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 반대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후 처음으로 정부를 만난 가운데 정부와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다만 필수의료 정책피키지에 포함된 환자와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완화,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과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달개비에서 제22차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하고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보건복지부는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 임강섭 간호정책과장,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이 참석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김종구 전라북도의사회 회장, 이승주 충청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 서정성 의사협회 총무이사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회의에서 젊은 의사들이 질 높은 수련을 통해 임사역량이 뛰어난 전문의로 성장하도록 수련 과정 지원을 강화하고 전공의 근무여건과 권익 보호를 위한 실효적 정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정 정책관은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 매월 100만원의 수련비용이 지원된다. 이 외에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했던 고위험 고난도,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에 공정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선도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복지부와 의협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의료사고 적정 보상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의대정원 확대다.
정 정책관은 “또 하나의 열쇠이자 필수의료 해법의 필요 조건이 바로 의대정원 증원이다”라며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89%가 넘는 국민이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여러 언론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하게 절대 다수의 국민이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의협은 의사 인력 증원과 같은 중대한 정책을 어떻게 국민 여론에 기대어 결정하느냐며 전문가인 의사 의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국민 뜻에 따르지 않으면 무엇에 따르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부족한지, 충분한지는 응급실, 수술실, 진료실에서 의사를 직접 만나고 몸소 경험하는 환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환자가 있는 현장, 환자가 없어도 자리를 지키면서 적은 인력으로 진료와 당직을 버텨내고 있는 병원 필수과 의사들도 그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의대 증원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의협은 현 필수의료, 지역의료 의사 부족 문제의 원인이 실질적인 의사 숫자 부족이 아닌 정책 실패에 있다고 꼬집었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의장은 “지난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지방 환자는 97만 여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방 환자의 수도권 상급종병 진료비는 2조 8000억원 규모로 전년도 대비 무려 7.3% 증가했다”며 “수도권 상급종병들은 몰려드는 환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지역 의원급 기관과 중소병원 폐원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난 8월 복지부는 제3기 병상 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하면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병 분원에 대해 의료기관 개설시 장관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다고 밝혔으나, 이미 9개 대학병원이 11개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2028년에는 수도권에만 6600병상 이상이 새로 생길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장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대정원 확대 검토보다는 대학병원들이 분원을 설립할 자금으로 필수의료 인력을 더 채용하고 충분히 보상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며 “조규홍 장관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를 거론하며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했으나 이는 의료접근도를 말하는 것으로, 특수한 필수의료 영역에서의 정책 실패를 의미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함께 양 의장은 최근 대법원이 전공의 1년 차에게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면서 징역 및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을 거듭 언급하며 의대 증원에 앞서 추진해야 할 실질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외과 의사로 34년째 근무 중인 저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고 신상에 붉은 줄을 그어버리는 전 세계의 유일한 나라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필수의료 의사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됐다”면서 “그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부와 필수의료를 살리자며 논의해 온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의대정원을 확대해 의사를 늘리기만 하면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필수의료 의사들이 늘어나고 응급실로 몰려갈 것이라 진정으로 생각하는가"라며 "국회‧법원‧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복지부와 의협은 ▲의료기관 종별 역할 명확화 및 기능 정립 지원 ▲지역완결적인 의료 이용 지원 관리 ▲대형병원‧응급실 등에서의 적정 의료 이용 유도 ▲병상 관리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공동 노력 등의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한편, 다음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는 오는 27일 16시에 개최되며, 의사인력 확충 정책 추진방향과 그간 논의했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해 종합 토론하며, 대한의사협회가 제안한 면허관리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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