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1.28 10:21최종 업데이트 19.11.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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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 연구, 13명 중 5명이 유산 "한약이 유산·태아 기형 유발해 안전성 우려"

산부인과학회 "자연임신율 20~27% 보다 열등한 수치...객관적 연구결과 입증 부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산부인과학회가 27일 최근 3개 한방의료기관에서 원인불명 난임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결과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발표했다. 임신주기 비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대조군이 부족하며, 유산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연임신율 20~27%보다 낮은 결과마저 보였다. 

산부인과학회는 “한국에서는 정치적 목적의 비호아래 전통적 치료방법들에 대한 검증 과정이 이뤄지지 않고 환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위험은 물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치료시기를 놓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3개 한방의료기관(동국대, 경희대, 원광대, 연구책임자 동국대학교 김동일 교수)에서 원인불명 난임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였다. 2015년 6월1일부터 2019년 5월31일까지 4년동안 총 6억2000만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진행됐고,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의 한의약 난임치료연구결과를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방치료를 통한 임신율이 14.44% (13/90)이었으며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확인된 의과 난임치료 효과는 임신확진을 기준으로 인공수정 13.9%, 체외수정 29.6%이었다. 연구팀은 한방 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은 체외수정보다는 떨어지지만 인공수정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의과치료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 정도라고 해석했다. 

임신주기 비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대조군도 부족 

산부인과학회는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보고된 임신율은 한 주기당 임신율이고 이번 보고서의 임신율은 7주기동안 관찰된 누적 임신율로 실제 한 주기당 임신율은 2.06%에 불과했다. 2017년 경기도 한방난임사업 결과 보고서의 주기당 임신율 2.6%와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한방난임치료가 체외수정보다는 떨어지나 인공수정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임신율의 비교 시 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임신율은 난임부부지원사업에서 보고된 한 주기당 임신율을 인용했다. 하지만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은 7주기 동안의 누적 임신율을 사용해 비교하고 있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치료를 받지 않은 원인불명의 난임환자들은 한 주기에 임신이 될 가능성으로 정의되는 수태가능성(fecundability)이 환자의 연령, 불임의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략 2-4%정도로 보고돼있다.(Guzick DS 등, Fertil Steril 1998) 정상적인 부부의 수태가능성인 20-25%보다 90% 정도 낮은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고, 연구보고서의 주기당 임신율은 치료를 받지 않은 난임환자의 수태가능성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아무런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6-8개월동안 자연임신시도를 하더라도 20~27%의 자연임신율이 보고돼왔다. 이번 보고서의 원인불명 난임환자에서 한방난임치료를 통한 임신율은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 것보다도 오히려 열등한 결과"라고 밝혔다.

대조군이 부족한 연구의 한계도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이번 연구는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보고서의 임신율과 비교를 했다고 하지만 대조군의 선정기준 및 임상적 특성을 규정할 수 없어 적합한 대조군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 이에 1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케이스 시리즈에 해당하며 가장 하위 수준의 근거만 제시할 수 있다.  '한의약 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근거중심의학)에서 검증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2012년도 난임 부부 지원사업의 대상연령군과 나이 분포만 맞췄을 뿐, 어떤 방법으로 맞췄는지 환자군 선정을 세 기관에서 했는데 환자 선정 방법이 어떠했는지, 환자 수를 100명으로 산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등 연구 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필요하다. 연령별 환자 분포를 맞췄다고 적합한 대조군이 될 수 없다”라며 “결론적으로 전향적으로 환자를 모집했을 뿐 근거수준이 매우 낮아 이번 연구를 통해 한방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근거중심의학)에서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유산 위험 비정상적으로 높고 최근 연구에서도 효과 없음이 드러나  

산부인과학회는 “이번 연구에서 한방치료로 임신한 13명의 환자들 중 5명(5/13, 38.5%)이 유산을 경험했고 1명(1/13, 7.7%)은 자궁외 임신이었다고 보고했다. 임신한 환자수가 13명으로 적었다는 것을 감안할 지라도 유산율, 자궁외임신 위험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임신을 시도하는 난임환자들에서 유산율, 자궁외 임신의 증가는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은 환자들의 나이(평균연령 33.3세 vs. 30.8세), 이전 체외수정시술 횟수 (0.83 vs. 0.29)의 차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통계적 검증 결과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한 주장을 하고 있으며 체외수정시술에서 보고되는 것보다 유산율, 자궁외임신 위험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의료계에서는 한약이 유산이나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연구를 진행한 것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을 엄격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문헌고찰 연구에도 그간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한방난임치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체계적으로 디자인된 대규모의 전향적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며 소규모의 연구들이거나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대조군이 없는 연구들에서 한방 난임치료의 효용성을 주장하거나 이러한 연구들을 모아 분석한 메타분석을 가지고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학회는 “4개의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 위주로 보완대체 의학 관련 연구 45개를 대상으로 연구의 적정성을 평가한 논문에 의하면 고품질의 연구(high validity trial)는 26개였고 이중 2개(7.7%) 만이 보완대체의학의 효과가 입증됐다. 반면 저품질의 연구(low validity trial)들에서는 19개 중 11개(57.9%)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한방치료를 포함한 보완대체의학이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나 효용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 마찬가지로 한방난임 치료도 일부 소규모의 쳬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수행되지 않은 연구들에서의 좋은 결과만을 가지고 효과를 주장했다”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가 최근에 보고된 연구를 살펴본 결과, 2018년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IF 51.273)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824명의 환자에서 침술치료가 생아출산율을 높이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전향적무작위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침술이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 

또한 2017년 JAMA에 1000명의 배란장애가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서 시행된 전향적무작위연구에서 침술치료가 효과가 없음이 입증된 바 있다. 한약(herbalmedication)은 양질의 연구에 의해 검증이 되지 않았고 이로운 효과에 대한 명백한 근거가 없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2016년 습관성유산 환자에서 한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시행된 코크란 리뷰를 보면 일부 제한적인 연구들에서 효과를 보고하고는 있으나 연구방법론적으로 연구의질이 좋지 않아서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양질의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한방난임치료를 도입하려면 연구보고서의 수준이 아닌, 잘 정리된 체계적인 논문화를 통해 국제적으로 공신력있는 저널에 보고하고 다양한 검증 및 추가적인 효과에 대한 확인을 거쳐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든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같은 효과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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