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의료계·국회입법조사처 "약 배송 필요" 한목소리…마이데이터·디지털 기술 활용해 비대면 진료 고도화 해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의료현장에 도입된 비대면 진료가 올해로 5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약 배송 허용 등 법제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주최로 ‘비대면진료의 효과적·안정적 도입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원산협이 이날 첫 번째로 촉구한 것은 약 배송 허용이었다. 야간·휴일 등 특정 시간대부터라도 약 배송 제한을 풀어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야간·심야 한해서라도 약 배송 허용해야…네거티브 방식 비대면 진료 입법 필요
원산협 이슬 공동회장(닥터나우 대외협력이사)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만족도와 활용 의향이 높음에도 제도의 효능감을 저해하는 제도적 모순이 이 약 배송 제한”이라며 “비대면으로 처방을 받아도 시간이 늦어서 주변 약국이 모두 문을 닫았거나 문을 연 약국이 있어도 찾던 약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여전히 너무 많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 경우 더 심각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주변에 약국은 많지만 약사가 비대면 조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내가 찾는 약을 갖고 잇는지 환자로선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수십 통의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약국 입장에서도 일일이 전화에 응대해야 해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약을 못받은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전화해서 처방전을 다시 발행해달라고 하거나 진료비를 환불해달라고 하기도 해 의료기관의 고충도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산협 조사 결과 OECD 국가 중 약 배송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도 터키와 한국뿐”이라면서도 “다만 약 배송의 안전성 측면에서 사회적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의료접근성이 저하돼 비대면 초진이 허용된 야간, 휴일에라도 약 배송을 허용해 달라. 이를 통해 우려에 대한 실증적 검증과 제도 정비 사항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이 공동회장은 비대면 진료 법제화와 관련해 네거티브 방식의 비대면 진료 입법, 플랫폼 자격 기준 등 품질 관리 방안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와 국회입법조사처도 완결성을 갖춘 비대면 진료를 위해 약 배송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발주로 비대면진료 관련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의사는 전화로 만나고 약은 받으러 약국에 가라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의약품 원격 복약지도 및 배송을 허용하고 전자처방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정 입법조사관은 “약 배송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없다. 심지어 약국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따로 운영하는 국가도 있고, 비대면 플랫폼과 같이 합쳐서 운영하는 국가도 있다”며 “그 플랫폼을 실제로 약사 단체에서 만들어서 본인들 것을 이용하게 하거나 협회 내에서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단순 전화진료서 진화해야…원산협 "자율규제 통한 책임경영 실천할 것"
비대면 진료의 안정성과 질 향상을 위해 제도 개선과 각종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입법조사관은 “현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진료 방식은 대면 진료에서 이뤄지는 과정을 단순히 비대면으로 전환해 화상, 음성통화로 진료하는 것”이라며 “차세대 비대면 진료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을 통해 만성질환자의 생활습관·식단 관리, 복약지도 등을 가능하게 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이데이터 활용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교수도 “비대면 의료의 한계 극복을 위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분석 기술, 디지털 청진기, 디지털 바이오마커 등 다양한 방면의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비대면 진료가 중기적으론 원격 모니터링과 관리시스템을 갖춘 형태로, 장기적으론 AI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산협은 이날 ‘자율규제를 통한 책임경영 방안’도 발표했다. ▲화상 진료 고도화 ▲의료 마이데이터 적극 활용 ▲처방 금지 및 제한 의약품 모니터링 ▲의약품 배송 안전성 강화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관리 강화 ▲사용자 친화적 앱 환경 조성 및 공평한 서비스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원산협 선재원 공동회장(나만의닥터 대표)은 “원산협은 비대면 진료가 한국 의료환경에서 안전하고 신뢰받는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자율규제를 통해 책임경영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 안전성 강화, 접근성 확대, 화장진료 기능 고도화 등 핵심 과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며 “특히 의료 마이데이터의 활용, 의약품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접근성 제고를 위한 사용자 친화적 환경 조성은 비대면 진료의 신뢰성을 높이고 더 많은 국민의 안정적, 효율적인 의료서비스 모델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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