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전국적으로 부족한 고압 산소 챔버
지난 18일 강원도의 한 펜션에서 고등학생 10명이 집단으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발견된 7명의 위독한 환자들은 급히 고압 산소치료를 필요로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인용 고압 산소 챔버가 설치돼있는 곳이 강원도였다. 이 때문에 이들 7명은 비교적 빨리 고압 산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이 사고가 서울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왜 서울에는 없는 시설이 강원도에는 설치돼 있던 걸까.
고압 산소 챔버는 산소가 부족한 신체 장기에 고순도의 산소를 공급하는 치료를 한다. 고압 산소 챔버는 1인용과 다인용으로 나뉘는데, 동시에 발생한 여러 명의 환자를 치료하려면 다인용 챔버가 필수다. 다인용 챔버가 설치돼있는 의료기관은 전국 12곳에 불과하다. 그리고 전국 40곳 응급의료기관 중에 고압 산소 챔버가 설치된 의료기관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두 곳 뿐이다. 청와대나 국회에서 사고가 났더라도 강원도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 이 고압 산소 챔버가 전국적으로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수요다. 예전에 연탄식 난방이 대부분이던 시절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들이 발생했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고압 산소 챔버가 필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가스식 난방으로 바뀌면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두 번째, 비용이다. 고압 산소 챔버를 설치하는 데는 다인용의 경우 10억원의 비용이 들고, 치료를 하면 최소 2시간 동안 의사가 환자 옆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책정한 고압 산소 치료 비용은 최대 10만원 정도다. 하루 종일 챔버를 돌려도 설치, 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말까인데, 수요까지 대폭 줄었으니 도저히 챔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수요와 비용의 불균형으로 인해 전국의 많은 병원들이 다인용 고압 산소 챔버를 없앴다. 심지어 1200만명이 거주하는 경기도에는 고압 산소 챔버가 단 1대였다.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고압 산소 치료가 당뇨 환자의 궤양과 같은 다양한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적정한 치료 비용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최신 기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더욱 요원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날이 갈수록 번개탄 자살 시도자들, 스쿠버 다이빙의 확산으로 인한 잠수병 환자들, 당뇨 환자들의 고압 산소 챔버에 대한 요구는 늘고 있다. 급기야 올 겨울에는 고등학생 집단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중독 사건 뿐만 아니라 대형 화재 사고에서도 고압 산소 챔버는 필요하다. 민간 병원이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공공 의료기관에서라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전국의 다인용 챔버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안전은 대처보다 대비가 중요하고, 안전 비용은 후불보다 선불이 저렴하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 놓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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