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소위 문케어 저지를 바라는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 “의료를 멈춰서 의료를 살리겠다”는 구호로 당선된 최대집 회장 집행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의 현실은 이전보다 더욱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다.
강경 투쟁 의지 보였지만 협상으로 다 내주는 상황 지속
의협은 지난 4월 4일 의쟁투까지 출범 시키며 강경 투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안)”을 발표하며 문케어 완성인 보장성 70% 달성을 넘어, 심사체계개편으로 삭감률을 1% 에서 3%로 늘리고, 현지조사를 강화해 의사들의 정당한 진료를 제한할 계획을 내비쳤다.
만성질환 관리제, 커뮤니티 케어 등으로 외래, 입원 환자 증가율을 조절하는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의료계를 옥죄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또한, 향후 5년간 수가인상율을 2.37%라고 공언해 대통령도 인정한 기형적인 저수가 체계를 바로 잡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단독 간호사법안이 발의돼 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의사들의 조제권을 빼앗긴데 이어 의사들의 면허권까지 침범 당할 심각한 상황에 처해버렸다.
현 의협 집행부의 안일한 대처가 이런 암울한 상황을 초래한 경향이 크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의협 집행부는 지난해 10월 25일 의정협상에서 수가정상화를 요구했고 이어 1만여 회원들이 모인 지난해 11월 11일 대한문 집회에서 투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공언한했다. 하지만, 지난 1월 22일 박능후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수가정상화를 거부하고, 2월 1일 보건복지부가 이를 공식화 한 결과로 지난 2월 3일 최대집 회장이 SNS를 통해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이후 3월 5일 투쟁 관련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4월 4일 의쟁투 발대식까지 의협 집행부는 겉으로는 숨 가쁘게 달려온 듯한 모습을 연출해왔다. 그러나 수가정상화 요구 이후 5개월, 전면 투쟁 선언 이 후 3개월이 다 되어가는 현재에도 무엇을 얻기 위한 투쟁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로드맵조차 회원들에게 내놓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년 간 입으로만 투쟁을 외치고 뒤에서는 협상으로 다 내어주는 상황이 지금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의쟁투 위원 구성부터 투쟁에 의문, 대의원총회서 회무 바로잡아야
최근 의쟁투 구성 과정에서 투쟁 의지와 역량이 뛰어난 선출직 부회장이 사퇴하고, 직역 산하단체 추천 위원이 거부되는 등의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의협 최대집 회장이 의쟁투 위원장을 맡고 자신의 뜻대로 구성한 의쟁투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의협의 투쟁의지에 더 큰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그간 문케어의 핵심이었던 뇌 MRI에 도장을 찍어주면서 정부에 고맙다고 인사했던 위원, 주치의제라고 공언하는 복지부의 만성질환관리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위원, 커뮤니티케어 실행에 선봉에 나선 위원 등 지난 1년간 투쟁의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들이 그대로 의쟁투에 참여해 겉으로만 투쟁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암울하고 엄중한 현실을 타계할 방안을 마련하기 해야 할 의쟁투 회의에서조차 투쟁 방안을 논의하기 이전에 참여 위원들에게 보안 각서, 비밀유지 서약 등을 요구하는 소식까지 외부로 전해졌다. 이는 강경 투쟁을 통해 비정상적인 의료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회원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만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의협 집행부는 투쟁은 의쟁투에 위임했다는 핑계를 대며 현안에는 눈을 감고 의학교육일원화 설문조사부터 민초 회원들을 옥죄는 전문가 평가제 등에만 힘을 쏟고 있다. 만관제, 커뮤니티 케어 등 정부 정책에는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정부와 정치권이 의사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이 기회에 의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각종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7-28일 이틀간 열리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가 현 의협 집행부의 잘못된 회무를 바로잡고 포퓰리즘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이 자리에서 대의원들이 어설픈 정치 논리에 빠져 현 의협 집행부의 과오를 바로잡기를 포기한다면, 2019년은 대한민국 의료계가 망가지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고, 현 대의원들은 후배 의사들을 외면한 대표들로 기억될 지도 모른다.
의료계의 대표인 의협 집행부, 그리고 대의원들이 지금이라도 어설픈 정치 논리를 버리고 회원들의 힘든 삶을 돌아보고 현명한 결정을 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칼럼(기고)는 칼럼니스트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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