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번 꼬박 양치하기도 힘든 날이 있지만 환자를 위해 하루 세 번 잊지 않고 샤워를 하는 의사가 있다.
아침, 저녁 이외에 점심식사 후 다음 수술을 할 환자들을 위해 샤워를 한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김진구 교수(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김염 예방을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제는 좋은 습관이 됐다"고 말한다.
하루에 세 번 샤워를 하는 이유
김진구 교수는 건국대병원에서 근무하기 전, 상계 백병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배 교수의 말에 감동을 받아 샤워하는 습관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통 의사들은 수술 후 너무 땀이 많이 나거나 혈액으로 인해 오염이 됐을 때 샤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점심식사 후 수술하기 직전에 샤워를 하는 게 김진구 교수의 눈에는 이례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김진구 교수는 "교수님은 참 청결하신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에도 꼭 샤워를 하시네요"라고 건네자 그 교수님은 웃으시면서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허허 청결? 김 선생, 내가 오늘 몇 번째 씻는지 아나? 외과의사는 하루에 3번을 씻어야디, 명심하라 너 위해서 닦는 것은 마지막 한번 밖에 없다."
평소 이북 사투리를 구사하던 교수의 대답에 김진구 교수는 감명을 받았고, 자신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한 것.
김진구 교수는 "그러면서도 새벽부터 시작하는 컨퍼런스, 각종 학술·행정 업무를 보면서 긴박한 수술 중간에 샤워하기란 사실 어려웠다"면서 "2015년 9월, 건국대병원으로 직장을 옮기고 수술실 락커를 배정받아보니 마침 샤워실 바로 앞이어서 이제는 실천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루 세 번 샤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김진구 교수는 처음에 하루 세 번 샤워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할 일이 너무 많고 피곤한 와중에, 그리고 기분 좋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샤워와 달리 내 몸의 균과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샤워가 처음에는 고통스러웠다는 것.
김진구 교수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환자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됐다"면서 "점심 식사 후 샤워를 하고 수술복을 갈아입지 않으면 무언가 나태한 느낌이 들어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명의로 소문난 김진구 교수는 또한 정형외과 특성상 감염 예방에 늘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 등은 미세한 균에도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실제로 수술실에서는 작은 먼지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어 감염 예방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진구 교수는 머리카락과 머리에서 땀이 새어나지 않도록 샤워 후 수술 모자를 2개씩 겹쳐 쓰고, 무식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술방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교수는 "모든 병원의 기본 수칙은 감염 예방에서 시작한다. 의료진의 의무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좋은 습관, 계도 목적은 아니다
또한 김진구 교수는 병동 회진을 돌면서도 수시로 알코올로 손 소독을 한다. 환자를 보고 나면 습관적으로 알코올로 소독을 하는 것.
김진구 교수는 "이렇게 4, 5년 지내다보니 익숙해져 이제는 하지 않으면 어색하다"면서 "외과의사로서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진구 교수는 이러한 습관을 다른 의사들에게 권하거나 계도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며, 이미 의사들은 사실 감염 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구 교수는 "메르스를 겪으며 우리는 교훈을 얻었듯이 평소 감염관리에 힘써야 하며, 국가에서는 감염 예방과 관련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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