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건의료 분야 중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포지티브 규제는 허용하는 것만 빼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방식이고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하는 것만 빼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방식이다. 의료기기업계는 규제가 혁신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네거티브 규제 방안 검토
8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업계에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변경할 수 있는 보건의료 분야를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지난달 11일 대통령 주재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논의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재설계하고 신기술 도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의 연장선 상이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분야는 생명과 밀접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항목이 전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의료 분야는 환자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 어렵다"라며 "기술과 서비스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기기업계는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헬스케어’ 등은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의료기기 허가심사를 맡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 내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혁신 기술이 규제의 속도보다 빨라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라며 “국내에서 먼저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에서 판매하거나 해외에서는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FDA, 개별업체에 한정해 규제 완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개별 제품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개발자(기업)를 인증하는 것으로 규제를 대체하고 있다.
FDA는 올해 7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헬스 이노베이션 액션플랜(Digital Health Innovation Action Plan, DHIAP)을 발표했다. FDA는 적절한 자격 요건을 갖춘 기업에 자격(Pre-cert)을 준다. 자격을 취득한 기업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 인허가 과정을 면제받거나, 일단 제품을 출시한 후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자료를 제출한다.
FDA는 이를 넘어서 디지털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설계, 유지 능력 등을 평가해 103개 후보기업 중에서 9개 파일럿 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핏비트 존슨앤드존슨 로슈 베릴리 피어테라퓨틱스 포스포러스 타이드풀 등이다. 이들 기업은 일단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다음 소비자들이 이용할 때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분석한 자료를 제출한다.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최윤섭 대표는 'FDA는 혁신을 어떻게 규제하는가' 주제의 기고와 강연을 통해 “자격요건을 갖춘 제조사들은 보다 자율권을 가지고 자신의 기술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라며 "환자는 기술 혁신의 수혜를 빠르게 받을 수 있을 만큼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규제 완화"라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완화 논의 멈춘 상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별도 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가이드라인을 내놓는가 하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체 신호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가 아닌 것으로 분류해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허가된 건수는 20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규제 완화와 관련한 논의가 멈춰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기술과 모든 데이터가 하나로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지난 2014년 3조원에서 연평균 12.5%씩 증가해 2020년에는 1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현재 전체 의료기기 시장 규모인 6조여원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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