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8.17 06:10최종 업데이트 21.08.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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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문제의 본질은 유령수술·대리수술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칼럼]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대한의원협회 의무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면허 진료보조인력 PA·UA 합법화 논란
  

7월 29일 보건복지부는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 제17차 회의에서 9월 중  진료보조인력 PA(Physician Assistant)또는 무면허 보조인력 UA(Unlicensed Assistant)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한 후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회의에는 의료계 참석자는 없었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소비자연맹, 한국 YWCA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6개 시민사회단체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지 않으면 의료의 질이 하락하고 의료인 면허체계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병원계와 간호계는 PA·UA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PA·UA 합법화에 대한 심층적인 의견을 들어본다. 

①저수가가 만든 괴물 PA·UA 진료지원인력 제도 즉각 중단하라
②시민단체 6개 협의체가 만든 불법 PA·UA 공청회 과연 타당한가
③PA 문제의 본질은 유령수술·대리수술과 다를 바 없다는 것

[메디게이트뉴스] 몇 달 전 PA(Physician Assistant) 문제로 의사선생님 몇 분과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 분이 PA 문제는 저수가(低收價)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하셔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의료계의 저수가가 해결된다면(그러기 매우 어렵겠지만) 지금 PA를 고용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 병원들이 그만 둘까요?”

며칠 전 보건의료발전협의체(보발협)에 참석한 대한병원협회(병협) 측이 "전공의 업무가 PA들이 할 일"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현재 PA들이 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려는 욕심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물밑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던 PA의 불법 행위들이 폭증하기 시작한 게 바로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가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시키지 못하게 된 이후부터였다. 대형 수련병원들은 전공의가 빠져나간 자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PA로 메웠고, 그 변명을 전공의 특별법때문이라고 애써 합리화하고 있다.

전공의를 과거처럼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부속을 갈아 넣듯 저임금으로 착취해 병원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게 되자, 제대로 된 임금을 주고 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또 다른 대체품으로 찾아낸 것이 PA라는 이종(異種) 교배적인 제도다. 그나마도 현행 의료 체계 내에서 허용된 것이 아니라 불법을 저지르면서 생겨났다.

이러한 의료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고 무거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정부나 사법 당국은 지금껏 수차례의 고발이 있었어도 솜방망이 처벌로 유야무야 시키더니, 이젠 아예 한술 더 떠서 보건복지부는 9월에 PA 합법화 관련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시범사업안까지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욱 황당한 일은 7월말에 열렸던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에 참석한 노조 등 시민단체들도 진료지원인력 지침 마련이나 시범사업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정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일부 부도덕한 병원들의 유령수술, 대리수술 건을 문제 삼으며 수술실 CCTV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알다시피 PA는 단순히 의사의 보조적인 인력으로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수술이나 침습적 검사 등에서 자칫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수 있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 유령수술이나 대리수술에 비유하자면 원래 수술을 받기로 돼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수술 받는 경우보다는 사무장이나 기구상에게 수술 받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병원에서는 의사처럼 환자에 대한 오더도 내고 있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상급종합병원의 무한 팽창이 만들어낸 괴물, PA

2020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치과, 한방 포함) 총 진료비 약 69조 원 중 상급 및 종합병원이 약 30조원으로서 43.7%를 차지하고 있고, 45개에 불과한 상급병원들이 약 15조3000억 원으로 22%, 소위 빅5병원이 상급병원 전체 진료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웃지 못할 수치를 접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서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병원급, 특히 상급종합병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최근 수년 간 급격해져 의원이나 중소병원으로 가야할 환자들까지 진공청소기처럼 무차별 빨아들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원 신설 등으로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병상 수에 비례해 입원은 물론 외래 환자들까지 늘어나니 당연히 검사나 수술 건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늘어난 환자와 그에 따른 검사, 처치, 수술 등을 감당하기 위해 보다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게 됐고 인건비를 줄이면서도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만들어낸 의료 인력이 바로 PA다. 그러나 PA는 의사가 아닌데도 의사가 해야 할 많은 업무들을 불법적으로 행하고 있다. 따라서 무면허 진료보조인이라는 뜻의 UA(Unlicensed Assistant)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결국 외국의 전범(典範)처럼 환자 진료 못지않게 교육과 연구에 힘써야 할 상급종합병원들이 너나없이 몸집을 불리고 매출을 올리는데 경쟁을 한 나머지 크게 부족해진 의료진을 무면허자로 대체한 것이 PA 문제의 실체다. 요즘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유령수술, 대리수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급종합병원들은 "PA가 없으면 검사나 수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언뜻 들으면 한시바삐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한 고육지책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자. 상급병원으로 몰려든 환자들이 반드시 거기서 다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인가.

중증외상이나 심장수술, 암 환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상급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의원이나 중소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 형태의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또 정부가 상급병원들의 팽창을 방관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 결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나날이 심화되고 건강보험재정 역시 비례해 소모되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필수의료의 수가를 올려주면 PA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는데,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이 없다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인상된 수가가 적정한 인력을 수급하는데 사용하기보다는 양적 팽창에 투자되거나 병원의 다른 곳 적자를 해결하는데 슬슬 녹아서 사라지고, 여전히 PA를 고용해 저비용 고효율의 경영을 도모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양성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현재 PA가 하는 업무를 대신할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과연 적정한 대우(단지 보수뿐만 아니라 신분 보장이나 인격적인 대우 등)를 보장하면서 채용 노력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지금 많은 의사들이 강제지정제와 저수가에 신음하면서 겨우 적자만 면하는 상황으로 개원을 지속하거나 고령에도 불구하고 당직 등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서산간 지역 근무도 마다하지 않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의사 중에서 적임자를 찾기보다는 구하기 쉽고 저렴한 PA를 이용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 등 몇몇 국가들에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PA는 고유의 학업과 면허자격 과정을 통한 제도로서 우리나라의 UA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지금 공청회나 시범사업 등을 주장하는 것은 상급종합병원의 이윤 추구를 위한 무면허 의료행위를 그냥 합법화해달라는 억지에 불과하다. 유령수술, 대리수술에 엄격한 법 집행을 약속하던 정부나 사법당국의 잣대가 왜 이중적인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현 시점에서 PA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는 PA, 아니 UA가 무면허 의료행위임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알리고 불법적인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다. 일단 국민 건강을 위해서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를 중단시킨 뒤, 지금처럼 상급종합병원이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 봐야할 환자들까지 싹쓸이해서 검사나 처치, 수술이 적체되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를 현실화시키고, 필수 의료 인력을 적정하게 수급 배치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PA를 합법화시켜서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더 심각한 사태를 야기하게 된다. 작년 기준으로 약 5000명의 PA(UA)가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 상급종합병원들은 PA를 더 뽑아서 공장식 의료시스템으로 매출을 늘리려 할 것이고 그 숫자가 두 배, 세 배로 늘어나는 건 순식간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PA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대형병원 쏠림과 의료이용 왜곡 현상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그 와중에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받다가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 될테고, 그 책임은 정부와 사법 당국, 그리고 사태의 본질을 모르고 PA 양성화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지적해둔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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