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8.09 10:20최종 업데이트 26.08.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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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의사 특혜’ 프레임, 껍데기만 남은 의료분쟁조정법

[칼럼]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의료혁신위원회 민간위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응급실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비극이 이어질 때,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중증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마지막 희망과도 같았다. 적어도 치료 시기를 놓쳐 지역 때문에 차별받거나, 사법적 리스크를 우려한 진료 기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법안의 원래 취지와 목적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는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의사 특혜’라는 엉뚱한 프레임에 갇혀 법 개정 취지의 본질을 잃은 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언론과 토론회를 메운 논쟁에서 법안의 본질인 ‘환자 생명 보호’와 ‘필수의료 현장의 정상화’는 자취를 감췄다. 일부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소비자단체들은 이를 ‘의사들에 대한 특혜’라고 규정하며 위헌 소지와 법률적 문제를 제기했고, 여기에 법률가들까지 가세했다.
 
그 결과 본래의 목적과 방향은 크게 변질됐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는 알맹이가 빠져나간 껍데기만 남았다. 현장의 목소리와 중증환자의 절박함을 헤아리는 성찰은 사라지고, 실효성이 의심되는 법리적 잣대와 정쟁의 언어만 무성해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만간 환자기본법 하위법령과 환자안전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환자단체 등록제와 환자정책심의위원회 구성, 환자안전 관련 각종 규제와 절차 등 굵직한 제도적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예정이다.
 
그때마다 형식적인 절차와 위원회 구성, 명분 만들기에 치중한다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실효성은 다시 갉아먹히고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필수의료 현장의 의료진은 계속 사라지고, 치료받을 곳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묻고 싶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현장의 젊은 의사들과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증질환자들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다는 그 기본권은 왜 우리 중증질환자들의 절박한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가.
 
그토록 환자의 권리를 부르짖어 온 일부 시민∙환자단체와 정치권, 정부는 진정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명분과 주도권 잡기에 몰두하는 동안 초를 다투는 중증질환자들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다.
 
염치가 있다면 대안을 내놓아라. 시간이 없다. 중증질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나 형식적인 위원회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를 치료해 줄 의사와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의사 특혜’라고 비판해 온 이들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고위험 환자를 치료할 의사를 어떻게 현장에 남게 할 것인지, 병원이 응급∙중증환자를 피하지 않도록 어떤 안전망을 마련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빈말이라도 좋으니 제발 이 절박하고 처절한 현장에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기를 바란다.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지고 더 이상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명분 싸움을 멈춰야 한다.
 
지금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껍데기뿐인 법안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진짜 해결책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료분쟁조정법 # 한국중증질환연합회 # 김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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