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마련된 '의료사고 특례법' 사실상 환자단체 반발에 무산…의료개혁특위 개혁안 또 다시 시민사회 반대 부딪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의사 충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의 하나인 '의료사고 안전망'이 또 다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논의만 지속되다 환자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의료사고 특례법'처럼 최근에 의료계의 주장이 다수 포함된 정부안 역시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가 꼬리내리기를 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계의 지속적인 비판과 우려 제기에도 의료인을 향한 가혹한 사법부의 판결이 이어지면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뇌경막하출혈을 입은 폭행 피해자가 응급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과 병원도 폭행 가해자와 함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사건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또 대구에서는 성형외과 진료 불가로 인해 이마 열상환자를 타 병원으로 전원한 3개 병원 의료진이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당했다가 '보완수사요구'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처럼 정부의 의료개혁 약속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면 그 원인과 상관없이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는 판결이 지속되면서 의료계는 이러한 경향성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막는 동시에 필수의료 의사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제17차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의료사고 공적 배상체계 구축방안 및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종합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부터 벌써 17차례나 진행된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는 그간 여러차례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을 내 놓았으나 의료계와 환자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가운데 최근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가 분만, 중증 외상, 심·뇌 수술, 중증 소아 관련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 발생 시 국가의 보상 한도를 10억원으로 대폭 올리고,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에 대해선 의사의 중과실이 없는 한 환자가 중상해를 입어도 불기소하고, 사망해도 형을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문위는 가칭 '의료사고 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중과실과 필수의료 여부를 판단하고 '의료인으로서 비난받을 정도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를 따져 필수의료 의사들의 수사·가소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논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을 요청해 온 의료계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보건복지부는 "논의한 사실이 아닌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하는 복지부의 모습이 마치 앞서 무산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의 데자뷰 같다는 의료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복지부는 직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공개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환자단체 등 시민사회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며 위헌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반발했고, 이 같은 반대 속에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려 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무산됐다.
결국 전문위는 의료사고 특례법 대신 가칭 '의료사고 심의위원회'를 두는 방법으로 우회로를 찾았지만, 이번에도 전문위 내 법조계, 시민단체 위원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과 항의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또 다시 환자단체 등의 눈치를 보느라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각에도 필수의료 의사들은 최선을 다해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돌아오는 것은 막대한 소송 부담 뿐이다. 이러니 전공의 중 누구도 필수의료 의사가 되기 위해 복귀하지 않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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