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약 2조, 예비비 2040억원 투여…재난관리기금 9월까지 484억원 투입, 향후 1712억원 투입 예정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으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대규모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과 국가 예비비에 이어 막대한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기금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재난관리기금만 484억6900만원에 이르며 향후 1712억원이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제67조에 따라 조성되는 것으로 각종 재난의 예방과 복구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광역 및 기초 지방 자치 단체가 매년 적립하는 법정 의무 기금을 말한다.
이 기금은 공공 분야의 재난 예방 활동, 감염병, 가축 전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대응 사업 등에 사용된다.
하지만 정부는 올 3월 5월 두 차례에 걸쳐 예비비 2040억원을 투여했음에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바닥난 예비비 대신 사용할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 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시행령에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의료기관의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지방재원으로 재난관리기금 및 의무예치금액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정부가 재난 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재난관리기금 관련 법 규정까지 바꿔 재난관리기금을 대학병원의 인력 공백으로 발생한 비상근무체계 지원을 위한 인건비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대란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대외적으로 의료 공백 상황을 부정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각 지자체가 시민들을 위해 모아놓은 재난기금까지 끌어다 쓰는 상황"며 "윤석열 정부 스스로 일으킨 의료 대란의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하고 모순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 역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서 “예비비는 예기치 않은 사태에 사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대란에 예비비도 부족해 건보재정은 물론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 규정까지 개정해 쓴 것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계획이나 예측이 전혀 없이 그냥 질렀다는 뜻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미 정부는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의료대란에 투입하며 정부 정책 실패를 땜빵하기 위해 국민 혈세를 투여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실상 전공의들이 올해는커녕 내년 봄에도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대학병원들에 혈세를 쏟아붓는 정부가 너무나 한심하다. 병원 정상화에 대한 대책은 없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며 “막대한 혈세 낭비로 인한 파국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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