 국내 당뇨병 관리 성적이 낙제점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조절률은 HbA1c(당화혈색소) 6.5% 기준 24.5%로 4명 중 1명만 학회에서 제시하는 목표혈당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혈당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즉 HbA1c가 8.0% 이상인 환자가 19.5%였다. 이는 당뇨병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최근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아 3가지 이상의 약제를 투약하는 환자들이 40%에 근접하고 있으며, 10%에 가까운 환자는 인슐린을 자가 투약하고 있어 저혈당 등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기존의 단편적인 정보전달 중심의 교육으로는 당뇨병 관리에 한계가 있다. 1만3017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실험 메타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질이 담보된 당뇨병 교육이 환자의 사망위험을 26%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구체적으로 10시간을 초과하는 당뇨병 자기관리교육을 받은 환자(평균위험비: 0.60, 95%CI 0.44–0.82, P = 0.001, I2 = 0%), 당뇨병 자기관리교육을 반복 받은 환자(평균 RR: 0.71, P = 0.001; I2 = 0%), 구조화된 교육과정을 이용한 당뇨병 자기관리교육을 받는 사람(위험비: 0.72, P = 0.01, I2 = 0%), 직접 소통을 이용한 당뇨병 자기관리교육을 받는 사람(위험비: 0.75, P = 0.02, I2 = 0%) 등에서 사망위험 감소에 대한 당뇨병 자기관리교육의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당뇨병학회는 지난 1999년부터 당뇨병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당뇨병 교육자 자격인정제도를 도입, 교육자를 양성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학회가 진행하는 엄격한 교육과정을 통과한 교육자들로 질이 담보된 당뇨병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병원을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으로 지정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으로 지정된 기관은 총 88개이며, 이 중 60개의 병원에서 교육인증병원 현판식을 진행중에 있다.
당뇨병학회 조재형 정보이사는 "아무리 좋은 약이 나온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당뇨병은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조절률을 높이려고 약만 강하게 쓰면 저혈당 부작용이 크고, 환자 개인적으로 먹거나 행동하는 것에 따라 혈당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난희 교육이사는 "당뇨병 치료의 근간, 즉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생활습관조절이다. 먹는 것, 운동하는 것,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에 따라 혈당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며, 생활습관개선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조절이 안 될 때 약을 복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육이사는 "의사,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따라다닐 수 없기 때문에 생활습관조절은 환자 스스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이 중요한데,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환자의 행동이 교정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교육이라는 것이 눈으로 보기에는 약을 쓰지 않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앞선 메타분석 결과처럼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교육은 간과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학회에서 적극적인 사업 시행해도 지속가능성 불투명…급여 등 제도권 안에 '교육' 분야 포함돼야"
학회에서 교육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수가나 지원이 없어 진료현장에서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정부에 정확한 규정 없이 1회, 1시간의 교육에만 인정비급여 형태로 교육비를 인정하고 있어 제대로 된 교육을 지속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에서는 올바른 교육을 위해 1회 이상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해 전담 교육자를 고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학회 측은 당뇨병 관리율을 제고하려면 환자 개별 교육 요구도에 따라 시간을 달리하고 교육 상담료 규정도 현실화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급여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김 교육이사는 "당뇨병은 정보가 굉장히 다양해서 환자별로 다른 질문에 대처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려면 전문적인 지식, 경험, 노하우가 중요한데, 병원별로 교육담당자의 전문성과 교육시간 등이 다르고 환자 개별적 관리도 불가능하다"면서 "학회 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00시간 이상의 실무경험과 다양한 교육을 이수한 의사나 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운동처방사 등을 대상으로 '당뇨병 교육자' 자격증을 부여하고 의사를 포함해 3명이상 교육자격증을 갖춘 곳에만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1회만 비급여로 인정해주는데, 교육시간은 최소 10시간 이상으로 늘려야 하고 1대1 교육 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가 함께 모여 환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각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팀 어프로치 교육도 중요하다. 또한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교육을 해야 하며 직역별로도 필요에 따라 교육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환자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탄수화물양 계산, 인슐린 용량조절, CGM 사용법 등 환자별 교육 난이도에 따른 개별 수가적용도 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해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병원은 전담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교육 시스템과 커리큘럼 개발에 정작 전문가 소외?…"만관제 등 실효성 높이려면 '학회'와 손 잡아야"
또한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당뇨병 교육도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대로된 커리큘럼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수백명의 환자를 등록해야만 교육 전담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어 제대로된 교육을 담보하기 어렵고, 환자의 상태에 따른 교육의 난이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조 정보이사는 "환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지만, 교육을 전담할 간호사(코디네이터)를 뽑으면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실제 코디네이터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에서 300명 이상을 등록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건강보험공단에 교육 여부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차의료만성질환 관리사업에 참여하는 환자 한 명을 등록하는데 20분 이상이 소요돼 교육은 사라지고 증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항목에 교육을 얼마나 열심히, 얼마나 잘했는가는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슐린을 투약하거나 많은 약제를 복용함에도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는 보다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일차의료만성질환 관리 사업의 체제에서는 그 취지와는 다르게 당뇨병 정도가 심하지 않은 사람을 주로 등록하는 것이 수월하다. 반대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오히려 등록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차등하는 조건이 너무 많으면 복잡하겠지만, 최소한 약을 3가지 이상 쓰거나 인슐린을 투약하는 환자, 초진 환자 등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조금 더 큰 수가를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 측은 정부가 '당뇨병 교육'에 대해서는 전문가 단체이자 수십년간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갖고 교육을 진행한 학회와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이사는 "만관제 교육시스템 개발 시 처음부터 정부의 컨택 포인트를 학회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학회 교육자 인증시 다양한 조건이 있는 반면 현재 만관제 케어코디네이터는 실무경험 없이 몇시간의 교육만으로 활동이 가능하다"면서 "당뇨병환자를 기존에 많이 본 케어코디네이터가 아니면 다양한 당뇨병 환자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대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 문제로 케어코디네이터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 교육자료 등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은 당뇨병학회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뇨병학회의 다양한 교육 컨텐츠를 활용해도되고, 학회와 당뇨병교육간호사회, 당뇨병교육영양사회와 함께 공동으로 교육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교육의 질을 잘 만들려면, 당뇨병학회가 오피니언 리더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3000여개 교육 콘텐츠 담은 닥터바이스…EMR연동 가능·부실 교육 대안될까?
한편 만성질환관리 플랫폼 기업 아이쿱(iKooB)은 의사와 환자 간 소통에 도움을 주는 플랫폼 닥터바이스(Doctorvice)를 통해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당뇨병 교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닥터바이스는 의사가 중심이 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3000여가지 교육 콘텐츠를 환자의 다양한 유형에 맞춰 기성복처럼 갖추고 있으며, 환자가 찾아오면 유형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교육 프로그램에 맞춰 제공한다.
닥터바이스는 현재 의사랑EMR과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증빙자료 제출도 가능해 증빙에 낭비되는 업무시간 절약도 가능하다.
오는 23일 개막하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에 참가해 관련 서비스를 시연할 예정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사랑과 연동되기 때문에 비용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조 정보이사는 "아무리 좋은 기기가 나와도, 아무리 좋은 앱이나 약제가 나와도 만성질환은 평생 관리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가 오면 진단하고, 설명하고, 교육하고, 처방하고, 변화를 발견하고 평가해서 다시 약을 처방하고 변화를 확인하는 무한 반복을 환자의 평생에 걸쳐 계속해야 한다"면서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도 책임을 가지고 마지막에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결국 의사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의 교육과 상담에 적합한 시스템을 이용하고 여기에 더해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엔진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닥터바이스(Doctorvice)를 활용시 현장에서 환자에게 직접 화면을 보면서 교육을 할 수 있고, 프린트물이나 메신저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환자가 앱을 설치하면 그 앱으로 전송도 가능하다"면서 "뿐만 아니라 환자가 직접 작성하는 설문(Patient Reported Outcome, PRO)이나 환자의 의료기기가 제공하는 정보를 연결할 수도 있어 의사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환자 맞춤 교육 프로그램 제공도 가능하다. 따라서 1차 의료기관의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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