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울 오피스빌딩 공실률 사상 최고'(2018년 9월 한경부동산 기사), '코로나의 역설...재택근무에도 초호황 누리는 오피스시장'(2021년 12월 헤럴드경제 기사).
두 개의 기사 제목이 매우 대조적이다. 거짓말 같지만 불과 3~4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필자도 서울 주요 도심대로변 빌딩 오피스 임대와 관련해서 수년간 많은 고객사들과 호흡하면서 일해왔지만, 지금처럼 기이한 현상은 처음인 것 같다.
판교는 '0%'라는 기적적인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고 교보리얼코 자료에 의하면 2021년 3분기 강남권(GBD) 공실률은 1.36%이었다. 특히 현장에서 필자가 체험하고 있는 2022년 현재 강남권 상업용 빌딩 오피스 공실률은 0%에 수렴하고 있다.
얼마 전 강남역 인근 대로변 건물주와 식사를 하게 됐다. 개원을 준비 중인 많은 의사분들이 필자에게 기대하는 강남역 대로변 빌딩 임대 자리를 얻어내기 위해 나간 영업 활동의 일환이었다. 그는 기존의 사무실로 가득 차 있는 빌딩을 병의원으로 채워나가면서 메디컬빌딩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건물주였지만, 최근 오피스 임대차 시장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돌아선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대로변 오피스 임대차 시장은 기이한 모습이 많이 연출되고 있다. 건물에서 매년 렌트프리(Rent Free, 매년 무료 사용기간)를 제공한다고 해도 임차인들이 먼저 나서서 렌트프리는 필요 없다고 하는 곳도 있고 오히려 역으로 임차인이 임대료를 높여서 부른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한 빌딩의 오피스 임대 매물을 대상으로 여러 회사들이 임차의향서를 제출하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빌딩 소유주 측에서는 우량 기업이 아니면 탈락시키는 모습도 종종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빌딩들이 주요 지하철역 역세권의 빌딩들도 아니고 지하철역에서 버스를 한참 타고 가야 나오는 2nd-tier 정도의 곳들이니, 현재 오피스 시장에서 얼마나 공급이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한 장면인 것 같다.
건물주와 식사 후 차를 마시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임대차 시장이 본인이 봐도 좀 기이하다"고 허공을 가리키며 이야기하셨다.
"김 팀장님, 요즘 우리 빌딩에 임차의향서를 내는 곳들이 엄청 많아요. 그리고 내가 임차의향서를 보낸 업체들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요? ‘저~~기 줄 서봐’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양극화되고 있는 지금, 상업용 빌딩 임대차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식당, 소매점 등이 몰려 있는 주요 전통 상권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공실률이 급증했지만, 반대로 이렇게 오피스 수요가 몰려 있는 대로변 빌딩 공실률은 급감했다.
대로변 빌딩만 놓고 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현재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의 강남대로를 걸어보면 대로변 빌딩 1층 절반이 공실인 상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1층 공실이 있는 같은 건물 2층부터는 공실이 거의 없고 경쟁이 치열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IT기업들이 급성장을 했고 판교가 그 수요를 수용하지 못해 강남으로, 여의도로, 시청으로 사무실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새롭게 개원하고자 준비하는 의사분들 대부분은 한 층 전체를 사용할 정도의 규모인 약 80~100평 정도를 찾는다. 문제는 병의원 개원 수요와 사무실 오피스 수요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병의원 개원 시장에서 앞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다.
사무실을 찾는 회사들도 대부분이 100평 정도의 한 층 전체를 사용하기를 원한다. 자본력을 가지고 임차의향서를 내는 IT 회사들과 개원 혹은 이전을 준비중인 병의원 원장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렌트프리도 필요 없고 들어가게만 해달라는 IT업체들과 아무래도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으니 렌트프리를 조금이라도 더 요구하는 병의원들을 동시에 접하는 빌딩 소유주에게는 어쩌면 'IT업체들'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개원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개원시장도 1인 소규모 개원 보다는 점점 기업화되면서 대로변 임대 전쟁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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