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준 국민의힘 서울선대위원장 "정치 입문 NO, 코로나 이후 올바른 의료 정책 위해 나서"
정치적 직함 원했다면 시작도 안해...보건부 독립·보건소 역할 재정립 등 정책 방향성 제시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올해 초까지 서울시의사회 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으로 서울시 내 다양한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앞장섰던 박홍준 전 회장이 2022년 대선 선거전에 화력을 보태는 역할을 맡았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24일 서울선대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박홍준 전 회장을 전격적으로 임명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시·도선거대책위원회 주요 인사 명단을 보면 박 전 회장을 제외하면 전·현직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서울 지역 선대위원장에 박 전 회장이 내정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박홍준 국민의힘 서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나 최근 근황과 서울시 선대위원장으로서 포부, 향후 계획 중인 정책 공약 등을 들어봤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의료정책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과 궁극적으론 코로나로 인해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 자체의 변화 기조가 빨라지면서 서울시의 보건의료 상황에 밝은 자신이 선대위원장 직책을 맡게 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이번 선대위원장 경력을 토대로 정치에 입문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손사래를 쳤다. 어떤 정치적 자리나 특정 직함을 바라고 있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철칙이다.
박 위원장은 "정치적인 욕심은 전혀 없다. 다만 비전문가에 의한 의료정책 집행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앞으로 좀 더 안정적이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현장 전문가들의 견해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선대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 보건복지부→보건부 독립 강조…"보건의료 역량 늘려야 나라가 산다"
그는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기 위한 새로운 의료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박 위원장은 현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시키고 전국에 퍼져 있는 보건소의 역할을 개편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봤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보건부 독립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의료 대응 역랑의 한계가 코로나를 계기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보건과 복지가 한데 어울려 각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보건복지부 역량도 복지 쪽에 치우쳐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2012년 79.3%에서 2021년 84.6%로 증가한 반면, 보건의료 예산 비중은 2012년 20.7%에서 2021년 15.4%로 감소했다.
보건 예산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부서 내 증가 비율에서 큰 차이가 있다 보니 점점 보건복지부 내 보건 의료 분야 서비스 전달이나 행정 부분이 복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같은 차이는 앞으로도 더 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박 위원장의 견해다. 복지 분야 예산은 평균 13.5% 가량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보건 분야는 7% 증가에 그친다.
박 위원장은 "현재 보건복지부의 대부분의 역량은 복지 쪽에 쏠려있다. 보건은 복지를 수행하기 위한 도구 정도의 하위개념으로 취급 당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 분야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현장의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부 독립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중 보건과 복지 담당 부처가 나눠져 있는 나라는 독일, 영국, 덴마크 등 21개국에 달한다. 박 위원장은 "보건부가 독립된 지위를 가져야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 생태계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할 수 있다"며 "역할 분화가 일어나면 정책의 조정과 집행의 효율성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성 없는 지자체 포퓰리즘 벗어난 보건소 역할 재정립 시급
두 번째 과제인 보건소 역할 개편은 보건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입김에서 독립해 지역보건의료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는 구청장의 입맛에 따라 보건소장이 개방직으로 임명되다시피 하다 보니 전문성도 없고 지자체의 포퓰리즘 정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는 약사, 간호사 등이 보건소장 채용이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보건소장의 의사채용이 더 늘어나야 한다. 보건소장은 보건에 대한 교육, 실제 질병에 대한 지식, 진료 현장의 임상적 경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고 이는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들이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시의사회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비슷한 노력을 해왔다. 그는 의사들이 보건소장에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승진의 제한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앞서 서울시 의무직의 경력직은 5급부터 채용되는데, 기술직군으로 분류돼 지금까지 보건소장 등이 있는 4급까지 밖에 승진이 불가능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서울시, 서울시의회 등과 공조해 4급 이하로 승진을 제한받고 있던 서울시 25개구 보건소장에 대한 불합리한 인사 규정 개정을 이끌어냈다. 개정안을 통해 3급 이상 고위직 승진 시, 직군과 직렬 구분 없이 통합승진제도가 도입됐다.
박 위원장은 "정책적인 이해도가 높다고 해도 의사가 아닌 보건소장일 경우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관료주의적 정책과 운영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의사 보건소장이 많아지면 보건소도 구청장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지역의 보건위생활동,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감염병 방역 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시대에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도 그는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역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일부 인사들의 견해만 가지고 정책 방향성이 수립되다 보니 편향적이고 현장 적용이 어려운 방역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선 현장을 알고 있는 다양한 의료전문가들의 견해를 모두 수렴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이번 중환자 병상 문제만 해도 중환자의학회, 응급의학회 등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며 "매일 변하는 임상 현장에 근무하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는 K방역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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