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13 16:37최종 업데이트 23.09.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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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초음파, 뇌파계 이어 엑스레이 골밀도측정기도 허용…환자 진료한 한의사 '무죄' 선고

사법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판결 이어져…의협 "국민 건강 위협하는 무책임한 판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법원이 한의사가 현대 진단기기인 엑스레이(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한의사가 초음파 현대 진단기기를 사용해 한의학적 진단행위를 한 것을 무면허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과 올해 8월 한의사가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 무죄 판결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방법원은 13일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가 청구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앞서 2016년 서울행정법원이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해 발뒤꿈치 등의 성장판 검사를 실시한 의사가 복지부로부터 한의사면허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린데 대한 면허자격정지 취소 소송 기각 판결과 상충되는 내용이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한의사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며,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진료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

당시 행정법원은 재판부는 엑스레이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해부학적으로 뼈의 성장판 상태를 확인,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한의학적 진단방법이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고, 이원적인 우리 의료체계 상 의료법에서 규정한 '의료기관'에는 한방병원이나 한의사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한의계는 힘을 모아 이번 판결의 무죄를 주장해왔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적극 인용했고, 전국의 한의사 회원들로부터 해당 한의사의 무죄와 합리적인 판결을 요청하며 작성한 1만 5171장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의료법 및 한의약육성법의 조문과 대법원의 판례를 예를 들며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필요를 반영하여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현대 진단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해 진료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초음파, 뇌파계에 이어 엑스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원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있어 또 하나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는데 한의계로서는 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입법부와 행정부가 양의계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던 현실에서 사법부의 합리적이고 당연한 판단이 나온 만큼, 행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빠른 후속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오는 14일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의협은 "이번 판결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발생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심각한 위해를 명백히 무시한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의료법은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적시하여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 면허를 받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그럼에도 수원지방법원은 각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 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했다. 이는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며, 그 결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임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의협은  2016년 김필건 전 한의협 회장이 골밀도측정 시연을 하며 오류를 범한 적도 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보건위생상의 위해는 진단과 치료에 완결성이 있는 영역에서의 진료능력을 바탕으로 판돼야하며 기기가 보여주고 AI가 판독해주는 결과를 낭독했다고 해서 진단과 치료 가능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전문가로서 의사는 본인이 담보할 수 없는 영역을 함부로 장담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위해를 유발하는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의협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수원지방법원의 이번 판결로 발생할 현장의 혼란과 국민보건상의 위해 발생 가능성, 그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판결로 발생하게 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피해는 온전히 재판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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